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농민단체들, 시장도매인제 도입 ‘시기상조’ 한 목소리
대표 농민단체들, 시장도매인제 도입 ‘시기상조’ 한 목소리
  • 김수용 기자
  • 승인 2019.08.30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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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한 관측을 통한 적정 생산소비로 안정적 농업 기반부터 다져야


[농축유통신문 김수용 기자] 

최근 몇 년간 서울시농수산물식품공사를 중심으로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두고 유통주체 간 설왕설래가 이어져 오고 있다. 대부분의 생산자를 비롯한 수집 주체들은 시장도매인제도 도입을 반대하고 있고 중도매인 등의 분산주체들은 시장도매인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시장도매인제도의 도입을 두고 생산자의 입장이 배제되고 있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대다수의 농민단체들이 시장도매인제도를 반대하고 이를 전방위적으로 알리고 있지만 이를 법제화하는 정치권은 이를 깡그리 무시하고 유통주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우리나라 대표 농민단체인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와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의 실무를 담당하는 자들을 통해 공동질의을 하고 이에 대한 각 단체의 입장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질문 ◆

1. 시장도매인제 논의가 20년째 이어지고 농민단체는 반대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2. 정부는 농산물 수급정책보다 가격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에 따른 입장은?

3.정부의 유통개혁에 있어 귀 단체의 입장을 알고 싶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서용석 부총장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서용석 부총장

생산자 힘 부족유통인 요구에 따라 피해볼 수밖에 없는 구조 지속

1. 시장도매인제도가 최근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정작 중요한건 현장의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생산자의 힘이 부족하다. 생산자 힘이 부족하면 유통인들의 요구에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구조상 지역의 산지 조직화가 현실적으로 제대로 안된 상황 속에서는 소규모로 농사짓는 생산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국내에서 가장 큰 공영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이다. 굳이 시장도매인제를 원하면 강서시장에서 그 기능을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재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의 매출을 보면 그 기능이 미흡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들어 시장도매인의 물건 중 일부가 경매로 나온다는 의혹도 들리고 있다. 만약 시장도매인의 물건이 경매로 나온다면 경매가격의 하락은 자명하다. 이에 따라 다른 선량한 생산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급(공급, 공판장)과 분산(중도매인) 기능을 철저히 분리해야 서로간의 원활한 협상이 진행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생산자 입장에서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시장도매인제도는 자체적으로 가진 장점보다는 단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농업인, 농산물 로또 맞고 싶은 게 아니라 일정·균일한 수입 보장받고 싶어

2. 수급이 맞으면 가격은 따라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너무 소비자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선제적으로 농산물이 과잉됐을 때 생육단계에서 포전정리를 하면 농업인과 정부자금을 줄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응이 늦어져서 피해를 더 키운다. 아울러 농업계통 또한 굉장히 중요하다. 현장과 통계가 맞아야 수급이 원활한데 통계청과 농식품부 쪽이 내용이 틀린 경우들이 나오면 생산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고 출하 등에도 혼선이 발생한다. 현장의 농업인들은 농산물로 로또를 맞고 싶은 게 아니라 일정하고 균일하게 수입을 보장받고 싶다. 금년도 채소(, 배추, 양파, 마늘 등)류 가격 폭락이 있었을 때 정부에서 시장격리를 했지만 가격에 바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경험이 있다. 여기서 우리가 배운 것은 공급과잉을 시장 격리로 해결하려 든다면 가격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시장 격리한 물건이 언제 다시 시장으로 나올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마트에 가보면 가격이 폭락했다는 소리는 무성한데 소비자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소비자는 항상 균일하게 농산물을 구입하고 있다. 그래서 결론은 적정 생산과 적정소비를 잘 맞춰주면 정부는 공적 예산을 들일 필요도 없고 농업인들은 안정적인 소득을 받을 수 있다.

