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장 구조조정사업 축산농가에 ‘약’될까? ‘독’될까?
도축장 구조조정사업 축산농가에 ‘약’될까? ‘독’될까?
  • (주)농축유통신문
  • 승인 2011.12.02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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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 구조조정 정부와 도축업계에 맡겨놔선 안돼”
구조조정 사업 후 생축이동 거리 길어져 질병차단에 불리
도축장 대형화 앞서 지배구조 개선 심각히 고려해볼 시기

축산물 위생수준 향상과 품질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 중인 도축장 구조조정 사업이 구제역 등 악성가축 질병 방역에는 걸림 돌로 작용할 수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도축장 수는 줄고 규모는 대형화 되면서 도축장의 교섭력이 농가나 생산자단체를 앞도할 수도 있어 육계부분과 같이 한우나 양돈농가들도 도축장에 종속될 가능성 또한 높아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에 정부나 생산자 단체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위생수준 향상과 품질 경쟁력 향상으로는 장밋빛 청사진만을 보이며 추진 중인 도축장 구조조정사업을 분석하고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분석한다.

◆ 도축장 구조조정 방역에는 악영향

2010년 12월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기 시작하자 정부는 가축의 이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농장에서 가장 가까운 도축장을 이용토록 하는 지시사항을 지방자치단체와 도축장, 축협 등 생산자단체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하루만에 이를 철회하는 헤프닝이 발생했다.
지역 도축장의 경우 공판기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소비지와도 거리가 있어 도축을 어떻게 한다해도 판로가 없어 혼란만 가장될 것이라는 생산자단체와 도축장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어떤 지역의 경우 공판기능이 있지만 소를 가져가는 중도매인이 적어 하루에 10여마리의 소만 더 들어와도 가격이 폭락할 정도로 산지 도축장들의 상황은 좋지 못하다.
정부는 구제역 전국 확산이라는 악몽을 수습한 이후 ‘축산업 선진화 방안’ 일환으로 권역별로 도축장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자신의 농장에서 가장 가까운 도축장을 이용토록 하겠다는 것으로 가축과 관련 차량의 이동으로 인한 질병 전파를 최소화 하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문제는 농림수산식품부 내 위생 관련 부서에서 추진 중인 도축장구조조정 사업이 방역관련 부서에서 구상 중인 방역 강화 대책과 배치된다는데 있다.
87개의 도축장을 이용율을 높이고 자본축적이 가능한 수준인 36개 내외로 줄여 나갈 경우 농장과 도축장을 오가는 차량의 이동거리를 길어 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가축 질병 전파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또한 구제역과 같은 악성가축질병이 도축장이 위치한 지역에 발병할 경우 거점 도축장 기능을 대체할 도축장이 없어 가축의 이동이 더욱 광역화될 가능성 또한 높아져, 도축장 구조조정에 앞서 질병 발생에 따른 위험을 회피할 방법을 먼저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농가, 도축장에 예속 가능성 높아져

정부는 현재 87개소인 도축장을 15년 이후 규모화된 36개소 내외의 거점·통합도축장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강력한 구조조정 실시하고 장기적으로 덴마크의 데니쉬 크라운을 모델로 한 생산자단체형 패커를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재 도축장 중 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도축장의 수가 회원조합과 농협중앙회 자회사 육가공공장까지 포함해 8개소(농협 부천, 음성, 나주, 고령 공판장, 도드람, 김해축공, 부경축공, 제주축협, 목우촌)에 불과하고 농협사업구조개편 추진 과정 중 거점도축장 6개소를 추가로 확보한다 해도 36개 거점 도축장 중 농협계통이 확보하게 될 도축장은 최대 14개소에 불과한 상황이다.
결국 22개 도축장의 경우 민간에서 운영하게 되고 정부가 제도를 통해 권역별 도축장 이용을 강제할 경우 자연스럽게 농가들은 도축장 선택권이 사라져 지금까지 누려왔던 힘의 우위를 잃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하림그룹, 이지바이오시스템그룹, 사조그룹 등 도축장 등 관련 인프라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 대기업들이 도축장과 이미 확보한 사료공장 등을 묶는 수직계열화사업에 치중하고 있어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당수의 도축장이 이들 대기업 영향권에 들어 갈 가능성이 높고 농가 또한 권역별 도축장 이용을 강제하는 축산선진화 사업과 맞물려 대기업 도축장에만 납품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생겨날 수도 있다.
농협의 도축장 6개소 인수도 낙관할 수 없는 것이 현재 육가공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이 도축장 확보에 추가로 나설 경우 도축장들의 몸값이 급등할 수밖에 없고 구조조정 발표 이전에 주요 도축장에 대한 지분확보 등의 노력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거점 도축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도축장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는 사료부분을 갖고 있는 CJ를 비롯해 동원, 롯데햄 등이 손꼽히고 있고 이지바이오와 하림, 사조 등의 경우 현재도 도축 등 관련 인프라를 계속 사들이고 있기 때문에 한우와 양돈 농가들도 육계부분과 같은 방향으로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을 염두해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도축장 구조조정 앞서 지배구조 먼저 고민

