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으로 시작 배추가격 폭락으로 마무리
구제역으로 시작 배추가격 폭락으로 마무리
  • 김수용 배민수 황지혜
  • 승인 2011.12.30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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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들이 뽑은 농축유통신문 10대 뉴스
농축유통신문은 2011년 송년호 발행을 기념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본사 취재기자들이 선정한 10대 뉴스에는 축산농민은 물론 온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던 구제역 사태부터 한미 FTA 국회 비준 등 다사다산했던 지난 1년을 돌아본다.
 

축산업계는 2011년을 매우 우울한 상황 속에 맞이했다.

 2010년 11월 재발한 구제역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있었고 고병원성 AI까지 발병해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방역 당국을 패닉 상태에 빠뜨렸다.
방송과 종이신문, 인터넷 매체까지 연일 구제역 확산 소식과 정부의 대책 그리고 살처분 소식으로 도배되다 시피하며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사실상 4월까지 농정 대부분이 구제역과 AI 조치와 후속대책 마련에 집중될 정도로 비용을 넘어서 엄청난 행정력의 낭비를 불러왔다.
구제역 상황이 우제류 전두수에 대한 예방접종을 통해 서서히 잡히기 시작하자 이제는 물가 비상이 걸렸다.
AI로 산란종계장 여러 곳이 병아리 생산을 못하면서 계란 값이 뛰기 시작했고 전체 두수의 30%가량 살처분한 돼지의 경우 4000원/kg 내외에서 안정됐던 돈육가격이 8000원대로 치솟는 등 질병 이후 계란, 닭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 상황에 시달리며 엄청난 양의 수입 축산물이 국내로 유입되기 시작한다. 이후 농식품부는 구제역과 AI로 인해 살처분한 가축 매몰지의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 우려라는 복병을 만났고 연일 언론과 환경단체들이 이를 문제 삼으면서 해당 지자체도, 방역 당국인 농림수산식품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애를 먹었다.
구제역 상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던 3월 정부는 물가 이상을 감지한다.
3월, 때 아닌 쌀 값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통 쌀 값은 단경기인 6~7월경 오르는 게 정상인데 아직 쌀이 많이 남아있는 3월에 오르는 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2010년 쌀 흉작 여파가 시장에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정부비축미를 긴급 방출하는 등 많은 수를 동원했지만 좀처럼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2011년에는 평년작을 회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재배면적 감소 영향으로 수확기 쌀 가격이 폭등하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발생했다.
올해 쌀 수확량 감소는 재배면적의 감소로 기인한다.
정부가 실시 중인 쌀소득기반다양화사업의 영향으로 쌀 재배면적이 지난해 89만2000ha에서 85만4000ha로 급감했고 2006년 95만5000ha와 비교하면 10% 가까운 재배면적이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논에 타 작물을 재배하며 조사료로 활용되는 볏짚 생산량이 줄어 볏짚 가격이 폭등하고 논소득기반다양화사업 일환으로 배추와 무가 대규모로 심어지며 가격 폭락에 일조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기까지 했다. 배추와 무 가격 폭락은 논에 배추가 심겨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지난해 고랭지배추와 가을배추가 태풍과 폭우 등의 영향으로 흉작을 기록하며 가격이 급등한 경험으로 인해 필요 이상 많은 무 배추가 심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산지폐기와 소비촉진 행사 등을 다양하게 진행했지만 많은 손실을 막을 수는 없었다.
한미 FTA 국회비준이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9월부터 한미 FTA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게 전개되고 있었고 특히 재협상을 통해 미국에 유리하게 협정이 변질됐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면서 한미 FTA에 대한 국민 여론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먼저 비준돼 발효된 EU와의 FTA에 대한 실효성 논란 무관세로 들어오기 시작한 칠레산 와인이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다는 소비자단체의 발표 등은 국민 여론에 불을 지폈다.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가장 피해가 크다는 농업 부분에 대한 배려는 실종되면서 농업계는 큰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국회가 정부에 제출한 2012년도 예산안 중 농림수산분야 예산 증가율이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에도 미치지 못한 것, 정부는 FTA와 관련된 시설현대화 사업 등 경쟁력 제고를 위한 예산은 많이 증가됐다며 설명에 나섰지만 성난 농심을 달래기에는 부족했다.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총 4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농협중앙회가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유통하기보다 신용사업 그리고 농자재 판매 등 손쉬운 사업에 치중한다는 비판 속에 농협중앙회를 농산물유통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전환시키려는 의지가 이번 법안에 담겨 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정부에 요청한 6조원의 지원금은 4조원으로 줄어 들었고 그마저도 3조원은 이차보전 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농협조직의 불만이 쌓여 가고 있다. 특히, 현재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농협의 판매사업이 신경분리를 한다해서 흑자로 들어설 수 있을지 자칫 재정균형을 위해 농업인들로부터 구매하는 농산물을 싼값에 매입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양돈부분은 구제역 여파로 무관세로 엄청난 양의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농식품부가 올 1월부터 10월까지 수입한 돈육은 32만2063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4813톤과 비교시 2배 가까운 양이 더 수입됐다.
올해 들여온 냉동삼겹살이 물가 안정에 기여하지 못하자 정부는 삼겹살 성수기인 7~8월 냉장삼겹살에 대한 수입을 독력하고 나서기 시작하고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수입삼겹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다.
한미 FTA 체결 등을 통해 앞으로 5~10년 뒤 이뤄질 돈육부분에 대한 무관세 수입이 한시적이라 하지만 조기에 실시됐고 물량이 부족하자 정부가 수입 농산물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례가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 한해 물가 잡는데 앞장섰다.
물가 불안 요인이 농업인이나 유통상인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 기후변화 등 재해에 따른 작황부진, 구제역과 AI 등 악성가축질병에 따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수입 정부 비축 농산물의 긴급 방출 등 농업인 소득 감소를 부추기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자연스럽게 농민들의 불만을 살 수밖에 없었다. 물가 안정의 핵심은 배추가격 폭락에서 알 수 있듯이 재배면적 확대를 비롯한 공급확대 뿐이다. 값싼 수입 농축산물을 아무리 수입한다 해도 국내산 농축산물 가격에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구제역사태가 마무리 됐지만 소비 부진으로 한우가격이 휘청하더니 뒤이어 공급과잉으로 한우가격은 연중 약세를 면치 못했다.
여러 대책이 요구됐지만 정부는 4대강 사업 등 많은 토목사업으로 인해 실탄이 없었고 적기 수급조절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한우가격 약세는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같은 시기 사료, 짚 등 원자재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축산농가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고 한우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자 국내산 육우가격은 처참한 수준까지 내려앉으면서 낙농농가들은 수송아지 처리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외에 종자산업법 개정, 골든씨드프로젝트 추진, 씨드벨리 조상사업 등 낙후돼 있던 종자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확보, 말 산업을 농촌 신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말산업 법 제정 등 미래지향적 정책들이 도입되며 관련 산업에 희망을 불어 넣은 뉴스도 있었으며 이외에 낙농농가들이 투쟁의 밑거름이 된 원유가 인상, 국립종자원의 불량 쌀종자 보급 파문, 농민연합 농단협 시대를 마감하고 농민연대, 농수축산연대 등 농민단체들의 이합 집산 등도 올해 주목받는 뉴스로 손꼽혔다.
김수용·배민수·황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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