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곡물 수급여건 양호‧‧‧장기화에 대비한 비축 필요성 대두
코로나19에도 곡물 수급여건 양호‧‧‧장기화에 대비한 비축 필요성 대두
  • 석민정 기자
  • 승인 2020.05.08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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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기획▶ 코로나19 영향 국제 곡물 시장의 전망은

  • 국제 곡물 조기경보지수 안정단계 지속
  • 국내 식용사료 곡물 2/4분기까지 사용 물량 확보
  • 대미 환율 상승에 따라 곡물 수입단가 상승 불가피

[농축유통신문 석민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국내 곡물 수급여건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장기적으로 물류 장애에 따른 일시적 공급 부족을 대비한 대응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국가 간 이동 제한과 수출입 화물의 감염 우려 등으로 화물선의 입한제한 등 물동량이 감소하고 있다. 또한 선박 대기 및 화물 적체, 입항 시 검역으로 인한 시간 손실 발생 등으로 해상물류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제 곡물 수송을 담당하는 건화물선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제 곡물 시장에 대한 전망이 주목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 곡물 영향 및 전망보고서를 통해 현 상황과 문제점을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제·국내 곡물 시장에 대해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 주>


국제 곡물시장의 영향은?

국제 곡물 수급

국제 곡물 수급은 양호한 공급 여건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곡물 기말재고율은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한 200819%에 불과했던 반면, 2010년 이후 주요 곡물 생산국의 작황 호조가 이어져 201833.2%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요인으로 20203월 기준 품목별 기말재고율은 밀 40%, 옥수수 26.7%, 29.1%, 33.2%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급 여건은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제 곡물 4월호 조기경보지수에 따르면 수급과 가격이 안정적으로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의미하는 안정단계가 지속돼 이를 뒷받침했다.

다만, 국제 곡물 3월호 발표치(-1.61)보다 상승한 1.59로 나타나 주의가 요구되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세계 경기침체와 국제유가 하락 전망에도 불구하고, 주요국 수출 중단과 항구 봉쇄 등에 따른 물류 차질 우려가 상존하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 필요성이 강조된다.

 

국제 곡물 가격

코로나19 확산으로 4월 선물가격(41~17일 기준)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밀 선물가격은 코로나19확산으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다 3월 하순부터 미국과 EU등지에서 밀 관련 제품 수요가 급증해 4월 초순까지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양호한 작황 상황과 유가 하락 등으로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옥수수 선물가격 역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 미국 옥수수 파종 면적 증가 전망, 유가 급락에 따른 미국 내 바이오에탄올 수요 감소 등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콩 선물가격은 4월 들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출량 감소와 미국 육류 생산 공장 폐쇄로 인한 가축 사료 수요 감소에 따라 하락했다.

이때, 주요 국제 곡물 가격은 기상 여건 이슈에 가장 크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콩은 미·중 무역분쟁에 영향을 받았고, 옥수수는 남미와 미국의 수출 경쟁과 미국 에탄올 수요 확대 여부 등에 영향을 받았으나, 기상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그 예로 2019년 봄, 미국 악천후는 콩과 옥수수 가격 상승을 유인했다. 특히, 파종 지연으로 인해 옥수수 가격이 상승했으나, 남미 지역의 생산량 증가와 수출 물량 증가로 가격 상승이 제한됐다. 또한 밀은 북반구 주요국의 이상 기온 현상, 호주의 계속되는 가뭄, 프랑스에 내린 폭우로 인한 겨울 밀 파종 면적 감소 등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곡물 관리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이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인 곡물 재고 비축분 확대와 식품 및 수출 제한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미국=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으로 총 500억 달러(625000억원 규모)를 농가 소득 및 가격 안정을 위해 지원하고 있고, 임시 노동자(Guest Worker)가 비자 기간이 만료돼도 미국 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미국의 해상운송은 표준 위기 프로토콜에 따라 운영되고 있고, 선박 운항은 항해 일정에 따라 정상 가동되고 있으며, 고용인들은 사무실 외 근무 등을 통해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있다.

인도= 325일 필수 서비스의 장애로 인해 3주간 전국 이동 중지(봉쇄) 발령으로 신규 수출 계약및 쌀 출하를 중단했다. 414일 모디 총리는 전국 봉쇄 조치를 53일까지 연장하고, 420일까지 강력한 봉쇄 및 핫스팟 통제 유지를 발표했다.

러시아= 4월부터 6월까지 밀, 옥수수, 보리, 귀리 등의 곡물 수출을 700만 톤 이내로 제한하는 수출쿼터 시행과 제분 및 제빵업체에 밀 공급 확대를 위해 곡물 비축량의 최대 83%를 국내 시장 판매로 결정했다. 또한, 수출 쿼터가 소진되면 71일까지 곡물 수출을 중단하기로 발표했다.

베트남= 325일 쌀 신규 계약 중단 및 수출 금지 조치를 단행했으나 410일에 4월 쌀 수출 쿼터 40만 톤과 선입선출 방식의 쿼터 관리 원칙을 공지했다.

그러나 412일 기준 40개 기업이13개 세관 지국에 약 40만톤을 신고해, 사실상의 쿼터 물량을 모두 소진한 상태다.

우크라이나= 제분 및 제빵업체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내 빵 가격 유지를 위해 곡물 및 관련제품의 수출을 제한하도록 요청했으며,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9/20년 밀수출 물량을 2020만 톤으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국내 곡물시장의 영향은?

