“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농민 소득 감소한다”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 농민 소득 감소한다”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1.09.02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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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농협, 도매시장 비축물량 방출 정책 재고해야

정부, 물가 안정 빌미 사실상 농업인 피해 종용
소비자뿐만 아니라 농민도 생각하는 정책 개발해야

경제가 발전하려면 세 가지가 축적이 돼야 한다고 한다.
첫 번째는 자본의 축적이다. 돈이 있어야 투자도 하고 사람도 고용하고 하니 돈은 경제발전 을 위한 필수요소가 된다.
두 번째는 인적자원의 축적이다. 숙련된 노동자, 숙련된 연구자, 그리고 경험 많은 경영자 등 인적자원이 풍부해야 기업이 됐건 나라경제가 됐건 발전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축적이다. 산업화하고 상품화할만한 제품은 기술 수준에 의해 판가름 난다. 기술 수준에 따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는 재화의 수준이 결정되고 가격을 결정하는 생산성도 기술에 영향을 받는다.
이 중 먼저 선행돼야 할 것은 돈, 자본의 축적이다. 자본 즉 씨드머니가 있어야 사람을 끌어 모으고 또 연구개발에 투자해 혁신적 기술과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자본에 의해 모여든 인프라와 사람 그리고 기술이 결합해 제품이 만들어지고 판매가 되면 다시 자본을 축적 시키고 다시 연구개발에 또 사람을 고용하는데 쓰이며 경제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 된다.
이 상의 내용은 어떤 경제학 서적을 펼쳐도 나오는 기초적 내용으로 경제발전을 위한 프리즘을 우리 농업과 농촌에 비춰보았으면 한다.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보편적으로 부유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있는가?
농업인의 소득이 도시 근로자 평균 소득보다 낮다는 이야기를 뉴스를 통해 때 마다 접하는 것을 보면 우리 농촌에는 자본축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자본도 없고 자본의 축적도 되지 않으니 자연히 농촌에는 인적자원의 축적을 바랄 수 없다. 1970년대부터 급속도로 이뤄진 이농현상이 농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없고 농촌에서는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로 이후 젊은 층이 빠져나간 농촌사회는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인적자원이 축적이 안 된 상황에서 기술의 축적은 당연히 있을 수 없다.
농촌진흥청과 농업계 대학 등 많은 연구기관에서 훌륭한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이를 가져다 쓸 사람이 없다보니 기술의 축적은 현장이 아닌 연구소에서만 맴돌고 있다.
결국 사람도 없고 기술도 없는 농촌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실패하고 다시 자본의 축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투자도 고용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렇다면 왜 농촌 그리고 농업인은 자본을 축적하지 못하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정부와 소비자가 농업인에게 돈 벌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한해 정부의 정책은 물가안정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농식품부도 서민생활에 직결되는 식료품 가격, 농산물 가격을 억제하기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 내고 있다.
1월 구제역으로 인한 피그플레이션으로 연중 돼지고기 가격이 높게 유지되자 정부는 수입돈육에 할당관세 적용, 냉장삼겹살에 보조금 지급 등 돈가 잡기를 위한 초강수를 두었다.
한EU FTA 발효로 시장이 열린 것은 7월 말이고 미국과는 국회비준도 되지 않은 상황인데 연초부터 돼지고기에 대한 시장을 완전히 개방해 버렸다.
쌀도 계속된 풍작으로 창고에 넣어 둘 곳이 없어 쌀 소비촉진 운동을 펼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난해 흉작으로 쌀 가격이 조금 상승하자 정부는 비축미를 여지없이 시장에 쏟아 내어 가격 상승을 잠재워 버렸다.
6월 중순 이후 계속된 폭우로 지난해에 이어 배추가격이 또 다시 오를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농협이 확보한 계약재배 물량을 도매시장에 풀기 시작했다. 일부 물량은 농협 계통 하나로클럽 등을 통해 염가판매까지 돌입했다. 다른 소매유통들이 배추소매가격에 마진을 과도하게 붙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여의치 않을 경우 중국에서 신선배추를 들여올 만반의 준비까지 맞춰 놓았다.
일조량이 좋지 않고 8월 중순 태풍 등의 영향으로 물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과실의 경우 농협을 통해 전년보다 10% 이상 저렴하게 과일선물세트를 판매하도록 종용하는 등 물가 인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정부의 물가 안정대책은 결국 농축산물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농가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사라지게 하거나 이전의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만다.
추석대목만을 바라봤던 농업인들 그리고 영세 유통업자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정책이 바로 정부의 물가 안정대책이다.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은 이번 많은 아니었다. 늘 있어 왔는데 이번 정부 들어 더 유난을 떠는 것처럼 보인다.
농업인에게는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리라고 이야기하고 다시 한쪽에서는 가격이 높으니 수입을 하고 정부나 농협이 비축한 물량을 방출하는 등 가격 하락 정책을 폄으로써 농업인의 수고를 수포로 돌려 버리기 일쑤다.
쌀의 경우 최근 지난해 시장 가격을 고려해 쌀값 가이드라인인 공공비축미 매입가격을 결정하는데 비축물량 방출을 통해 쌀값을 짓눌러 놓아 자연스럽게 2011년 신곡 가격은 지난해 물량부족 등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기껏해야 소폭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농촌의 자본축적 실패, 인적자원 축적 실패는 정부의 무리한 물가안정 기조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농산물 가격이 낮아지면 농업인에게 분배될 몫은 줄어들고 일부는 유통상인에게 또 상당액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조금 더 올라가면 낮아진 물가로 인해 기업들은 임금상승을 그만큼 적게 할 수 있는 명분도 생긴다. 이렇게 혜택 보는 이들이 많아지면 많아 질수록 농촌은 자본축적에 실패하며 덩달아 사람도, 기술도 없는 비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정부가 주도해 물가안정을 빌미로 농업인이 돈 벌 기회를 박탈해 버릴 거라면 당연히 그 손실도 정부가 보전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고 이러한 물가안정대책으로 혜택을 입은 소비자 그리고 기업들은 농업인 지원에 앞장서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농업인에게 지급하는 몇 푼 되지도 않는 직불금을 가지고 도덕적 해이를 이야기하고 FTA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피해를 보거나 폐업을 하게 될 농업인에게 주는 보상액이나 지급기준도 야박하게 굴 때가 많다. 일반 국민들과 기업들은 경쟁력 없는 농업에 언제까지 퍼주기만 할 거냐고 염치도 없는 이야기를 지껄일 때가 많다.
더 나가 일부 수출대기업들은 경쟁력 없는 농업 보호 정책 때문에 FTA 협상에서 늘 불리하게 임한다며 분통을 터뜨린다.
정부·소비자·기업들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민의 희생을 전제로 한 물가 안정이 아니라 농산물 생산을 통해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공평히 나누는 방안 마련이 절실해 보인다.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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