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지 스마트농업, ‘무엇을’ 보다 ‘어떻게’를 고민해야 할 때
노지 스마트농업, ‘무엇을’ 보다 ‘어떻게’를 고민해야 할 때
  • 농축유통신문
  • 승인 2020.03.20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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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 스마트농업,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대표, 한일 노지스마트농업 추진과정 비교

[농축유통신문] 

GS&J 시선집중은 남재작 한국정밀농업연구소 대표의 노지 스마트농업,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를 비중 있게 다뤘다. 노지 스마트농업이 진행돼 온 과정 기술 전달체계와 데이터의 통합성 지역단위 스마트농업과 규모의 경제성 등으로 구성된 이 보고서를 요약, 게재한다.

<편집자 주>


미래농업은 어떤 모습일까?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농기계, 농업인을 더 지혜롭게 만들어주는 지식과 정보, 그리고 언제나 접근할 수 있는 시장동향 정보 등을 상상할 것이다. 이러한 농업을 사람에 따라 정밀농업, 디지털 농업, 스마트 팜이라고 부르지만 통칭해서스마트농업으로 이해되고 있다.

스마트농업에는 어떤 요소들이 들어가 있어야 할까? 자율주행 트랙터, 스스로 위치를 찾아가는 드론, 수많은 센서, 농장을 제어하는 스마트 기기물론 미래농업에는 이런 요소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스마트농업이라 부르려면 데이터에 기반한 처리라는 요소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정부는 스마트농업 구현을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과학기술정통부, 농촌진흥청 등의 협업으로 범정부 스마트농업 R&D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지능형 농기계와 농업용 센서 등 단위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예산을 기업에 지원하고 있다. 또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한 테스트베드 지원사업, 대규모 노지 스마트농업 시범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유용한 것은 분명하지만 스마트농업을 왜 해야 하는지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하는 논의는 접어두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노지 스마트농업이 진행돼 온 과정

  • 우리나라의 노지 스마트농업 추진사례

=(R&D) 농진청은 노지 블루베리 농장을 대상으로 스마트 관개 시스템을 실용화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농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영농기술과제로 제안했다. 이 연구는 작물의 품질 향상과 농가소득 증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뭄에 대응하는 스마트 관수시스템을 도입하는 실증사업으로 추진됐다. 기상관측자료를 이용, 작물 증발산량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수시기를 결정하는 현장 맞춤형 관개기술 구현에 집중했다.

=(실증사업) 농식품부는 2018년에 11억 원의 예산을 지원, 노지 스마트농업 모델 실증사업으로 5개 지역에서 59개 농가에 스마트 관수장치를 보급했다. 지금까지 스마트농업 사업이 시설농업에 집중됐다면 이 시기부터 노지 농업으로 확장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사업을 통해 관수 장치의 원격제어 등은 성과를 거뒀지만 토양수분을 측정해 관수시기를 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토양수분 센서는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취득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고 작물별로 관수시기를 결정하는 모델이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에서 관수장치와 통신장치를 설치·유지관리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가 정비돼 있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시범사업) 2020년부터 농식품부는 지난 2년간 시행된 노지 스마트농업 실증사업의 한계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농가별로 추진되던 사업을 들녘단위로 전환했다.

대부분은 자동관수 모델에 집중되고, 관련 기술은 개발단계에 머물러 있다 단년도 사업으로 다양한 노지 스마트영농사업의 발굴은 어렵다 실용화 단계의 노지 스마트농업 장비 및 현장 전문가가 부족하다 농지의 형상이나 경사도가 다양하고 매년 재배 작목이 변화, 안정적 사업의 진행이 어렵다 노지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은 대부분 영세·고령으로 신기술 수용에 보수적이다.

이러한 문제 인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기획된 시범사업에서는 사업기간을 3년으로 하고 농가별 접근방법에서 50ha 이상의 주산지 들녘으로 시범사업 대상지를 한정했다. 예산도 정부지원을 포함, 개소당 250억원으로 확대하는 대신 사업대상지는 두 곳으로 축소했다.

