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WTO보다 무서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현실이 되나
[사설]WTO보다 무서운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현실이 되나
  • 김영하 기자
  • 승인 2019.11.22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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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영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초 태국 방콕 IMPACT 포럼에서 개최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각국 정상들과 함께 공동성명을 통해 인도를 제외한 15개국 간 협정의 시작을 선언, 시장개방협상 등 잔여협상을 마무리해 2020년 최종 타결 및 서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현대적이고 포괄적이며 수준 높은 상호호혜적 협정을 통해 규범에 기반한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무역시스템 조성, 공평한 경제발전과 경제통합 심화에 대한 기여 필요성 등 RCEP의 지향점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RCEP 타결로 세계 인구의 절반, 세계 총생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이 시작됐다아세안을 중심으로 젊고 역동적인 시장이 하나가 됐다고 표명했다.

RCEP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역동적인 시장 운운하며 새로운 시대가 온 것처럼 일간지 기사에서 칭송할까? RCEPASEAN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6개국 등 총 16개국이 참여하는 아태지역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그동안 이들 국가는 201211월 동아시아 정상회의를 계기로 협상 개시를 선언해 지금까지 약 7년간 28차례 공식협상, 16차례 장관회의, 3차례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것이 그렇게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인가? 모든 대외협상이 그렇듯이 RCEP도 수출산업에는 득이 되고 농어업에는 큰 타격 입히는 것은 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나 WTO/DDAFTA나 똑같다. 다만 FTA와 같이 양자간 협상이 아닌 아시아·태평양지역 내 16개국이 참여하기 때문에 파급영향이 매우 크다. 더구나 최근 대한민국은 WTO 개도국 지위 포기를 대외적으로 천명했기 때문에 모든 협상은 선진국의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에 따르면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영역별 기준을 마련된 협정문은 20개 장(Chapter)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를 미공개 하도록 돼 있어 어떤 영역으로 분류돼 협상을 진행할지 전혀 예상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16개국 중 인도의 경우에는 자국의 농업피해가 우려돼 협정문 공동성명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협상의 영역에 원산지표시에 대해 논의가 진행될 경우 역내에서는 원산지표시로 차등을 주지 않도록 하는 개방조건이 가능해 역내에서 생산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민간 농업계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경우 개방의 강도가 RCEP보다 더 크고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등의 독소조항도 빠진 협정이어서 그 보다 부담은 덜하지만 WTO가 더 이상 개방을 확대하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른 다자간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농민들에겐 새로운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확실한 농가경제 안정대책이 절실하다.

RCEP는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분에 달하며, 세계 인구의 절반, 세계 교역의 3분의 1(9.6조 달러, 29%)을 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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