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 관세율 513%가 중요한가, 국별 쿼터가 중요한가
[사설] 쌀 관세율 513%가 중요한가, 국별 쿼터가 중요한가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9.02.07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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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영하 대기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4개 농민단체의 실무급 책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2019년 제1회 농정협의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의 책임자인 정일정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우리가 설정한 쌀 관세율 513%에 이의를 제기한 미국, 중국, 태국, 호주 등 국가들이 자국의 수출물량을 안정적으로 배분해줄 것을 관세율 검증 초기부터 요구하고 있어 쌀 관세율 513% 확보를 위해 국별쿼터 배분 관련 협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쌀 수출국들은 경쟁입찰을 통해 물량을 낙찰받는데 베트남산이 90%를 넘어서고 있어 나머지 4개국이 이런 국별쿼터를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인 WTO에서 어떻게 자유경쟁을 회피하고 국별쿼터를 요구하는 지도 문제이지만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선 마당에 쌀 수출국들도 이런 추세를 타고 안정적인 수출물량을 확보해달라는 국별쿼터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별쿼터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관세율 513%가 높다며 이를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14년 당시 정부는 더 이상 쌀 의무수입물량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쌀 관세화를 추진하면서 513%의 관세를 적용할 것임을 농민들에게 약속하고 201511일부터 쌀 관세화에 들어갔다.

국별쿼터란 우리나라가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할 쌀 가운데 일정 물량을 특정 국가에 배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농식품부는 2015년부터 쌀시장을 관세화로 개방하면서 국별쿼터를 폐지했었다. 국별쿼터는 2004년 쌀 재협상에서 관세화를 재차 유예한 데 따른 대가로 생긴 장치이지만 관세화 전환에 따라 국별쿼터는 자동으로 사라졌다.

더구나 2004년까진 의무수입 쌀은 전량 가공용이었지만 그해 쌀 재협상에서 쌀 수출국들의 강한 반발로 밥상용 쌀 의무수입 비중이 설정됐다. 200510%이던 이 비중은 관세화 직전연도인 201430%까지 확대됐었다. 하지만 2015년 쌀 관세화 전환과정에서 정부는 밥상용 쌀 비중을 폐지, 밥상용-가공용을 미리 구분하지 않고 우리의 필요에 따라 수입했다. 이 조치로 인해 201412만여 톤에 달하던 밥쌀용 쌀 수입량은 현재 4만톤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다시 국별쿼터를 적용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세계 단일시장화와 완전개방을 목표로 출범한 것이 WTO인데 어떻게 자유시장 경쟁의 논리는 없어진 채 국별쿼터를 배정해서 상대국의 쌀을 의무수입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국별쿼터의 배정은 오히려 밥상용 쌀의 수입이 늘어날 수 있어 국내 쌀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수단이 되지 못한다. 어떻게 쌀 수출국이 베트남과 쌀값 자유경쟁은 하지 않은 채 국별쿼터를 배정해 손쉽게 수출하려는지 우리 통상관계자들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쌀 관세화 유예나 관세화나 지금까지 농업통상 문제는 한번 잘못 결정하면 10년동안 이를 지켜야 하는 등 그 파급영향이 매우 크다. 농민단체 실무자들을 조용히 불러다가 설득하려 하지 말고 전문가와 대표적인 농민단체 정책실 관계자, 통상담당자 등 각계가 참여하는 끝장토론을 벌여서라도 통상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조용한 대안이 아닌 시끄러운 차선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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