이외에도 경기도 화성시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병해충 및 고온·저온 알람 서비스가 시도됐고 경북 봉화약초시험장에서는 토양과 기상 정보의 정밀한 측정에 기반한 관수·관비 모델 시험이 시행됐다.

얀마(Yanmar) 코리아는 드론 영상분석에 기반한 벼 추비 가변시비 사업을 여러지역에서 실증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영천지역에서 농업 미기상 연구를 실시하고 농업예보 및 미기상 정보 관제기술을 개발, 실용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노지 스마트농업 서비스가 상업적으로 시행되지는 못하고 있다.

 

일본의 스마트농업 추진사례

일본은 2025년까지 거의 모든 농가의 농작업이 데이터에 기반, 수행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기술적 난이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농연기구(NARO)에서 추진하는 스마트농업 실증사업은 2019년부터 2년간 추진된다. 최근 기술 발전이 급격하게 이뤄진 로봇·AI·IoT 등의 첨단기술을 농업현장에서 실증함으로써 스마트농업사회 구현을 가속화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470억원을 투입, ··연이 함께 참여한다.

수도작은 대형(14과제), 중산간(12과제), 수출형(4과제) 3가지 형태로 진행하고 있으며 밭농사(6과제), 과수·(11과제), 시설·원예(8과제), 축산(3과제), 노지 채소·화훼(11과제) 69과제가 진행 중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기술은 지능형 농기계 도입을 통한 정밀 작업과 시간 감축, 재배 환경에 대한 센싱 데이터에 기반한 처리 등 우리나라에서 추진되는 스마트 농업기술과 내용적인 차별성은 크지 않지만, 기술 수준 격차는 분명하다.

NARO는 농업데이터 플랫폼인 와그리(WAGRI) 시스템을 개발, 20194월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와그리는 농지, 비료, 농약, 농지, 기상, 토양, 품종 등을 포괄하는 데이터베이스인 동시에 NARO의 연구자들이 개발한 토양지도, 작물생육모델 등을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이다.

 

한국과 일본, 스마트농업 추진의 공통점과 차이점

스마트 농업기술의 종류, 정부 주도의 실증사업 추진 등 한·일 양국 간에 스마트농업 추진전략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농산업체의 기술력과 상업화 정도에는 차이가 크다.

우리나라는 자율주행 농기계 등이 여전히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고 있다면 일본은 이미 2단계 기술의 실증에 돌입했으며 상용화돼 판매하고 있다. 그 외 센서, 첨단 농기계, 데이터 비즈니스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나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일 양국 모두 스마트농업기술의 실증과 사업화에서 정부의 역할이 크다는 측면에서는 유사하지만, 데이터의 개방과 상업화 노력 등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 농진청 등에서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만 데이터 개방과 활용 등 민간기업의 비즈니스로 발전하지는 못했다.

반면에 일본은 와그리 시스템은 상용화를 고려해 개발됐고 데이터 사용료를 민간기업에 부과함으로써 시스템에 대한 효용성과 책임성을 강화했다.

일본의 스마트농업 기술의 실증은 장비를 개발한 업체를 중심으로 추진되며 영농체계의 실증은 지역 농업연구기관을 통해 추진된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기술 전달체계와 데이터의 통합성

  • 스마트농업 기술서비스 주체

스마트농업 기술의 최종 수요자는 농민이지만 농민들은 ICT 기술에 대한 수용성이 아직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 농기계와 기기의 유지관리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는 지역의 기술전달체계가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

자율주행 농기계를 농민들이 개별적으로 구매해서 사용하기에는 경영규모가 너무 작다.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에 의한 농사는 개별농가 단위에서 수행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경제성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개별농가 단위의 접근방법은 현실적이지 않다.

