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 출하예약제 활성화 불가능하다”
“배추・무 출하예약제 활성화 불가능하다”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10.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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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만이 아닌 농업 농민을 위한 정책 내놓아야

김종석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장

정부는 작년 배추값 파동으로 인해서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 이유는 배추값 파동 당시 산지유통물량 데이터를 조사했더니 산지유통인이 92%, 농협이 5~6%, 기타가 2~3%를 차지한 것.
정부에 의하면 산지유통인에 대해서 인식만 하고 있었지 정부에서 지원도 해주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농협보다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에 새삼 놀랐다고 한다.
또한 정부는 중앙연합회에 APC(산지유통센터)를 지원, 제도권에 들어와서 조직화, 제도화, 규모화를 통해 수급조절 역할을 해달라는 요청을 했었다.
유통센터에 저장이 4~5개월까지도 가능하다보니 여름에 농산물이 짓무르거나 또는 가격이 비쌀 때 물량을 시장에 내놓으면 어느정도 조정역할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그러나 작년 국회 상임위에는 통과됐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부결됐고 정부에서는 또 다른 대안으로 규모있는 배추주식회사, 즉 대규모 법인회사를 설립하라고 했다.
결국 정부의 지원 하에 안심배추주식회사가 설립됐고 수급조절할 수 있는 역할만 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정부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어 새삼 놀란 한국농업유통법인중앙연합회. 지난 18일 김종석 회장을 만나 정부정책에 대해 산지유통인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상한가 제도, 잘못된 정책이다
도매시장가격 결정방식은 어떤 경매방식이든 정상적인 경쟁입찰방법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에서 상한가 제도를 시행해서 만약 배추가격이 1망에 1만4000원 이상 넘으면 그 이상은 경락시키지 않는다. 이것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가격이 자연히 물 흐르듯이 둬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조정을 하려고 한다. 최저가에 대해서도 기준을 두고 보존을 해주듯이 그러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가격이 올랐을 때만 조절하려고 하는 정부정책이 잘못됐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인들은 표에 얽매이는 것 같다. 우리나라 국민 5000만 중 4700만이 도시민이고 겨우 300만이 농민이다. 97%가 표가 더 큰 목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3%의 농민들쯤이야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선거철만 되면 농업과 농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선거철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의 태도를 보인다. 소비자만을 위한 정책을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출하예약제 큰 혼란만 가져올 뿐
배추ㆍ무 출하예약제의 활성화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가격이 상승했을 때는 물량이 적기 때문에 얼마든지 예약이 가능하지만 청과 법인회사들은 먼저 예약을 해달라고 주문도 들어온다.
또한 생산량이 많아서 폭락했을 경우 예약제를 시행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오는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 물량이 남아서 자신의 돈을 주고 들여온다고 하더라도 배추 한 트럭이 시장에 도착하는 가격이 400~500만원이라고 한다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100~200만원이기 때문에 손해를 많이 볼 수밖에 없다. 그것도 판로처가 없어지기 때문에 예약을 못해서 출하를 하지 못한다면 큰 혼란만 가져올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하예약제는 상황이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농협 계약재배, 책임감 가지고 시행해야
농협이 계약재배를 50% 확대하겠다고 밝혔는데 정부에서는 농협만이 아니라 우리 산지유통인들에게도 수급조절자금을 지원해 줄테니 계약재배를 하라고 했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담보력, 보증인 등등 금융기관에 까다로운 서류가 갖춰줘야 하기 때문에 포기한 사람이 많다.
현재 정부정책대로 규모화만 하면 농협은 거대조직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자급력이 있어서 얼마든지 도와줄 것이고 더불어 수급조절 역할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
1년동안 산지유통인이 움직이는 포전농사 관리비용에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한데 전문성을 가지지 않은 농협의 직원들이 그런 자금을 산지에다가 운영한다면 현실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 것인지 의문점이 생긴다.
또한 리스크가 발생하면 과연 누가 책임질 것인가. 평생직업으로 해 온 산지유통인들도 실패확률이 60% 이상이나 된다. 그나마 유통인들은 평생직업이기 때문에 농산물에 병해충이 생겨서 농산물이 망가지면 전부 유통인들의 손해로 돌아가기에 현장에 나가 최선을 다해서 농산물을 관리한다. 그러나 농협직원들은 전문가도 아닌데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해서 큰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인지 우려가 된다.

◈산지유통인, 농민들과 동거동락했다
정부의 물가안정을 위한 수입확대조치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고 싶다.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거나 물량이 부족할 때 정부는 무조건 수입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실행하는 것 같다. 실질적으로 농민과 산지유통인들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격조정을 하고 물가안정을 시킬 수 있다. 정부에서는 수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을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산지에 가면 버려진 땅들이 많이 있는데 정부는 그 땅을 개간해서 국내농산물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그런 것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틈만 나면 무관세를 강조하며 외국 농산물 많이 들여오라고만 한다. 농민들에게도 살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줘야 되는데 정부에서 해야할 일들을 지금 산지유통인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산지유통인들이 농민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도와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례로 농민들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열심히 일을 하지만 수확이 끝난 겨울이 오면 춥기도 하고 거의 일거리가 없어져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다. 여름에 농사를 잘 지어서 가을에 많은 수확량을 확보해서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소득을 벌면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못한 농가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농민들은 겨울나기가 힘들다고 토로한다. 그렇기에 산지유통인들과 지속적으로 거래를 하다보니 친분관계가 형성되고 11월달쯤 겨울이 다가오면 하나 둘 농민들에게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겨울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내년에 농사 잘 지어서 거래할 것이니 지금 겨울을 보낼 수 있게 자금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이 일은 농협과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산지유통인들은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전화 한통으로 열악한 농가들을 도와주고 있는 것이다.

◈무조건 수입하는 정부정책, 이해못해
제일 안타까운 것은 농산물 가격이 조금이라도 비싸지면 정부가 개입해서 수입농산물을 들여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정부에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농민들을 다독이고 격려하면서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 배추가격폭락의 경우도 배추물량이 모자라서 수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과 국민들을 다독여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해서라도 우리나라의 주식인 김치를 나눠먹고 덜먹고 아껴먹자는 운동을 펼쳐서 조금만 버틴다면 배추는 넉넉잡아 2달이면 생산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배추를 생산해서 어려움이 없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IMF도 극복해냈던 우리나라 국민들인데 2달 못참아 주겠냐. 또한 김치는 오래 저장도 되고 묵은김치를 먹어도 맛있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많은 양을 생산하도록 열심히 해달라고 하면 고마워서라도 열심히 할 것이다.
우리 산지유통인들에게 부탁해도 얼마든지 배추파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 것이다. 무관세를 통해 무조건 수입하라는 정부정책, 이해할 수가 없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농민들도 물류가격의 흐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물량을 조절하면 분명히 위아래로 상승곡선이 그려지고 자연스런 섭리에 따라 곡선이 올라가면 다시 내려갈 것이고 내려가면 다시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가격이 올라가면 호들갑을 떨고 내려가면 조용히 있는 그런 정책은 시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올라간 가격을 안정시켰다면 농민들의 손해에 대한 보상과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
농민들 또한 정부가 잘못된 정책을 시행했을 때 조용히 있는 것이 아니라 똘똘뭉쳐서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 있는 농업농민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인터뷰-김지연 기자
사진-배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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