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식량 조달 앞으로 쉽지 않다”
“글로벌 식량 조달 앞으로 쉽지 않다”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09.16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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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물량·안전성 모두 안심 못해
세계 5위 식량수입 대국 불안한 위치 감안해
농업기반 확고히 하는 정책 시급히 마련해야

우리 농업은 2000년대 들어 시장개방과 함께 낮은 농축산물가격, 충분한 공급이라는 트렌드에 편입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수입 농축산물의 가격이 국내산에 비해 워낙 낮다보니 시장 개방 이후 농산물 가격은 제자리에 머물거나 인상됐다 할지라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역조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물류와 저장기법의 발달로 대부분의 품목이 해외에서 공급이 가능하다보니 굳이 비싼 국내산을 먹어야하냐는 공격까지 받아야 했다.
우리 농축산업계는 이러한 트렌드에 맞서 농장의 규모화를 통해 소득감소에 대처했고 단위당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골몰해야 했다.
이러한 농업계 트렌드는 10여년 만에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늘 충분할 것으로 예상됐던 농축산물의 공급은 수요 증가, 기후변화가 맞물리며 공급부족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고 늘 낮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됐던 농축산물의 가격도 2000년 초반 대비 2배 이상 급등해 있다.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가 매월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살펴봐도 2002년~2004년 평균 식량 가격을 기준으로 한 1월~8월까지 평균 식량가격지수는 233포인트로 육류만이 176.63포인트로 비교적 낮게 유지됐을 뿐 유제품·곡물·유지류·설탕 대부분의 품목이 200~300포인트를 상회하고 있다.
더군다나 식량가격지수의 변동 폭도 거의 없어 앞으로 전망치도 이 같은 높은 식량가격이 장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이 같은 국제식량가격의 강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있다.
인구증가, 중국 등 신흥경제 대국의 소비량 증가에 따른 수요증가와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 따른 바이오에너지로라는 신수요, 기후변화에 따른 작황 부진 등이 연결돼 있다.
특히 바이오에너지 수요는 바이오에탄올 생산용 옥수수 재배 증가로 밀 등 다른 작목의 재배면적이 감소하며 식량가격을 전반적으로 상승시키고 있고 사탕수수의 바이오에너지 전용으로 설탕 값도 폭등하게 만들었다. 콩 등 oilseed류도 바이오디젤로의 활용이 늘어나고 미국의 경우 옥수수와 밀가격 상승으로 콩재배 면적이 줄어들면서 영향을 미쳤다.
육류와 유제품의 경우 중국 등 신흥경제대국이 치즈와 버터, 탈지분유, 돈육 등을 대거 사들이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또한 바이오에너지로 사료용 곡물들이 대거 투입되면서 옥수수와 대두박 가격을 끌어 올리며 가축 생산비가 크게 증가하자 가축 사육두수까지 감소하며 축산물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밀과 콩 등 주요 곡물을 해외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FTA 체결을 통해 축산시장의 추가 개방을 추진하고 있지만 과거의 농업 트렌드인 낮은 가격, 충분한 공급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높은 가격, 공급부족이라는 새로운 식량 공급 상황을 고려한 정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주곡인 쌀의 경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재배면적이 10.1%가 줄어들었고 지난해 기후변화에 따른 흉작까지 겹치며 쌀 생산량이 30% 가까이 줄었고 올해는 지난해보다 4% 정도 추가로 생산량이 감소할 것이라 전망되고 있어 쌀 공급 불안에 따른 가격 강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정부 비축미가 충분하다고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최근 5년 사이 연간 농지 전용면적은 연평균 2만ha 달하고 올 상반기 농지전용 면적이 줄기는 했지만 우량농지인 농업진흥구역 내 전용비율이 21%대에 달하며 안심할 때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농지전용 면적이 줄어든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가 주 원인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농지를 활용한 건설사업은 언제든 되살아 날 수 있어 정부가 식량자급을 위한 철학을 가지고 농지를 지키지 않는다면 세계 5위 식량수입 대국인 국내 위치를 감안할 때 큰 어려움에 빠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여기에 식량수급에 있어 큰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식량의 안전성 부분도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식량공급체계의 큰 축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우리 농축산업계는 2000년을 전후한 시장개방에 맞서 가격으로 경쟁이 안된다면 품질이라도 높여 대응하자는 논리로 민관이 합심해 농축산물 품질 고급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축산부분의 경우 냉동육 위주의 축산물 유통체계를 냉장 등 신선육 유통체계로 전환했고 1990년대 유가공업계가 실시한 콜드체인시스템은 전체 육류시장은 물론 신선가공식품 전체로 확산됐다.
2001년 정부의 친환경농업 정책의 발표와 인증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유기·무농약·무항생제 등 관련 친환경농축산물의 생산이 점차 보편화됐고 각종 농축산물의 등급제도가 도입되는가 하면, 축산부분의 경우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HACCP 인증이 축산물 처리시설에서 시작해 농장단위까지 적용되는 등 차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 농산물의 경우 GAP 농산물 인증제도가 정착단계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축산물의 낮은 자급률로 인해 국민들의 식량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체감이 높지 않다는데 있다. 실제로 전체 식량자급률이 26% 불과한 가운데 친환경 농축산물의 비중은 지난해 12%대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쌀 다음으로 많이 소비하는 밀과 콩 등 수입에 의존하는 농산물의 안전성은 식량빈국인 우리로서는 어떻게 대처할 방법이 없다.
10년 만에 바뀐 식량의 트렌드를 감안해 식량자급률 향상을 위한 정책의 변화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 단기적 물가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으로 식량빈국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식량전쟁에서 최대 피해자는 대한민국이 될 가능성이 유력해 보인다.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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