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농업적폐, 이제는 청산하자 ⑮ 근본적 적폐 ‘농산물 최저가격정책’
[기획시리즈] 농업적폐, 이제는 청산하자 ⑮ 근본적 적폐 ‘농산물 최저가격정책’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7.09.29 10:5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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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유지되고 있는 농산물최저가격정책

1984년 돌베개에서 발간된 ‘한국 농업문제의 새로운 인식’은 박현채 등 여러 명의 학자들이 60년대 산업화를 추진하기 위해 농산물최저가격제를 추진했다고 지적한다.

1960년 쌀시장가격이 80㎏당 1687원하던 것을 1059원에 수매했다. 1970·1980년에도 쌀시장가격이 80㎏당 7153원과 5만6021원 하던 것을 7000원과 4만5750원으로 각각 수매한 것은 물론 그 사이 모든 연도에 시장가보다 낮게 구입 했다. 이를 보면 저농산물가격정책이 어떻게 펼쳐졌는지 단면을 볼 수 있다.

공장지대에서는 많은 인력의 싼 노동력을 필요로 했고, 이를 충족하려면 낮은 인건비에도 싼 농산물 값으로 노동자들이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야 했다. 농촌에서는 싼 농산물값으로 부채가 늘어나고 수입이 줄면서 야반도주를 하거나 농민들의 이농이 촉진되는 조건이 됐다.

60년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농촌인력이 도시로, 도시로 몰려와 요즈음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농민의 비율이 됐다. 그렇게 흘러온 사이에 농촌사회는 붕괴되고, 청년인력은 사라져 65세 이상의 농민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지경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당시 농민과 농업계는 농산물최저가격정책을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최근 농산물 최저가격정책의 망령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이 언론의 보도로 나타났다.

쌀값을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면서 부처 간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기재부는 쌀값을 인위적으로 올리면 소비자 물가에 부담이 된다며 반대하고 있고, 농식품부는 생산자 농민을 위해 대폭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렇게 12만원대로 20년 전 수준으로 떨어진 쌀값을 올리는 것은 당연한 문제다. 그러나 이것을 기재부가 막고 있다는 것은 기재부가 아직 농산물최저가격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농산물 최저가격정책으로 농촌인력을 도시공장으로 끌어들인 결과로 얻은 산업발전과 대기업의 성장으로 수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국가경제력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사이 농민들은 적은 소득, 부채증가 등의 희생으로 도시노동자와 기업에 기여해온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국가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을 통해 아예 농업과 농민을 팔아먹었다. 네 자식을 가진 부모가 아무런 힘도 없는 막내를 팔아 맏아들만 배불려준 꼴이다. 이와 같은 다자간 무역협상은 국가가 농산물최저가격정책을 펼치지 않아도 관세를 점차 철폐하고 있는 수입농산물로 인해 시장가격이 계속 추락하게 돼 있는 것이다.

우리의 기초식량인 쌀 만큼은 예외로 관세화를 했어도 532%의 관세를 부과해도 되는 상태다. 그러나 지난 정부의 잘못된 쌀정책으로 쌀값이 20년이상 후퇴하는 폭락의 사태를 경험한 것이다. 기재부가 폭락을 유도했는지 알 수 없지만 지난해 농식품부가 요구했던 쌀생산조정제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고, 이 예산을 국회 농해수위에서 다시 살렸지만 기재부의 활동으로 예결특위에서도 다시 삭감됐다. 2015년에는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쌀관세화를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타협안처럼 내놓은 농어촌상생기금은 정부의 출연도 없고, 기업의 출연은 거의 부재한 상태다.

쌀값만이 아니라 우리의 농산물은 60·70·80년대에는 산업화를 위해서는 공장노동자의 싼 농산물값으로 생계를 유지해주기 위해, 90년대 이후 현재까지는 국제경쟁력의 강화를 위해서는 완전 자유경쟁으로 모든 걸 거센 비바람에 내몰려 있었는데 아직도 맏아들(기업과 기재부)은 막내(농민과 농식품부)에게 모든 걸 내놓으라고 하는 상황이다. 이젠 농산물저가격정책의 망령을 거둬들이자. 그것이 바로 해방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농업의 찰거머리 같은 적폐다.

<이번호로 인기리에 게재됐던 기획시리즈를 마감합니다. 다음호에는 기자방담으로 ‘아직도 못다한 농업적폐 이야기’를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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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부 장관께...... 2017-10-04 06:59:38
"청년들을 농촌으로" 정책을 심사숙고 해보시라 실버농부가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농수축산 홈페이지 복잡해서...)
첫째.농촌에 소득이 없는데 젊은이 들이 귀농귀촌하겠습니까? 1%의 귀농 성공사례 믿고,100년대계의 정책을 포기 하실겁니까?
둘째.농촌에 빛이 쌓여 있는데 어느 자식들이 부모님 빛을 안고 가난의 대물림 하려 하겠습니까?
셋째.농협과 농피아 및 영혼없는 공직자 그리고 집단이기주의 농민단체들의 적폐청산이 우선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자본(돈)이 결국 농피아와 부역자를 생산하는거죠(?)
글 올릴 공간을 줘 감사합니다.

깨어있는 소비 2017-10-03 19:33:31
농산물가격 비싸다 하고 해외여행 다니는 사람은 가슴에 손을 얹어보라.
그대들 조상들도 땅위에서 살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