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그 후]정부의 획일적인 살처분 정책에 반기 들다…‘참사랑 동물복지농장’
[AI, 그 후]정부의 획일적인 살처분 정책에 반기 들다…‘참사랑 동물복지농장’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7.04.06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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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닭, 무차별 학살 반대” vs “AI확산 방지위해 살처분 해야”

살처분 정책 실패, 전환기

정부, 농가 모두 인식 전환 필요

‘동물복지축산농장’ 활용해야

인증농장, 산란계 87곳, 육계 10곳

정부, 건강한 축산 여건 조성 도와야

정부의 무차별적인 살처분 정책에 전면 투쟁에 나선 농장이 있어 최근 주목되고 있다.

5000마리의 산란계 동물복지 농장을 운영하는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이 정부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하게 된 것은 농장과 2km 가량 떨어진 하림의 종계장에서 AI가 발생되면서다.

2월 27일. 3월 7일. 두 차례 인근지역을 훑고 간 AI로 반경 3km내 농장 모두에 대해 예방적 살처분 명령이 떨어졌다. 참사랑 농장을 제외한 85만수의 닭은 모두 살처분됐다.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주 임희춘(49)씨는 법원에 최초로 살처분 명령 취소소송과 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냈지만 집행정지가처분은 금전적 보상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이후 살처분 명령이 유예된 가운데 미국의 AI발생으로 수입이 막히자 계란값이 다시 뛰고 있다. 임 씨는 자신의 농장에 더 이상 계란을 저장할 공간이 없다고. 쌓인 계란은 2만5000개에 이른다.

● 살처분 명령 왜 거부하는가

“우리 아이들(닭)은 AI와 관련된 어떤 징후도 발생되지 않았고요. 간이키트 검사와 정밀검사에서도 음성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제 아이들을 땅에 묻어야 합니까?”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주인 임희춘 씨는 자신의 농장에 갑작스레 드리운 살처분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기르는 닭에 대해 ‘아이들’이라고 말한다. 법원 심문에서도 주장했듯이 경제적 손실을 떠나, 동물과 사람사이에 특별히 존재하는 유대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발생일로부터 21일째가 AI 최대 잠복기로 보는데, 그 기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이 농장의 닭들은 건강하다. 예방적 살처분이 AI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면, 참사랑농장은 다른 농장에 바이러스를 퍼뜨릴 ‘전파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AI가 빗겨간 이유는

참사랑 농장은 2015년부터 동물복지 기준인 1㎡당 9마리보다 넓은 계사, 1㎡당 5.5마리에 5000마리의 닭을 친환경 사료와 영양제 등을 먹여 사육하고 있다. 때문에 친환경인증과 동물복지인증, HACCP인증은 뒤따라오는 수식이다. 주변의 AI 발생에도 참사랑농장 닭들은 감염되지 않았다. 임 씨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과 특허출원한 사료 첨가제를 닭에게 급여해 왔기 때문에 계분 냄새도 없고 면역력이 강하다”며 AI를 빗겨간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우리 농장은 유황, 참숯가루, 생석회 등을 땅바닥에 겹겹이 채워 닭들이 땅을 밟으며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사랑 농장의 경우 주변을 휩쓸던 AI도 굳건히 버텨내며 AI잠복기도 훨씬 경과했다.

● 정부, “예외둘 수 없다”

참사랑농장과 같이 예방적 살처분 명령이 떨어진 다른 농장들에 대해서는 살처분이 완료됐다.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더라도 이 농장만 예외로 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참사랑농장을 시작으로 어떤 이유로든 정부의 살처분 명령을 거부할 사례가 남아 강행 근거의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국적으로 적용하는 AI 긴급행동지침(SOP)에 따른 조치를 익산시만 독자적으로 거부할 수는 없다. 익산시는 살처분이 예고된 지난 달 31일, “예외가 있을 수는 없지만 아직은 살처분에 대해 유예해 두고 있다”면서 "농식품부의 명확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취재 결과 이미 전북도청은 살처분을 강행하라는 뜻을 지시한 상태이고 최근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 보낸 검토의견에 대해서도 농식품부는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할 뜻을 내비쳤다. 

