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기자 핸드폰에는] 농기계! 국내 농업지형을 바꾼 주역
[포토에세이-기자 핸드폰에는] 농기계! 국내 농업지형을 바꾼 주역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7.03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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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농촌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 농기계가 하염없이 서 있는 모습입니다. 이상하게도 농기계는 기계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농촌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자리매김 해왔죠.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농사용 기계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보통 일반 차량보다 많게는 2배 이상 가격이 높고 첨단 기술로 무장한 장비가 바로 농기계입니다. 자신이 소유한 차량에 대한 자부심이 있듯, 농민들도 '농기계 부심'이란 게 존재합니다. "이번에 힘 있는 놈으로 뽑았다 아이가"라는 식이죠. 고가의 장비와 탁월한 농기계 숙련도 여부는 농사일의 능력을 나타내주는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는 데에도 소위 '급'이 있다는 뜻입니다.

재밌게도 농기계는 우리나라 농촌 지형을 180도 바꾸어 놓은 놈이기도 합니다. 산업화 당시 도시의 인력 부족을 농기계가 메꾸면서 '한강의 기적'을 돕는 인력 사무소 역할을 하기도 했죠. 이후 농기계는 농민의 손발이 돼 주며 농업 생산량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한편 농민을 고된 농업 노동에서 해방시켜준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농기계는 여성 해방운동과 관련 있는 역사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과거 러시아에서는 여성 트랙터 부대가 창설되기도 했다는 기록도 있죠. 농기계가 남성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힘이 부족한 여성 농민들의 손발이 돼 줄 수 있는 고마운 놈입니다. 국내 농업 인력의 60% 가까운 비중이 여성이라는 사실. 최근에는 농기계 회사들도 여성 친화형 농기계를 속속 출시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알면 농기계와 여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일부 농자재 회사에서 여성을 성 상품화한 신문 광고를 게재해 여성 농민단체의 원성을 산 사건도 있었습니다. 농기계와 여성 해방운동의 인문학적 소양이 있었다면 그런 사건은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텐데 농업계에서 안타까운 사건 중 하나로 남았습니다.

앞으로 농사일은 농기계가 도맡아 하는 시대가 올지 모르겠습니다. 기계화가 90% 이상 진행된 수도작에서는 이미 자율 농기계가 출시돼 논을 누비고 있고, 드론이나 로봇 등의 센싱(sensing)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 작물만 케어하는 정밀 농업이 구현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농촌 풍경의 하나로 인식하는 농기계. 앞으로 우리 농업 발전을 어떻게 주도하는 주인공이 될지 기대됩니다.
 


※ '포토에세이-기자 핸드폰에는' 코너는 1주일 동안 기자들이 현장 취재를 다니며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엮는 작업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농촌 혹은 농업에는 다양한 해석과 주석을 붙일 수 있습니다. 농업은 흙 속의 진주처럼 재밌는 이야기가 보물처럼 숨어있습니다. 다양한 시선으로 농업을 해석하고, 이해하며, 진단하는 작업에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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