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절체절명(絶體絶命)의 토종닭 산업
[기고문] 절체절명(絶體絶命)의 토종닭 산업
  •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장
  • 승인 2018.06.14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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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장(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문정진 한국토종닭협회장(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

2018년도, 토종닭 관련 종사자들에게는 기억하기 싫은 한 해로 자리매김 될 전망이다. 연초부터 생산비 수준에서 머물던 산지시세가 6월 현재 1300원/kg으로 초약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출하될 닭도 많아 토종닭 산업의 최대 성수기인 복을 비롯해 앞으로의 전망마저 불투명하다.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순간이다.

뒤돌아보면 예견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년 11월 17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하면서 우리 산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라는 전 세계적인 이슈를 앞두고 강원도에서는 산닭의 유통이 금지됐고 중추 유통도 제한됐다.

우리 협회도 AI 확산 방지를 위해 정부의 방역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며 장화 배포, 생석회 도포, 전통시장 일제 소독 등 차단방역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모두가 노력한 결과 총 22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예년에 비해 그 규모가 현저하게 줄었다. 특히 토종닭에서는 단 한건도 검출되지 않았다. 그러나 AI 발생에 따른 소비 위축은 피할 수 없었다.

종계 수가 많은 것도 시세 하락을 견인했다. 1~5월 토종닭 병아리 생산에 가담하는 종계의 수가 작년 대비 17% 증가해 과잉공급의 단초가 된 것이다. 결국 생산비를 소폭 상회하던 산지시세는 4월 중순부터 하락해 5월 8일 2000원/kg 이하로 하락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협회는 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 협회를 비롯한 가금 관련 협회와 계열화사업자의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모일 수조차 없었다.

협회의 목적은 회원과 회원사의 권익보호와 소득안정이다. 최근 협회가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참으로 개탄스럽다. 특히 지난 2014년, 전북 김제의 한 토종닭 농가가 가격 하락과 생계의 어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과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할까 걱정이 앞선다.

이제 곧 토종닭 산업의 최대 성수기인 복을 약 40여일 앞두고 있다. 토종닭 산업이 절체절명의 순간 두 가지의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산지 가격과 연동되지 않는 소비자가격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

유통과정에서의 마진을 고스란히 유통업계에서 취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산지가격 연동제는 물론 중량단위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 일정한 유통마진으로 산지가격과 소비자가격이 연동돼야 하며 가금육도 소·돼지고기와 같이 중량으로 판매돼 생산자의 피해를 줄여 나가야 한다.

두 번째로는 보다 수급이 어려울 때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다.

가축과 축산물의 수급조절 및 가격 안정을 꾀하도록 축산법에 명시돼 있다. 이 외에도 헌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등에서 수급 안정 방안을 마련하도록 명시돼 있다.

토종닭 산업도 작년, 산닭 유통 금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정부에서 200여만수의 시장격리를 통해 시장 안정에 큰 역할을 해 주었다. 하지만 올해 AI로 인한 간접적인 소비위축과 과잉공급으로 인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시장 개입이 없어 아쉽다.

우리의 자구노력 또한 필수 조건일 것이다. 본 협회도 토종닭 산업의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입추 자제와 자조금을 통한 소비활성화에 앞장 설 것을 분명하게 밝히며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시장 개입과 정책 전환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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