결국 정부가 추진 중인 도축장 구조조정 사업과 가축질병 확산 방지를 위한 축산업 선진화 방안 추진에 앞서 농가 보호를 위한 도축장의 지배구조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육계부분의 경우 주요 도계장을 육계계열화사업자가 장악하고 있고 위탁사육방식으로 농가들이 이들 도계장에 종속되어 있는 상황으로 주요 원자재의 선택권이 사라지고 출하처가 고정되면서 거래과정 중 여러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 재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우나 양돈 등의 경우 농가들이 어느 정도 자본을 축적하고 있어 육계부분처럼 사료 등 원자재를 공급받는 위탁사육 방식으로의 전환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주장도 있지만 △출하처가 고정되고 △사료가격이 계속 오르는 상황 △글로벌 금융위기 만성화로 경기침체가 장기화 할 가능성과 그에 따른 소비감소와 축산물 가격 조정 가능성 △미국, EU 등 주요 축산물 수출국과의 FTA 까지 축산업계에 악 영향을 끼칠 재료들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은 한우와 양돈부분도 도축장 구조조정 이후 대형화된 도축장과 이들 도축장을 사들이는 대기업에 종속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2006~2008년 사료가격이 급등하고 금융위기가 겹치며 소비침체로 축산물 가격이 떨어지자 상당수의 양돈농장이 이지바이오그룹과 하림그룹의 양돈 또는 사료관련 계열사로 넘어가거나 인수합병 된 상황 등을 볼 때 한우나 양돈은 대형축산관련 계열화업체에 종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투융자 사업을 통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또 거점 도축장의 시설현대화를 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으로 공기업의 지분 참여를 통한 거점 도축장의 준공영화나 농협중앙회 등 생산자 단체의 지분참여를 통해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생산자단체를 참여 시키는 방법 등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축장이 특정 기업의 축산물 가공과 판매를 위한 작업장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고 전체 축산농가와 유통 및 가공을 하는 업자나 생산자단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적 인프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지 못한다면 위생수준을 높이고 방역을 강화한다는 방안으로 추진되는 도축장 구조조정은 결국 특정 대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정부가 방조하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농가보호 위한 안전장치 더 든든히 해야

이와 같은 우려에 대해 정부의 반응은 너무 앞서 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아직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도축장의 수가 너무 많아 이용률이 낮고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위생수준까지 낮아 축산물 품질 하락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도축장 구조조정은 미룰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여기에 국회에 계류 중인 축산계열화관련법이 제정되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농협사업구조 개편 이후 농협계통 도축장이 각 시도 마다 1~2개 씩 위치하게 되면 일반도축장을 이용하게 되는 농가들이라 할지라도 농협이 견제자 역할을 해주면서 어느 정도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
문제는 육계부분에서 본 것처럼 농협계통조직이 일반 기업들을 앞도 할 수 있냐는데 있다.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협동조합과 자금력을 갖고 있는 식품대기업들의 위상을 감안할 때 누가 양돈 및 비육우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것인지 예단하기 힘들고 농협중앙회가 정부의 생각대로 견제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 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도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우 및 양돈농가들은 도축장 구조조정이 농가들의 위치를 결정짓는 사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도축장구조조정 사업을 정부와 도축업계에만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육계부분과 같이 도축장에 농가들이 종속되는 것을 차단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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