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 사태 대비, 조사료 생산 체계 변화 필요
[기고]코로나19 사태 대비, 조사료 생산 체계 변화 필요
  • 농축유통신문
  • 승인 2020.05.06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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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축산과학원 기술지원과

농업연구관 김원호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세 달이 넘었다.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pandemic)으로 번진 코로나191인 가구 증가와 식생활 다양화로 늘어나고 있던 혼밥 문화 확산에 속도를 더했으며 농산물의 소비 형태까지 바꿔가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쌀 수출국 3위인 베트남은 수출 중단 시점에 왔으며, 러시아의 경우 농산물 소비가 200% 정도 늘어나고 있고, 카자흐스탄은 쌀, , 보리 등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곡물 주산국인 미국과 유럽에서도 코로나19가 지속될 경우 농산물 부족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가 장기화되거나 추후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수출입 불안 해소와 국민의 식생활 보호를 위해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코로나19로 인력(노동)시장 또한 변화하고 있다. 최근 외국 노동자 부족으로 농촌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거나, 새로운 감염병이 다시 등장하는 상황에 대비해 우리나라의 농축산업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축산업 규모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곡물 위주의 축산으로 인해 수입되는 곡물은 14367000(2019)에 달하고 있고 연간 1872만톤의 배합사료를 생산하고 있다. 한우와 젖소는 반추가축으로 양질 조사료 위주 축산을 해도 충분히 가능한 축종이다. 지금처럼 코로나19로 곡물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한우, 젖소 사료를 곡물 위주 사양에서 양질 조사료 위주 사양으로 대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최근 양질 조사료 위주의 한우 사양시험을 진행한 결과, 일당증체량은 다소 떨어지나 사료비가 절감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이에 대한 기술을 보급하고 세부 연구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양질 조사료 생산의 기반이 되는 우리의 논에 대해 알아보면 논에서의 벼농사는 79만 헥타르로 이 중에 휴경기인 겨울철에 동계 사료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논은 40만 헥타르 이상이다. 하지만 그 중 18만 헥타르 정도에서만 재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나머지 22만 헥타르 이상의 논에서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등 동계 사료작물을 재배할 경우 한우와 젖소에게 양질 조사료 70% 이상을 급여할 수 있다.

그동안 논에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재배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집단재배단지 형성이 이뤄지지 못한 것과 대부분의 농가들이 중만생종 벼를 재배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조생종 벼 재배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재배기간 단축이 생산성 저하와 미질 저하로 이어질 거라는 인식 때문이었으나, 농촌진흥청에서 생산성과 미질이 좋은 새로운 조생종 품종을 개발하였다.

6월 중하순에 조생종 품종을 이앙하면 쌀 생산성과 미질향상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동시에 동계 사료작물 재배로 양질 조사료 생산성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양질의 건초 생산 역시 가능하다. 결국엔 양질 조사료 위주의 한우, 젖소 사양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본다. 따라서 양질 조사료 위주 사양을 하면 한우, 젖소에 소요되는 배합사료를 대체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곡물 자급률도 껑충 높일 수 있어 획기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가 세 달 이상 지속되니 몸과 마음이 지쳐있다. 하루 빨리 종식돼 감염 염려 없는 일상적인 삶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위기가 기회이듯 이 사태를 통해 농축산업 분야에서 자구책과 인식 전환에 대해 나름 심사숙고해 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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