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미리 경험한 양돈부분 한미 FTA…결과는?
<칼럼>미리 경험한 양돈부분 한미 FTA…결과는?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1.12.09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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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미 FTA 비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주말마다 도심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미 비준이 마무리되고 대통령이 한미 FTA 이행법안에 서명한 상황을 되돌리지 못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지만 야권은 정권교체를 통해 불평등한 FTA를 되돌려 놓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칠레, 미국, EU, 호주, 뉴질랜드 등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자유무역협정은 하나같이 농업강국 축산강국들과 맺었거나 추진 중이어서 우리 농업계는 큰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효된 EU와의 FTA나 내년 1월 발효될 것으로 보이는 미국과의 FTA는 주요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를 즉각 철폐하지 않고 일정 물량의 TRQ물량을 무관세로 들여오고 5년~10년간 단계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거나 일시에 관세를 철폐함으로써 시장개방에 따른 충격에 대비한 시간을 갖게 된다.
즉 미국과 FTA가 발효된다 해서 즉각적으로 시장이 열리지 않기 때문에 우리 농업 그중 가장 피해를 많이 보게 될 축산분야가 어떤식으로 대처해야 할지 그리고 그에 따른 시장 변화는 어떻게 될지 다양한 예측과 대응방법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발병한 구제역으로 많은 돼지가 살처분 되면서 부족한 돈육을 미국과 유럽 등에서 긴급히 수입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농식품부가 최근 공개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수입된 돈육의 양은 32만206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4813톤 대비 108%가 더 수입됐고 미국산의 경우 지난해 1~10월까지 4만6120톤에 불과하던 것이 올해는 같은 기간 12만7948톤으로 177.4%나 더 수입됐다.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수급에 문제가 생긴데다 할당관세까지 적용해 주면서 너도나도 돈육수입에 열을 올린 결과인데 이로 인해 앞으로 10년 뒤에나 실현될 돈육에 대한 무관세 수입이 구제역이라는 상황으로 인해 한시적이지만 올해 조기에 실현됨으로써 무관세로 수입된 돈육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이다.
구제역 발병 상황이 축산업계에 큰 고통을 안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무관세 돈육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축산업계에 귀한 경험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특히 미국산 돼지고기의 경우 평년 대비 3배 가까이 무관세로 수입됐고 특히 상당한 양이 냉장으로 도입되면서 그간 소비자들 사이에 큰 반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냉동육이 아닌 냉장육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관찰 할 수 있었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냉동삼겹살의 경우 관세철폐로 약 18%의 관세가 사라졌지만 소비가 잘 이뤄지지 않아 수입업자들이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반해 미국산 냉장삼겹살의 경우 지난해 12월 수입오퍼가격이 3.8불에서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되던 1월에는 4.14불로 상승했다. 2월에는 5.5불, 3월에는 6불을 돌파하더니 8월에는 6.25불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수입삼겹살(미국산) 도매가격은 kg당 12월 6600원에서 1월 7750원대로 치솟더니 5월 8450원, 6월 9100원까지 치솟으며 3000원 가까이 가격이 오른 것이다.
당시 도매시장에서 거래되던 국내산 돼지고기 kg 지육가격이 5000~7000원 선이었고 소매점 삼겹살 가격이 kg에 1만6000~1만8000원대(대형마트기준)인 것을 감안할 때 수입 냉장삼겹살과 국내산 삼겹살의 가격차가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냉장삼겹살에 부과되는 관세가 22.5%였던 것을 감안할 때 냉장삼겹살에 대한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음에도 국내산 냉장삼겹살과 수입삼겹살과의 가격차이가 크지 않은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찾아 주면서 냉동삼겹살과 같이 덤핑을 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세가 철폐되더라도 냉동삼겹살에 대한 국내산돈육의 경쟁력은 계속 유지되지만 냉장삼겹살의 경우 위협적이라는 것이 올해 돈육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을 통해 알 수 있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수입육의 가격이 22.5%의 관세철폐에도 불구하고 높게 유지됐다는데 있다.
정부는 물가를 잡기 위해 냉장삼겹살을 수입했지만 막상 시장가격이 평년 삼겹살 가격보다 높자. 보조금을 지원하고 또 수입된 삼겹살을 수매해 직접 소매점에 공급하며 가격을 낮게 유지시키도록 노력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바 있다.
즉 수입돈육의 소비자가격이 높은 국내의 돈가와 연동해 움직이며 형성돼 관세분 만큼의 가격차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상의 분석은 아주 빈약한 데이터를 활용해 기자 나름대로 가설을 세워 분석한 것이어서 신뢰성은 높지 못하다.
다만 이러한 가설을 가지고 우리 정부와 축산업계가 전문적인 연구기관이나 대학 등에 ‘미리 경험해본 FTA’에 대한 영향을 연구 분석하고 실제 FTA에 따른 관세철폐가 이뤄졌을 때의 상황을 시물레이션 할 수 있다면 정부나 생산자의 FTA 대비책이 정교해 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 구제역사태를 방역을 다시 강화하자는 값비싼 교육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FTA를 대비하는 또 다른 기회로 삼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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