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장의 시선]농어촌상생기금 거출 활성화 가능할까
[이 부장의 시선]농어촌상생기금 거출 활성화 가능할까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0.07.17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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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용 취재부장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누구에게 돈을 얻기란 힘든 일이다. 심지어 부모 자식 간에도 돈 거래는 안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기부행위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특히 특정 이익집단이 피해를 보고 있는 집단에 자발적으로 일정액을 기부한다는 것은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들도 힘든 선택이 될 것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꿴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다. 농어촌상생기금은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혜를 보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농업계의 피해를 보전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었다. 특히 2015년 11월 한·중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에서 합의사항으로 내놓으면서 2016년 법 개정을 거쳐 2017년 도입됐다.

기금은 FTA 수혜를 입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매년 1000억 원씩 10년간 1조 원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출범부터 농어촌상생기금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거출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 당시 정부와 국회가 기업에게 자발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농어촌상생기금 도입을 추진한 정부와 정치권이 농업인을 기망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농어촌상생기금 출연액이 매년 줄어들고 있어 기금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모금 실적은 목표액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년 간 조성된 기금은 2017년 310억 원, 2018년 232억 원, 2019년 238억 원, 2020년 69억 원(지난 7일 기준)으로 총 849억 원에 그치고 있어 4년 간 목표액인 4,000억 원 대비 21.2%에 불과하다.

문제는 FTA로 수혜를 입고 있는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농업계의 피해를 보전한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기금의 취지를 무색하게 오히려 농업인들이 기업에게 손을 벌리는 모습을 초래하고 있어 많은 농업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일부 정치권과 농업계에서는 농어촌상생기금에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한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부족분을 정부 기금 출연으로 메우자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 20대 국회에서 정운천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지만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정운천 의원은 같은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해 다시 한 번 농어촌상생기금 거출 활성화를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정부에서는 헌법상 위헌소지가 많기 때문에 정부가 기금 부족분을 메울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21대 국회에서도 농어촌상생기금 거출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시작을 잘못한 농어촌상생기금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며, 이 피해는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농어민들의 몫으로 또 다시 남을 개연성이 높아 씁쓸함만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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