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농업의 새로운 경쟁력 이야기 할 때
<칼럼>농업의 새로운 경쟁력 이야기 할 때
  • 김재민 기자
  • 승인 2011.12.30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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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류언론인 한국경제가 보도한 ‘6조5000억원 쏟아 붓고… 농업 제자리’라는 제하의 보도에 농식품부가 적극 해명하고 나섰다.
문제의 기사를 꼼꼼히 살펴보니 해당언론은 미국 등 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경쟁력 강화방안을 기업농육성으로 규정하고 기업농 육성 정책 성과가 미진하다는 내용으로 정부를 질책하고 있다.
해당 기사를 쓴 한국경제의 김보미 기자가 누구로부터 개방에 따른 농업경쟁력 제고방안을 세례받았는지 알 수 없지만 기업농 육성에 미온적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를 볼 때 현재 농업관련산업(농약, 사료, 비료, 농산물 가공유통 등)이 아닌 생산부분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국경제 김보미 기자는 농업경쟁력 강화방안으로 영세농 즉, 중소농을 빨리 구조조정 시켜 퇴출해야 하고, 기업농 육성에 걸림돌이 되는 농지법 등 각종 규제를 하루 빨리 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다른 말로 정리하면 정부 보조금 줘 봤자 소용도 없는 농가들은 하루 빨리 농촌현장을 떠나고 하림·이지바이오·동부한농·이마트·롯데마트와 같은 기업들이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정부는 제도를 고치고 지원을 하라는 이야기다.
수십년 아니 대대에 거쳐 농촌을 지키고 살아온 중소농에게 돈 몇 푼 쥐어주며 농촌을 떠나라하고 기업에게 농업을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누구를 위한 경쟁력 제고 대책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원주민을 몰아내는 재개발, 근로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구조조정과 같이 몇몇 소수만이 돈을 벌고 경쟁력을 소유하는 방식은 진정한 경쟁력 제고방안이라 할 수는 없다.
기존에 업을 하고 있는 이들이 계속 그 업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고 더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 제고 방안이 돼야 한다.
특히,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이야기되는 농장의 규모화와 기업농육성 정책은 변화하고 있는 식품 트랜드와도 맞지 않다.
현재 식량부족이 우려되고 소비자들은 농식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고 가축질병이 언제 발병할지 모르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무작정 농장을 키운다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현재 소비자들은 구제역 사태 이후 공장화된 농업과 축산에 대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고 양돈부분의 경우 기업형 대형 농장 상당수가 구제역이 발병하며 돈육 공급은 줄고 가격이 뛰는 등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농가들이 적당한 소득을 창출하고 또 보전받으며 영농할 수 있는 수준의 규모를 설정하고 지원책을 마련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농업을 영위하게 하는 것이 변화하는 트랜드에 부합하는 경쟁력 제고방안일 것이다.
이를 통해 질병 등 여러 리스크도 분산하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친환경적이며 안전한 농축산물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김보미 기자의 농업경쟁력 제고방안은 1990년대 UR협상 이후 우리 농업에 들어온 신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경쟁논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듯하다. 규모화·기업화·계열화 등 당시 정부가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내 놓은 정책들이 이번 기사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농식품의 트랜드가 바뀌고 있다. 과거의 경쟁력 제고 방안이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했다면 새로운 개방을 준비 중인 2010년대의 논리는 바뀌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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