 

문 정부, 개혁보다는 과거 정책 보완해 나가야

3. 문재인 정부가 들어오고 개혁이라는 표현들이 많아 졌다. 하지만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과연 무엇이 개혁이 됐는지 궁금하다. 개혁이라는 표현은 과거 정부를 부정하는 표현으로 들린다. 단순히 개혁이라는 표현보다는 과거 정책을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통 또한 마찬가지다. 과거에 진행했던 정책을 뒤집는다고 해서 나이지는 것이 아니다. 나아진다고 했다면 현재 농업인들이 이렇게 어렵지 않다. 개혁을 잘했다면 농업인들이 피부로 체감을 했을 거다. 하지만 갈수록 농업인들의 삶은 힘들어지고 이를 대변해야할 국회는 정쟁만 하는 현실에 가슴이 아프다.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강정현 정책연구실장

출하자, 중도매인에 대한 신뢰 제도보다 사람에 대한 신뢰문제

1. 매번 시장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제도 도입을 꺼내 경쟁을 촉진하면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처럼 이야기 되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우리 단체에서 시장도매인제도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제도에 대한 반대가 아닌 사람의 신뢰도에 대한 반대가 크다. 출하자는 일차적으로 시장 내 중도매인들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다. 과거 수십 년간 부딪히고 밟혀 오면서 체득한 경험은 쉽게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의 전제조건은 중도매인의 투명성과 더불어 시장거래의 신뢰회복이다. 두 번째는 시장도매인 제도 내 품목의 한정 문제이다. 혹자는 출하선택권 확대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도매상 제도는 필요로 하는 대상자를 연결해 주는 제도로서 출하자보다는 구매자가 필요로 하는 물목을 연결하다 보면 품목이 다양해 질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도매시장 내 수탁거부 금지 원칙 훼손과 도매상에 끌려갈 수 있는 비투명성의 문제도 존재한다.

 

소비자측면만 고려하는 정부, 농민들이 어려움 겪는 이유다

2. 소비자측면만 고려하다 보니 현 정부는 가격에 민감하다. 오히려 이러한 모순 때문에 우리 농민들은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다. 가격폭락에는 산지폐기 이외의 정책으로 땜방하고 가격이 인상되면 보유물량 및 수입물량으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이는 당장의 문제만 해결하면 되지라는 근시안적 사고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매번 반복되는 현상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당연히 수급조절이 우선돼야 한다. 정밀한 관측이 가능한 시점에서 수요와 공급은 어찌 보면 정확하게 예측 가능할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는 반면에 가격정책은 외부환경요인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에 초기에 수급조정을 통해 가격진폭을 최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래야지 매번 이야기 되는 사후약방문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산지 규모화에 따라 유통 내 판로 구분하는 투 트랙필요

3. 정부의 유통개혁의 핵심은 방어적인 것 아닌 선제적인 것이어야 한다. 유통의 효율화를 산지와 도매시장 내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이다. 산지는 생산농가 규모화에 따라 유통 내 판로를 구분하는 투 트랙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영세소농과 귀농인을 위한 안정적 판로확보를 위한 로컬푸드, 제철꾸러미 등 소량다품목의 접근성을 높이고 전업농(성장가능농)은 산지조직화를 할 수 있는 지역농협과 법인의 역할을 강화시켜 낼 필요가 있다. 또 이에 따른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조직화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려 수급조절을 통한 안정적 소득 확보의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유통개혁의 핵심인 도매시장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전국도매시장의 기능을 획일화 할 것이 아니라 중앙관리시장을 대도시중심으로 확대재편(9개에서 13개 청과)하고 필요시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을 위한 협력시장으로 중앙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고 나머지 지방도매시장은 지자체에게 권한이양을 하고 선별과 포장센터기능이 가능한 물류기지로의 변환이 필요하다. 또한 도소매 혼재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중앙도매시장은 도매공간으로 저온저장시설 및 물류분리 작업공간을 확보해서 농산물 신선도와 유통기간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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