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업인시리즈⑧] 오직 한우바라기 우(牛)직한 청년농부 김수호 씨
[청년농업인시리즈⑧] 오직 한우바라기 우(牛)직한 청년농부 김수호 씨
  • 김재광 기자
  • 승인 2018.08.16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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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차이 극복하고 새장 열어가는 3세대 한우 후계농
한우 3세대 후계농 '믿음 농장' 김수호 씨.
한우 3세대 후계농 '새삼 목장' 김수호 씨.

[농축유통신문 김재광 기자] ‘소가 말이 없어도 열두가지 덕이 있다’라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소는 말없이 우직하게 자기의 할일을 다 해내는 충직함의 상징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근면성실함을 상징하는 가축으로 소를 떠올려 왔다. 이러한 말들이 고스란히 몸에 밴 젊은이가 있다. 3대째 충남 천안에서 한우산업을 이어가고 있는 한우 후계농 김수호(32) 씨다.

TV고치며 놀던 아이가 '한우 한우물' 외곬로

어릴 때부터 기계를 다루는 것에 흥미를 느꼈던 김수호 씨는 고장난 TV도 수리하던 아이였다. 자연스레 이과계열로 진학했고 일찍 해군에 입대해 배 엔진을 다루는 업무를 담당했다. 제대 후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던 중 할아버지에 이어 2세대 한우인이었던 아버지의 권유로 진로를 바꾸는 큰 전환점을 맞는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제 업이다 생각하고 받아들이게 됐어요. 스스로 제 미래 방향을 인정한 뒤에는 성공에 대한 절실함이 더해졌어요. 앞으로 있을 역경과 고난은 슬기롭게 극복하자는 생각밖엔 없었죠.”

한우 사육을 시작할 것이라면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한다. 한농대 시절 김 씨는 본격적으로 한우바라기가 됐다. 기초부터 이론학습, 실습을 거치는 동안 축산산업기사, 가축인공수정사, 농기계정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다.

“한우 공부를 시작하면서 쌓이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했어요. 알면 알수록 궁금한 게 더 많아지더라고요. 실습농장에서 한우의 사육과 유통, 판매에 대해 배울 수 있었는데 그만큼 풀어갈 궁금증도 더 커졌어요.”

실습현장에선 아버지에게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배울점이 수북했다는 김 씨. 실습농장과 아버지 농장을 두루 거치면서 사육환경과 소의 생리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질문하고 그 해답들을 메모했다. 이 메모들은 훗날 김수호 씨의 ‘새삼 목장’ 설계에 큰 도움이 된다.

경쟁자 그리고 동반자이자 조력자…‘아버지’

대부분의 후계농이 겪는 과정중에는 아버지와의 갈등과 해소라는 세대차이 극복의 시기가 있다. 김수호 씨에게도 이러한 혼란의 시기는 존재했다.

김수호 씨는 한농대 졸업 후 아버지 농장에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축사 청소부터 사료급여, 개체관리 등 배워왔던 것들과 현장의 괴리가 깊었다. 그 괴리감은 아버지와의 대화에서도 커졌다.

“아버님도 2세대 한우인이기 때문에 개방적이셨지만 기존의 틀을 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아버님의 경험도 존중하지만 실패를 하더라도 실패에서 얻는 교훈이 더 값지다고 생각했어요. 전 아직 젊으니까요.”

그는 매일 새벽에 일어나 농장일을 시작해 저녁 7시가 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아버지 농장에서 일하고 받는 월급은 송아지였다. 한 마리, 두 마리 아버지 농장 한 켠에서 작은 공간을 할애 받아 자신의 뜻대로 사육하기 시작한다. 2년차부터는 임대축사를 얻어 본격적으로 자신의 한우를 사육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농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연말정산은 빼놓지 않았다. 농장의 A to Z를 관리하면서도 경제관념을 키우기 위해 회계관리도 철저히 했다.

독립한 김수호 씨가 출하한 소들의 성적이 아버지 농장보다 좋아지고 나서야 비로소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이제 아버지는 그에게 든든한 동반자이자 조력자다.

