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만능주의에 빠진 시장도매인, 불법행위 ‘만연’
실적만능주의에 빠진 시장도매인, 불법행위 ‘만연’
  • 김수용 기자
  • 승인 2020.03.23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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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수용 기자] 

  • 대금정산기능 구멍출하대금 36천만원 못 받아
  •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불법 전대 14% 달해

경상북도 안동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강형윤씨는 20178월부터 201810월까지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 A시장도매인에게 총 136000만원 상당의 사과를 출하했다. 강 씨는 사과를 출하할 때마다 대금의 일부만 지급받았고 현재까지 약 36000만원을 받지 못한 상태다.

강형윤 씨는 서울특별시가 운영하고 제도권 안에 있는 시장도매인제도를 믿고 사과를 출하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빚밖에 없다강서시장의 개설자인 서울특별시가 시원하게 조사라도 해주면 좋겠지만 이마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답답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 씨는 20197월 경 A시장도매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문제는 송품장을 보내고 관리했던 A시장도매인의 직원인 B씨가 잠적을 타면서 소송이 지지부진해졌다. 오는 4월에 있을 변론기일에 B씨의 증인출석을 요청한 상태지만 나타날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본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시장도매인제도의 문제점을 진단한다. <편집자 주>

 

#사라진 출하대금

강형윤 씨는 사과를 보낼 때마다 대부분 송품장을 작성해 운전기사를 통해 보냈고 일부분은 사진을 찍어 B씨에게 보냈다. 강씨는 A시장도매인의 직원인 B씨에게 송품장을 전달한 만큼 결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제도의 허점이 숨어 있었다. B씨가 운전기사에게 받은 강형윤씨의 송품장을 신고하지 않고 시장 내에서 사과를 임의로 처분한 것이다. 그동안 A시장도매인 대표도, 그리고 관리감독 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도 이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한 시장도매인 관계자는 강서시장에 있는 지게차만 200여대가 넘고 트럭이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다녀 시장으로 농산물이 반입된다고 하더라도 신고하지 않고 얼마든지 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 A시장도매인 대표이사는 점포로 들어오는 물건을 대표가 모를 수는 없다고 말했지만 강형윤씨는 대부분의 사과를 A시장도매인 점포로 보냈고 이를 사과를 운반했던 운전기사에게까지 확인했다고 밝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악마의 유혹 불법전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지난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강서시장의 거래실적이 4년 연속 1조원을 달성하고 전년대비 물량이 5%대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시장도매인제 거래물량 9.0%, 거래금액 4.4%이 증가하며 강서시장 거래실적의 전체적인 상승을 견인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문제는 이러한 실적이 불법전대 등의 부작용을 낳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매년 시장도매인에게 전년 실적의 10% 이상의 성장을 이뤄낼 것을 주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기에 시장도매인들은 실적의 압박을 못 이기고 불법전대를 통해서라도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이 2018년 시장도매인의 불법전대 적발 건수가 7건에 달한다. 당시 강서시장의 전체 시장도매인이 52개인 것을 감안하면 약 14%가  불법 전대를 감행한 것이다.

한 시장도매인 관계자는 시장도매인의 실적이 저조하면 개설자로부터 재지정을 받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매년 다른 평가에서도 실적을 위주로 평가점수가 높다보니 불법을 알더라도 그 유혹에 빠지지 않기는 힘든 실정이라고 밝혔다.

 

#엉터리 시장도매인 정부 평가

강형윤 씨의 악몽이 시작된 2017년과 2018, A시장도매인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우수 시장도매인으로 지정받았고 2018년은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표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A시장도매인의 평가 항목을 자세히 보면 거래내역 등 신고 적정성은 2017년과 2018년 모두 10점 만점에 10점을 받았다. 또 대금정산조직 이용실적은 20173점 만점 중 2.7, 20183점 만점 중 3점을 기록했다. 특히 2017년 출하자 결제대금 신속결제 항목은 5점 만점에 5점을 획득했다. 또한  A시장도매인은 2018년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로부터 불법전대를 적발당해 행정조치를 받은바 있다.

이같은 사실은 정부의 공영도매시장 평가방식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한 유통전문가는 불법을 저지른 업체가 정부 평가에서 우수업체로 인증을 받은 것은 정부의 평가 시스템에 오류가 있음을 자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우수업체로 인증 받은 것에 대한 재평가는 물론, 이로 인한 혜택을 수혜를 받았다면 이 또한 환수조치를 이뤄내야 정부의 위신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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