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1포기의 적정 소비자 가격은 얼마일까?
배추 1포기의 적정 소비자 가격은 얼마일까?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11.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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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가격 폭등·락 원인은 무엇이고 폭등·락을 진정시킬 방안은 있는가?

이래협 부장
<서울시농수산물공사, 부장/ 국립한경대학교겸임교수, 경제학박사>

작년 추석직후인 9월 27일 가락시장에서 배추 1포기당 경매가가 1만3500원으로 치솟았는데 최근에는 1포기에 750~1200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어 배추 생산지에서는 가락시장에 출하해도 생산비는 말할 것도 없이 작업비와 운임도 건지지 못해 가락시장에 출하를 할 수 없는 그야말로 배추값 폭락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배추는 씨를 뿌려 키운 모종을 옮겨 심는 과정을 거쳐 출하 시까지의 생산 기간은 약 90일 정도 걸린다. 그리고 배추는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에 걸쳐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이다.

그렇다면 배추 1포기의 적정 소비자 가격은 얼마나 될까?
배추가 생산돼 일반 소비자에게 도착하는 유통과정을 살펴보면 생산 농민이 약 40일 정도 재배해 농업유통법인(구 산지유통인)에게 팔고 농업유통법인이 50일 가량 더 재배해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 출하하면 중도매인, 소매상인을 거쳐 일반 소비자에 이르는 몇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게 된다.
본인이 연구한 바에 의하면 배추 1포기당 생산원가는 대략 700원(고랭지배추는 약 1500원)정도이다. 산지 수확상차비(5톤차당 50만원)와 운송비(약40~60만원)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산지 농업인과 유통법인의 적정한 이윤이 보장되는 가락시장의 최소 경락단가는 대략 1800원 선이다. 이 가격이 중도매인과 소매상인을 거쳐 일반소비자에게 도착하면 배추 1포기 가격은 대략 3300원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매년 반복되는 배추가격의 폭락과 폭등의 원인은 무엇인가?
최근 5년간(’05~’09) 배추 1포기당 가락시장 경락단가는 약 1300원선으로 분석됐고 배추 1포기 당 일반 소비자 가격은 평균 2400원선에 거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그 동안 농업인과 농업유통법인이 배추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희생 속에 배추가 생산·유통됐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러한 배추의 항시 저가격 구조는 일반 유통업자에 의한 배추 저장기능 상실을 가져오게 됐다. 왜냐하면 배추 가격이 항시 낮은 가격으로 형성되므로 창고 저장비용을 들여 저장했다가 나중에 배추를 팔 경우 손해를 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민간에 의한 저장기능이 상실된 상태에서 작년에는 고랭지 배추의 작황이 극히 나빠 전술한 바와 같이 배추가격이 폭등해 가락시장 개장 이래 최고로 폭등하게 됐다.
배추는 생산 기간이 90일 정도 소요되는 신선농산물이고 생필품인 관계로 생산과 소비가 모두 가격 비탄력적이다. 따라서 배추 공급량이 약간 부족하면 가격이 폭등하게 되고 공급 부족에 따라 배추 가격이 올라도 우리 국민의 기호상 배추의 대체재(배추 대용품)도 없고 김치 없는 밥상은 생각할 수도 없으므로 배추가격은 더욱 폭등하게 된다. 배추 저장물량이 없을 경우 공급량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수입밖에 없게 된다. 반면 배추의 생산량이 약간 초과될 경우에는 민간에 의한 저장기능이 상실된 상태이므로 생산된 배추는 전량 시장 출하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앞다퉈 도매시장에 출하하게 되고 이에 따라 가격은 더욱 폭락하게 된다. 또한 배추는 가격이 떨어져도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품목이므로 가격은 더욱 더 폭락하게 된다. 요약하면 배추는 공급과 수요 모두 가격비탄력적이고 항시 저가격 형성으로 민간에 의한 저장기능이 상실됐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가격 폭등과 폭락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농산물이다.

배추 가격의 폭등·락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첫째, 배추 수급조절 정책에 있어서 수급조절 능력확보를 위해 정부에서 배추·무 저장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배추 가격의 문제는 가격 폭등의 문제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배추 가격 폭락의 문제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는 배추가격 폭등을 완화시켜 물가를 잡겠다는 안이한 발상에서 금년에도 배추를 수입했다. 배추를 수입해서 물가를 낮추는 정책은 지금 현재도 피폐한 농업 기반을 뿌리 채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 농업인의 생산 기반이 완전히 무너진 후에 배추를 전량 수입해서 먹게 될 날을 상상해 보라. 배추 한 포기에 10만원에 사먹게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작년에 배추가격 폭등 시 배추 유통인들이 매점매석행위로 수사까지 받았던 사건은 일종의 해프닝이라 할 수 있다. 배추의 가격폭등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본 시각이 아닐까 생각한다.
둘째, 절임배추 예약사업을 확대 지원해야 할 것이다. 가을 김장배추는 전체 배추 유통·생산량의 50%정도 되는데 이 시기에는 절임배추 유통이 가능하다. 충북 괴산군 및 전남 해남군에서는 절임배추 예약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를 롤 모델로 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절임배추 예약 사업을 지원해주면 배추가격이 상당히 안정되게 될 것이다. 절임배추 예약사업의 관건은 좋은 소금을 쓰고 소비자가 이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업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활성화시켜 도농상생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김장 절임배추 예약사업을 대폭 지원해 절임배추 유통을 확대시키면 배추가격 폭등과 폭락을 상당 부분 완화시킬 수 있고, 농업인에게는 적정한 이윤을 얻게 해 지속가능한 농업기반을 유지시키게 되고 소비자도 안정된 가격으로 배추를 소비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배추는 물류비가 많이 소요되는 품목이므로 파렛타이징과 대량운송차량(센터액슬) 이용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파렛타이징을 대폭 지원해 물류비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가격이 폭등하는 시기에도 고정물류비를 대폭 절감해 배추 1포기당 소비자 가격을 2800원 이하 수준으로 더 낮춰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30년 후에도 우리 민족의 고유 식품인 김치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고 뚝배기 김치찌개의 깊은 향기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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