전체적인 축사 환경이 청결하고 쾌적하다. 사료나 미네랄, 물 섭취시 경합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언제나 여유롭게 비치해 둔다. 많이 섭취해도 이른바 ‘떡지방’이 생기지 않도록 영양성분을 분석해 고루 배합한다. 자동보온급수기도 타 축사에 비해 많이 설치된 편이다. 지붕 환기통로는 미국 홀스타인 축사관련 논문에서 발견한 건축폭과 길이 대입 계산식에서 2배 이상 넓혀 환기가 잘 되게 하고 있다. 관리사에 빼곡하게 정리된 한우 개체 기록들이 눈에 띈다.
전체적인 축사 환경이 청결하고 쾌적하다. 사료나 미네랄, 물 섭취시 경합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언제나 여유롭게 비치해 둔다. 많이 섭취해도 이른바 ‘떡지방’이 생기지 않도록 영양성분을 분석해 고루 배합한다. 자동보온급수기도 타 축사에 비해 많이 설치된 편이다. 지붕 환기통로는 미국 홀스타인 축사관련 논문에서 발견한 건축폭과 높이 대입 계산식에서 2배 이상 넓혀 환기가 잘 되게 하고 있다. 관리사에 빼곡하게 정리된 한우 개체 기록들이 눈에 띈다.

일터에 동물과 환경 복지 담은 (牛)우등생

‘새삼목장’으로 독립을 시작한 김수호 씨는 자신이 일하고 실습했던 농장에서 배우고 경험하며 메모한 노트를 꺼내 자신의 농장에 적용했다. 그의 농장은 임대축사다. 김 씨는 “농축산물 생산해 땅값을 상환하긴 어렵지만 임대를 하면 그 이상의 소득을 낼 수 있고 미래를 위한 투자가 가능하다”며 “단 오랜 임대 유지를 위해 농촌정서에 스며드는 과정은 필수다”고 부연했다.

그는 축사 설계도면을 자신이 그릴 수 있을 만큼 축사환경에 세심한 신경을 썼다. 한국농수산대학 시절 수학한 내용을 토대로 축사 지붕에 김 씨가 고안한 독특한 환기통로를 설치하고 개폐식 축사를 지었다.

분뇨 악취가 안 나도록 축사 경계를 비스듬히 세운다거나 송아지만 들어갈 수 있도록 축사 내 파이프 높이를 정확하게 재단하는 것, 근친과 브루셀라병 위험이 있는 자연교배보다 기록에 의한 체계적인 인공수정 등 부친과 생각의 차이가 컸던 부분들이었다.

고급육을 생산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던 사육법도 실천에 옮겼다. 충분한 영양공급(일 4회)을 위한 양질의 자가 배합 TMR사료, 사료통 철판 구조, 송아지 이유관리, 소들의 활동 여유 공간, 적정 규모의 철저한 분리 사육이다. 부산물을 활용하고 직접 조사료를 재배하는 자원순환농법을 적용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믿음농장으로 실습나온 한국농수산대학 2학년 실습생들과 김수호 씨(왼쪽에서 2번째)
새삼목장으로 실습나온 한국농수산대학 2학년 실습생들과 김수호 씨(왼쪽에서 2번째)

우직한 청년, 새신랑으로 전성기 개막

“하루 종일 축사에서 한우물만 파다 보니 친구들이랑 놀 시간도 없었어요. 키우는 소의 행동에만 관심을 가졌고 기록하면서 어떤 소가 고급육으로 이어지는지 관찰했습니다. 여자친구 한 번 못 사귀고 정말 고독하고 힘겨운 시간을 감내한 것이죠.”

김 씨는 이렇게 말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를 축사에서 꺼낸 것은 가축의 스트레스와 사양관리는 미세마블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일본 연구논문이다. 논문을 보고 소에게도 편안히 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침과 늦은 오후에 사료를 급여하면서 농장일을 집중해 끝내고 소 주변에 서성이지 않는다. 쉬다가도 김 씨가 나타나면 일어서고 이동하거나 울음소리를 내는 등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함이다.

동물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김수호 씨는 중앙대학교 대학원 동물생명공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이수중이다. 그는 소들이 평온하게 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농협 한우개량사업소 후대검정농가로도 선정된 김수호 씨의 농장은 300두 규모의 국내 한우 고급육의 전초기지로 꼽힌다. 새삼목장은 한국농수산대학 후배들의 실습현장으로 활용되는 한우 선도 농장이 됐다. 1+등급이상 출현율은 80%를 상회하고 이중 절반가까이는 1++등급으로 매겨진다. 그러나 최근엔 연이은 축사 공사 소음으로 전보다 1++등급 출현율은 낮아졌다. 가축 스트레스가 등급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다고.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근면성실하고 우직한 청년 김수호 씨를 일찌감치 낙점한 주변사람들의 소개로 올 11월 외로운 독백을 깨고 어여쁜 신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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