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87억짜리 멧돼지 울타리…유명무실(有名無實)
[기자수첩]87억짜리 멧돼지 울타리…유명무실(有名無實)
  • 정여진 기자
  • 승인 2020.01.10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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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정여진 기자] 

ASF 멧돼지가 철원과 연천을 지나 포천 바로 위까지 내려왔다. 과연 멧돼지가 울타리에 막혀 남하하지 못할까?

멧돼지 관리의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ASF 멧돼지가 접경지역 안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광역울타리를 설치했다. 또 멧돼지가 이중울타리를 넘기 힘들다는 특성에 따라 이중울타리로 설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울타리 설치에 87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 상황을 취재한 기자 입장에서 87억원이 투입된 만큼 울타리가 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면서도 지자체에서 그 넓은 범위에 울타리를 잘 설치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여러 매체를 통해 엉터리 울타리’, ‘허술한 울타리로 보도되면서 ‘87억원짜리 울타리의 민낯이 샅샅이 드러났다. 울타리는 지침에 따라 1.5m 높이여야 하는데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 허다했고 울타리에 구멍이 뻥 뚫린 곳도 있는가 하면 철조망이 산과 붙어있어 멧돼지가 쉽게 뛰어넘을 수 있는 곳도 발견됐다.

특히 남방한계선 울타리를 직접 본 수렵인이 울타리에서 멧돼지가 지나간 흔적을 발견하는 일도 발생해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발생 초기 국방부는 절대로 멧돼지가 북쪽에서 내려올 수 없다고 설명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반박할 근거는 쏟아지고 있는 마당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의문이다. ASF 감염 멧돼지가 포천·동두천·양주·가평·춘천 근처에 다다랐고 울타리는 힘을 쓰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육돼지에서 ASF 발생이 안 나오고 있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서로 표창장을 나눠주고 잘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ASF 재발생이 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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