국내에선 식용 밀과 콩, 사료용 옥수수와 대두박 수입은 특정 국가에 의존하고 있다. 식용 밀과 옥수수의 수입량은 각각 2405000톤과 2373000톤으로 나타났으며, 채유용 콩은 98만 톤, 식용 콩은 246000톤으로 집계됐다. 사료용 곡물은 옥수수가 8974000톤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대두박과 밀이 각각 1873000톤과 1193000톤으로 확인됐다.

식용 곡물의 주요 수입국을 살펴보면, 밀은 주로 미국(47.3%)과 호주(43.8%)에서 수입되며, 채유용 콩은 미국(87.9%)과 브라질(12.1%), 식용 콩은 미국(85.0%)에서 대부분 수입돼 특정 국가에 집중됐다. 옥수수는 세르비아(32.7%)와 미국산(29.6%) 수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연도별로 주요 수입국이 변화하고 있다.

사료용 곡물의 주요 수입국을 살펴보면, 옥수수는 브라질(36.3%), 아르헨티나(32.9%), 미국(22.4%)등 특정 국가에서 대부분 수입됐다. 대두박은 주로 브라질(87.5%)에서 수입되었으며, 밀은 상대적으로 수입단가가 낮은 우크라이나의 비중이 50.6%를 차지했다.

 

주요 곡물 비축 현황

20204월 기준 식용 곡물(, , 옥수수)재고 보유량은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창고와 항만 보유량과 운송 중인 물량을 포함해 1~3개월 사용분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주요 사료용 곡물(옥수수, 소맥, 대두박)의 대부분은 사료협회와 농협사료를 통해 도입되고 있다. 운송 중인 물량을 포함해 창고와 항만 등에 보유한 물량은 3개월 사용분 정도로 추정되고 있으며 사료협회와 농협은 20209월분까지 매입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주요 곡물 실수요업체에서는 지속적으로 국제 곡물 선물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매입계약이 완료된 이후 물량의 구매 시기를 관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단기적 수급불안 적어

<주요 품목별 수입단가 추이>

 

현재까지 주요 곡물 수출국(미국, 남미, 유럽 일부 국가 등)에서의 항구봉쇄 조치는 없는 상황으로 국내 곡물 도입에 대해서는 문제없으나,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인해 대두박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수입단가가 전월 대비 상승함에 따라 도입단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되고 있다.

쌀은 수확기까지 사용 가능한 물량을 비축하고 있고, 식용 및 사료용 곡물은 2/4분기까지 사용 가능한 물량을 비축하고 있으며, 식용 곡물의 경우 810월까지, 사료용 곡물은 최대 11월 초순까지 사용할 수 있는 물량에 대해 매입계약을 완료해 단기적 수급 불안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료용 부원료는 5월에서 6월 초순까지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이 확보됐으며 6월 말에서 7월 초순까지 사용할 수 있는 물량에 대해 매입계약을 완료한 상황이다. 조달이 어려운 경우에는 다른 품목으로 대체 가능해 단지적 수급 불안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는 대체로 파나막스선급 등 건화물선을 이용해 곡물을 수입하고 있으며, 컨테이너선 대비 건화물선의 운송 흐름이 상대적으로 양호해 곡물 도입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매입계약을 완료한 수입 물량은 도착기한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며, 컨테이너선을 통해 도입되는 사료원료는 전체 사료원료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제점과 향후 대응방향은?

 장기적 대응책 부족

쌀과 콩을 제외한 타 곡물의 정부 비축은 미미하고 민간의 의무비축제도는 없어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공공비축제도는 자연재해 및 전쟁 등 천재지변으로 인한 식량 위기에 대비해 정부가 일정 물량의곡물을 비축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638월에 제정된 양곡관리법을 근거로 비축관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비축 대상 곡물은 쌀을 포함한 미곡, 보리·참밀·귀리·호밀 등의 맥류, 콩을 포함한 두류와 옥수수 등이나, 현재는 대부분 중단되고 쌀과 두류()만 정부 비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산업과 배합사료 산업에서 많이 사용하는 밀, 옥수수, 콩 등은 국내 소비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지만 보관비용 및 설비 등의 문제로 정부 비축은 미미한 수준이며 민간의 주요 곡물 비축을 의무화하는 제도는 없는 상황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주요 수출국에서의 수출 제한 조치 확산과 항구봉쇄 단행 시 유의미한 대응책이 없는 것도 문제다.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지면서 항구봉쇄 조치가 이뤄진다면, 수입 곡물의 도입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며 국내 재고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항구봉쇄로 인한 선적지연 및 계약 취소 등이 1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국내사용 가능 물량이 소진될 수 있다.

 

곡물 수급 위기 대응력 향상 주력

현재 저유가 현상이 호조로 작용하고 있지만,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거나 선적 문제 발생 시 수입단가 상승이 불가피하며 국내 식품 및 배합사료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핵심은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곡물 수급 불안은 해상운송 등의 물류 차질을 대비한 대응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물류 장애로 인한 수급 불안이 예상될 경우 '국가 필수 선박 제도'를 활용해 주요 곡물의 조기 선적 또는 조기 도입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나라는 쌀과 콩은 국가 비축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타 곡물에 대해서는 정부 비축 물량이 미미한 수준이며, 민간에서는 보관비용과 제반 설비 등의 문제로 운영재고량 정도를 비축하고 있다에너지 분야(석유)민간의무비축제도와 같이 해운물류 장애나 기타 비상사태로 인한 일시적 공급부족을 방지하기 위해 곡물 부문의 민간의무비축제도 도입 검토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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