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업인시리즈⑦] 촉망받던 세일즈맨이 진짜 농부가 되기까지
[청년농업인시리즈⑦] 촉망받던 세일즈맨이 진짜 농부가 되기까지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8.09 09: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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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서 미래 찾아 삼만리…동물복지 산란계 농장 그리는 남광민 씨

[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남광민 씨(38)는 동물복지 산란계 농장을 꿈꾸고 있는 청년농업인이다.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 여시골산을 삥둘러 굽이굽이 이어진 길이 감싼 ‘청암농장’은 그의 농업 스터디 공간이다. 20만수 규모의 산란계 농장을 운영중인 아버지의 농장을 거울삼아 경북 김천에 동물복지형 농장을 설계중이다.

남광민 씨는 말끔한 슈트를 입고 기자를 반겼다. 용도에 따른 복장을 갖추는 것은 그의 철칙이다. 이 철칙이 농업과 축산의 이미지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후계농이긴 한데…”라며 흐릿한 말머리를 꺼냈다. 현재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거나 막강한 농업 콘텐츠로 부를 축적한 상황도 아니어서 자신이 풀어 놓을 이야기에 근심이 앞선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값진 경험담을 쏟아냈다. 진심이 묻어났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진지한 조언들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세일즈맨에서 농부로…늦깎이 농대생 도전

그는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자동차를 좋아하던 공대생이었다. 매일 쏟아지는 계란과 이를 판매하기 위해 계란값 5~10원으로 유통업자와 줄다리기 협상을 하는 아버지를 보고 개인사업에 대한 갈망은 더욱 공고해졌다. 졸업 후 국내 유수의 자동차회사에서 촉망받는 세일즈맨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보험사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고 ‘돈의 흐름을 읽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응했지만 시련을 겪는다.

소위 ‘멘붕’(멘탈 붕괴)상태에서 재충전의 의미로 가업을 거들기 시작했다. 영업을 경험하다 보니 곤혹스러워 보였던 유통상인과의 계란가격 협상도 물 흐르듯 유연하게 조율했다.

본격적으로 채란산업에 발을 들인 남광민 씨는 30줄을 넘겨 두 번째 대학생활을 하게 된다. 농업과 축산의 원칙과 닭의 생리를 알아야 자기만의 응용방법을 고안해 낼 수 있다는 아버지의 강력한 권유로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한다.

재학 중 대한양계협회가 주관한 해외 선진지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축산 선진국 네덜란드에서 남 씨는 100년 가까이 가업을 계승중인 양계장을 방문했을 때 농업의 역할과 가치를 깨닫고 확신을 얻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제 막 동물복지형 농장 도입 논의가 한창인데 당시 유럽은 이미 도입돼 있었어요. 그들은 바뀐 제도가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소비자가 원하는 안전한 계란을 생산하면 굶을 일이 없다는 게 4대째 이어지는 농장철학이다’는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재학 시절 트랙터 전국일주에 나섰던 남광민 씨와 당시 학생회장 김선도 씨.
한국농수산대학 재학 시절 대동공업에서 후원한 트랙터를 타고 전국일주에 나섰던 남광민 씨와 당시 학생회장 김선도 씨.

농업에 대한 확신, 다져줄 스승 찾아

축산의 가치에 눈을 뜬 남 씨는 현장실습교육 과정에서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밤에는 독서 삼매경에 빠지며 그야말로 주경야독을 실천했다.

“2학년 때 실습농장에서 저녁마다 책을 읽기 시작해 1년 동안 130권을 읽었습니다. 특히 여행가 강기태 씨가 트랙터를 타고 세계여행을 한 책을 읽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모두가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직접 해 봤던 강기태 씨는 저와 만나서 된다고 했어요. 해 본 사람 말을 믿어야죠. 사람이 곧 재산이고 그들의 경험이 제 미래를 가꿀 양질의 토양입니다.”

그는 2014년 트랙터 전국 선도농장 탐방 계획을 짜고 자신의 확신에 대해 도전장을 내민다. 지금껏 선도농장들을 무작정 찾아가 당돌하게 노하우를 묻던 남 씨였지만 불편해 하던 농장도 있다 보니 친숙하게 다가갈 콘텐츠를 만들어 자신의 확신을 증명할 농장을 찾아 나선 것이다.

당시 학생회장이었던 김선도 씨와 의기투합해 트랙터 전국일주 계획을 20군데가 넘는 농기계 업체에 문의했고 대동공업이 이들의 야심찬 청춘을 응원하며 트랙터를 후원했다.

이들은 품목별 14개 선도농장 대장정 길에 올랐고 농업 그리고 축산의 가치, 미래, 경영, 위기를 넘기는 지혜 등을 배우며 값진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는 “선도농가들을 다녀보니 기본적으로 품질 좋은 농축산물을 생산하면서 사육(생산)규모를 늘리는 경쟁을 하지 않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근데, 아무리 좋은 생산물이더라도 자신만의 판로를 개척하지 않으면 성공이 어려워 보였다”며 “소비트랜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체험장, 가공품 등 부가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필수였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여 도전하라, 힘찬 날개짓

“시스템 탓보다는 방법을 고민하고 먼저 겪었던 사람들의 지혜와 혜안을 모아 자신의 나침반으로 활용해야 해요. 청년이라는 말엔 많은 게 함축돼 있어요. 이들은 의지와 열정만 가졌고 아무 것도 없어요. 정부도 농업에 관해선 대출 요건을 완화하고 도전할 수 있는 땅과 기계, 시간을 주는 열린 정책을 고민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농업 현장에 스며들고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한다는 뜻이죠.”

농업에서 스스로 비전을 발견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남광민 씨.

그는 산란계 산업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답은 동물복지형 농장과의 병행이라고 생각했다. 막막한 초기자본은 후계농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녔다. 다른 지역 은행까지 발품을 팔며 부지매입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농장을 계획한 부지에 요건은 충족했지만 지자체는 주민 동의서를 요했다. 축사가 들어서면 악취민원에 시달려 허가에 소극적이다. 축산의 현주소를 체감하며 그는 농수산대학 졸업장과 트랙터 일주 등 자신의 의지와 비전으로 무장한 자료를 건네고 집요하게 설득했다.

올 가을 첫 동물복지 산란계농장 농부로서 인생 2막을 여는 남 씨가 말미에 밝힌 그의 아버지는 남기훈 계란자조금관리위원장(대한양계협회 부회장)이다. 아버지의 사회적 지위로 자신의 열정과 노력이 빛바랠까 걱정했다.

“아버님의 후광으로 사업을 벌릴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온전히 발로 뛰어 다녔어요. 올 가을 첫 입추를 시작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동물복지 계란을 생산하게 됩니다. 세일즈맨 경험으로 계란유통상인들과 예비 거래처 확보도 타진했고 일정량은 계란에 부가가치를 씌우는 콘텐츠로 맘카페와 백화점 등 프리미엄 시장을 두드릴 생각입니다.”

홀로서기에 도전중인 남광민 씨의 힘찬 발걸음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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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짱 2018-08-10 16:01:18
젊은 청년들이 꿈을 갖고 활동하는 이런모습 너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