● 예방적 살처분 명령 한달 후

농가와 정부, 지자체가 예방적 살처분 명령 이후 한 달이 지난 지금, 예방적 살처분을 해야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해보면, 현재 참사랑 농장 주변 모든 닭은 살처분 됐다. 잠복기도 훨씬 경과했다. 충남대 서상희 교수는 기도 SWAB 20개, 분변 2개 시료에 대한 M, H5 테스트에서 전부 음성 판정을 내리고 참사랑 동물복지농장의 5000수 닭들이 현재 조류독감(AI)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2월 28일 실시된 전라북도 동물위생시험소의 검사 결과 음성이었고 3월 28일 실시된 검사도 음성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예방적 살처분에 대한 실익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명목이 희미해진 상태라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부는 앞서 말한 선례를 남김으로써 약해지는 강행 기반, 형평성 문제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농식품부 김용상 방역관리과장은 "주변 사료차량, 사람 등이 이동하고 주변지역이 오염된 상태라고 봤을 때 리스크는 상존해 있으므로 살처분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살처분 정책 ‘실패작’

2003년 발생 이후 상재화 혹은 토착화됐다고 봐야 한다. AI발생 시마다 최대 피해 규모를 갱신하는 것을 보면, 살처분을 고수하는 정부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므로 점검이 필요하다.

이번 참사랑농장과 함께 예방적 살처분 명령이 떨어져 살처분 된 닭은 85만마리. 이중 AI확진에 따른 살처분은 11만마리다. 살처분 마릿수의 87%인 74만 마리는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미명하에 모두 그야말로 학살됐다. 전체로 보면, 살처분이 완료된 945농가, 3787만수 중 381호로 564농가의 가금류는 ‘예방’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됐지만 정부는 AI를 방어하지 못했다. 

예방이 아닌 사후처리에 더 가까웠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투입된 국민들의 세금. 국민들의 반발. 거리로 내몰리는 축산. 방역정책의 실패로 가금류 종사자들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봐야한다. 살처분 정책은 실패한 방역대책이다. 전문가들은 차단 방역 강화가 가장 중요한 방역정책이라고 말한다. 정부도 최근 평시 방역과 초기대응을 강화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놨다.

● 제시된 가이드 라인 활용해야

AI와 안티축산에 대한 방안은 이미 제시돼 있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이다. 쾌적한 사육환경을 제공하고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 하는 등 농장동물의 복지수준을 향상시키면 동물이 건강해지고 건강한 동물로 생산되는 축산물은 안전하다고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다. 인증된 농장에서 생산되는 축산물에는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마크’가 부착된다. 동물복지농장은 유럽연합에서 정하는 동물의 5대자유를 기반으로 한다. 인증에 필요한 사육시설을 갖추려면 초기자본이 진입장벽으로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가 독려하는 정책에 어렵게 호응해 까다로운 인증 과정을 거쳐 인증 농장이 되더라도 큰 혜택이 없다. 이번 AI사태에서도 일반 농장보다 특별히 사육에 신경 쓰는 동물복지인증 농장이지만 살처분 앞에서는 동물복지인증은 무용지물이 됐다. 유럽 국가들의 경우 2000년 초반 창궐한 AI로 사상최악의 살처분 마릿수를 갱신하는 등 지금 우리나라와 유사한 상황을 걸어왔다. 이후, 동물복지농장에 대한 인증과 확산을 통해 이번 AI상황에서 국가 재정 투입비용을 현저히 줄였으며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시작했다.

● 참사랑 농장, 다시 보자

닭을 키우는 사람들은 좋은 환경에서 키우면 확실히 건강하다는 것은 모두 안다. 그러나 수익을 결부해 생각하기 때문에 자식같은 닭들이지만 참사랑 농장 임희춘 씨처럼 ‘우리 아이들’이란 말은 나오기 어려운 것이다. 한 평(3.3㎡)당 100수 키우던 것을 사육환경을 좋게 하기 위해 50수로 줄이면 계열사가 사육비를 두 배 더 줘야하고 이는 곧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동물 복지를 고려한 건강한 사육방식이 건강한 산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사후처리에 그쳤던 정부의 ‘예방’ 정책에 대해 처방약은 동물복지농장이 될 수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동물복지농장’이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못하다고 한다.

2012년부터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시행했고 최근 농식품부는 동물복지팀을 신설했다. 그러나 동물복지농장은 산란계는 87개 농가에서 약 100만마리, 육계는 10개 농가에서 약 87만마리에 그친다. 철저히 외면받은 제도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전환기를 맞이해 국민 공감대가 동물복지라면 농가들도 동물복지에 노력해야 하고 정부는 많은 농가들이 제도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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