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지폐기만이 유일한 대안인가?
[사설] 산지폐기만이 유일한 대안인가?
  • 김영하 대기자
  • 승인 2019.03.0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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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영하 대기자]

올해 들어서서 유난히 주요 농산물의 산지폐기가 많았다. 제주도의 겨울무가 폭락해 80%를 산지폐기해 겨우 안정을 찾았다. 배추의 경우 생산량이 그다지 늘지 않았는데도 겨울철 따뜻한 날씨로 포기별로 20%가 증수되는 현상이 발생해 실제로는 30%가 증수돼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허나 겨울배추의 과잉으로 25000, 48000톤 두 차례나 산지폐기를 했어도 폭락세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2만여톤을 더 산지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최근 농어업정책포럼에서 이개호 장관이 밝힌 배추수급대책이다. 이 때문에 도입한 생산안정제를 보면 농가의 보험가입률이 8%에 불과하다. 폭락을 반복했던 품목은 생산안정제로 최근 5년간 평균가의 80%를 보전해도 생산비도 거두지 못하기에 생산안정제에 참여농가가 적다는 것이 전문가의 진단이다.

워낙 낮게 떨어진 가격 탓에 5년간 평균가라고 하더라도 농가소득을 제대로 보전할 수 없기 때문에 생산안정제의 추진방식에 큰 폭의 개편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유통정책에서 가격폭락에 대비하는 가격안정 대응방식이 산지폐기밖에는 없는가? 물론 당장에 나타나는 폭락을 회복시키려면 시장격리를 위한 최후의 방식이 산지폐기다. 그래서 상황이 급박한 때 그런 조치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제주에서는 무·양배추과 함께 감귤마저도 가격이 지난해 대비 20~30% 폭락했다. 양파는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평년 시세에 한참 밑도는 700원선을 유지하다 최근에는 500원선으로 내려갔다. 그럼에도 재고량 과잉으로 햇양파 가격 역시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월동배추 가격은 반토막이 났다. 그런 바람에 제주를 비롯해 겨울채소를 재배하는 산지에서는 트랙터로 많은 수량을 갈아엎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농산물 가격폭락 사태는 순전히 수입개방 때문이다. 수입개방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농산물의 가격폭락이 일상화 된 것이다. 농민들이 분별없이 농사를 많이 지어서 과잉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 오산이다. 농민은 정부가 정책을 펴 온데로 농사지은 죄밖에 없다. 그러면 대책까지 확실해야 한다.

어느 농민이든 출하농산물이 폭락되는 것을 바라지 않기에 과잉을 막기 위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자신이 지으려고 하는 작물의 농사를 등록해 수요치 이상의 재배자가 나타날 때 이를 통제하는 수단을 강구하는 정책대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등록하지 않은 재배품목은 국가가 보장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

또 중소농의 농산물이 지역으로 판매되는 로컬푸드시스템의 구축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야 할 것이다. 현재 지역의 농산물 자급소비율은 3%에 불과하다. 그런데 로컬시스템을 갖춘 완주군의 자급소비율은 절반에 가깝게 확대된 것으로 최근의 조사결과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로컬시스템과 지역푸드플랜의 수립을 지원하는 정책의 강화가 절실한 것이다.

또한 어느 정도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특화품목에 대해 최저가격보장제를 실시할 때 대표적인 농산물 품목이라면 국고의 지원을 반영하는 것도 대안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산지폐기의 즉각적인 대책을 넘어서서 정부의 종합적인 대안마련을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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