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 ‘하나로’
대형유통업체,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 ‘하나로’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10.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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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직거래, 직영농장, 계약재배, 위탁영농까지
대형유통업체, 생산에서부터 소비까지 ‘하나로’
산지직거래, 직영농장, 계약재배, 위탁영농까지

최근 유통업계의 판로가 새롭게 변하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마치 축산업계 하림의 계열화사업을 연상시키는 것처럼 산지직거래부터 시작해서 직영농장, 계약재배, 위탁영농 등 생산과 유통을 한꺼번에 작업하는 수직계열화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생산자단체나 수집상 등을 통해 농산물을 조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농가 단위 계약 재배를 통해 원하는 농산물을 직접 조달하는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편집자 주>

◈100% 산지직거래 ‘신유통바람’ 분다
이마트는 작년 5월부터 ‘100% 산지 직거래’ 방식을 도입해 농산물을 공급해왔다. ‘100% 산지 직거래’ 방식은 개별 농가가 생산한 제품을 유통업체(이마트)를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다. 기존은 산지 협력사나 생산자 단체 등을 통해 농산물을 구입했지만 이마트는 이런 것들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마진을 줄였다고 말한다.
농가 직거래는 중간 단계를 없앰으로써 농가의 판매 수수료, 산지 협력사 마진 등을 절감할 수 있어 농가에 수익성을 보장하고 소비자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마트는 농산물 수확 1~2달 전 밭 단위로 제품을 구입하는 방식인 포전거래를 통해 마늘을 시작으로 최근 대파, 양파, 양배추, 단호박, 감자, 고구마 등 10여개 품목을 같은 방식으로 선보이고 종류도 채소에서 청과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 거래를 하면 수확 당시 농산물 상태에 따라 이득을 볼 수도 혹은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위험 부담은 전적으로 이마트의 몫인 것이다.
산지의 규모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서 개별 농가와 거래하게 되면 대형 마트에서 취급하는 물량을 충분히 조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소리다.
또한 품질의 균일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모자라는 물량은 기존 협력사와 도매시장 등을 통해 공급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품질은 이마트가 농가에 표준화 규격화를 위한 지원을 통해 관리해야 할 크나큰 숙제인 것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러한 방식으로 마진을 낮출 만큼 낮췄으니 소비자에게도 더없이 좋은 일”이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경쟁업체는 ‘업계 최초’ 등의 수식어를 동원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는 것에 의아해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을 이제 와서 새롭게 포장한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는 개별 농가를 대상으로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10년 전부터 전 품목을 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들여왔다”며 “당연한 것이라 홍보할 필요조차 못 느꼈는데 새삼 이슈가 되는 게 이상하다”고 전했다.
홈플러스가 전하는 산지 직거래는 지역 농협이나 농가 조합을 통한 매입을 뜻한다.
또한 이 관계자는 “전국 매장에 대규모 물량을 공급할 만한 농가가 충분하지도 않거니와 개별로 거래하다 보면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롯데마트의 입장도 비슷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마트가 주장하는 산지 직거래 방식으로 낮춘 가격은 현재도 계약재배등을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계약재배는 유통업체가 종자와 비료 등 비용을 부담하고 농가와 상호 계약에 의해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이마트는 지난해 9월 경기도 광주에 대형마트로는 처음 축산물 가공센터를 설립했다. 지난 추석 때 냉장한우 선물세트의 90% 이상을 축산물 가공센터에서 공급하고 있는 이마트는 앞으로도 축산물 가공과 포장, 냉장 배송 시스템을 통해 축산물의 품질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부로 변신하고 나선 마트 빅3
상품 판매에만 전념해왔던 대형유통마트들은 상품에 붙은 가격 거품을 없애기 위해 직접 농부로 나서고 있다. 직접 땅에다 씨를 뿌리고 수확한 뒤 자신의 매장에서 최소한의 유통마진으로 제품을 판매한다는 게 대형마트의 전략이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빅3가 농부로 변신한 유통업체다.
가장 발빠르게 농사꾼으로 나선 곳은 롯데마트다. 롯데마트는 ‘친환경 영농팀’을 신설하면서 직영농장제도를 추진하기 시작해 인천 남동구에 유기농 상추 농장을 직영하고 있다. 시설비, 자재비, 인건비 등을 100% 사전 지급하고 대신 종자 선택부터 수확까지 모든 재배단계를 롯데마트가 직접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롯데마트가 시도하는 직영농장은 농지 임차비와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 비용, 자재비·인건비 등을 미리 원가 분석해 생산자에게 100% 사전 지급한다. 종자 선택부터 파종과 퇴비 사용, 수확 등 모든 재배 단계를 유통업체가 직접 관리하는 산지생산 방식인 것이다.
이는 롯데마트가 자신의 농장에서 직접 농사를 짓고 수확한 농작물을 매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생산자 판매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롯데마트는 이를 위해 농장을 확보했고 농장을 관리할 영농전문가도 관리인으로 채용했다.
지금까지 전적으로 농장주에게 맡겨져 온 농산물 품질 관리에 선진 기법을 도입했다는 것도 직영농장의 장점이다. 직영농장의 경우 안전센터를 통해 해당 농산물이 자랄 토양 성분부터 조사하고 생산 단계에서 전문 산지 관리인이 지속적으로 품질 관리를 한다.
한편, 직영농장은 품질 좋은 제품을 값싸게 수급할 수 있다는 등 장점도 많았지만 농사에 실패하거나 성공하더라도 값이 폭락하면 위험하다는 반대론도 만만찮았다. 그래서 유기농 농산물 중에서도 성공확률이 가장 높은 상추를 첫 번째 작물로 택하고 실패에 대비해 ‘농산물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다.
친환경영농팀 관계자는 “직영 농장을 운영하면 농장주는 모든 비용을 먼저 지급받아 생산 비용이나 판로에 대한 걱정이 없고, 유통업체는 유통경로를 줄여 싼값에 공급할 수 있다”며 “위험도 크지만 앞으로는 직영농장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롯데마트는 유통업체가 농지를 보유할 수 없는 법조항을 충족하기 위해 영농법인 설립도 추진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직영농장 운영으로 농장주는 판로 걱정을 덜고, 유통업체는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상추에서 무, 파 등 8개 작물로 직영농장을 확대해 농산물의 가격거품을 제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도 위탁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마트 농장’은 대규모 농지를 임차한 뒤 종자 개발부터 재배, 수확까지 직접 관장하고 이를 통해 가격이 저렴한 이마트표 제품을 선보였다.
이마트 측은 농장을 관리할 농군은 고용하되 농작물 및 비료 선택에서 생산관리 및 판매 등은 이마트가 총괄 관리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산지 조합 등을 거치지 않고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친환경 무와 당근을 생산ㆍ판매하고 있다. 산지에 관리자를 파견한 뒤 농작물의 수확과 관리를 직접 처리하는 위탁계약에 나선다는 게 홈플러스의 전략이고 계약 재배농장을 계속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이 같은 ‘생산과 유통 수직화’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대형마트가 농장까지 운영할 경우 도매시장 기능이 축소되고 농산물 가격 결정권마저 대형마트 손에 넘어가는 등의 부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대형마트를 바라보는 유통업계 일각의 목소리다.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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