농식품부가 2020년부터 새롭게 시도하는 들녘단위 스마트농업은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성은 이루겠지만 들녘단위의 조직화를 이뤄야 하므로 지속가능성과 확장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일본은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점에서 스마트농업에 접근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사업모델에 의존하고 있다. 스마트농업은 새로운 투자와 함께 기술체계의 변화를 수반하므로 충분한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실행되기 어렵다. 첨단 ICT 장비와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고려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 방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데이터의 통합성 보장위한 국가 단위의 접근 전략

현재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부분의 스마트농업 사업에서 데이터 관제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2020년부터 추진되는 농식품부의 스마트농업 시범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지역마다 많게는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자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역별로 개발되는 시스템이 효용성이나 안정성을 갖추기는 어렵고 지역별 데이터를 통합해 나갈 방안도 마련돼 있지 않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데이터의 품질에 대한 정의가 확립되지 않았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부가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도 없는 상태이다. 현재 가장 시급하게 추진돼야 할 사항은 국가 단위에서 농사데이터를 어떻게 획

득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농업데이터를 어떻게 서비스할 것인지에 대한 서비스 모델도 서둘러 정립할 필요가 있다.

현재 농사데이터의 취득은 농정원에서 담당하고 있고 농진청에서도 농업빅데이터팀에서 관련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국가 전체에서 데이터의 호환성을 보장하기 위해 노지스마트농업 데이터의 취득방법과 품질기준에 관한 규정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 이와 함께 누가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노지 스마트농업 데이터 플랫폼을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에 새롭게 설치하고 필요한 사람이 이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지역단위 스마트농업과 규모의 경제성

지역단위 스마트농업은 규모화를 추진한다는 관점에서는 들녘경영체 접근방법과 유사하지만 들녘경영제가 조직화를 통한 단지화를 추진한다면 지역단위 스마트농업은 농작업의 물량확보를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차별화된다.

또 기술서비스가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도록 농기계 작업, 병해충 예찰 정보 제공 및 방제, 미기상 정보 제공 및 관수 등 공동이용이 가능한 서비스의 구현에 우선 집중한다. 서비스가 가능한 낮은 단계의 기술서비스 전달체계를 만들고 차츰 적용기술을 고도화시켜나가는 전략을 채택한다. 일단 스마트농업 기술서비스 전달체계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 채널 위에 고도화된 기술을 추가하는 것은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과수재배의 경우에 지역단위 스마트농업 전략을 적용하면 미기상 관측장비 등 측정망의 설치는 정부가 지원하고 지역 소재 기업에서 서비스를 담당한다.

병해충 예찰 등 농사 정보의 측정은 전문성을 가진 기술센터 또는 벤더기업에서 담당한다. 이 경우 인력에 의한 예찰과 함께 광학센서 등 리모트센싱 장비에 의한 예찰을 병행하고 측정된 정보는 모두 통합정보센터로 전송된다.

지역 벤더기업에서는 스마트농업 데이터 플랫폼으로부터 처리된 정보를 농가의 요구에 맞게 재가공해 제공한다. 기업은 별도로 제공된 접속 프로그램(API)를 통해 독자적인 서비스망을 구축할 수도 있다. 이렇게 처리된 정보는 농가의 관수장치, 미세살수장치의 가동에 활용되고 병해충 경보를 접수한 농가는 자가방제 또는 위탁방제를 시행한다.

지역단위 접근방법의 특징은 들녘경영체의 경우와 같은 농가의 조직화 없이도 넓은 지역에서 스마트 농업기술 서비스의 제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농가들은 기술사용 계약을 체결하고 서비스를 구매한다.

사업의 성패는 비용대비 효과에 있다. 농가가 부담하는 비용보다 더 큰 수익이 있어야 한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참여하는 농가가 늘어날수록 수익은 증가하고 한계비용이 낮아져 서비스 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 지역단위 접근방법이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이다.

또한 기업은 이미 구축된 기술전달 채널을 통해 부가서비스를 판매,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게 하는 초기 시장형성자로서 정부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스마트농업을 추진하면서 지금까지는 기술 그 자체의 구현에 집중, 단위기술의 개발은 이뤄졌지만 사업화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기존의 접근방법으로 더 열심히 하기보다는 한발 물러서서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한 번 돌아보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보다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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