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특별기고] 스마트팜이 나아가야 할 길, 디지털 농업
[커버스토리-특별기고] 스마트팜이 나아가야 할 길, 디지털 농업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7.24 1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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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스마트팜개발과 성제훈


[코로나 이후]

지난 2019년 12월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흔들며 인류 역사상 세 번째 팬데믹이 선언됐다.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7월 19일 현재, 1,420만 명이 감염되었고, 그 가운데 60만 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같은 날 기준으로, 1만 3,711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 가운데 294명이 사망했다. 더 무서운 것은, 감염자 수가 전혀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다는 데 있다. 올 말이 될지 내년이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 인류는 코로나를 극복할 것이다. 극복 후의 인류 삶은 코로나 이전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코로나 이후의 생활변화는 불 보듯 뻔하다. 바로 비접촉이다.


[포노 사피엔스]

생물학에서 현생 인류를 가리키는 말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이다. 어원은 라틴어로,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두 발로 걷는 것이 특징으로 도구를 사용할 수 있었으며, 언어도 썼다고 한다.

요즘은 누구나 스마트폰을 손에 달고 산다. 한 통계에 따르면, 인류의 80%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있다고 한다. 요즘은 거의 모든 것을 이 스마트폰을 써서 해결하다보니, 스마트폰을 모르면 삶이 여러 가지로 고달프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5년 특집기사에서 스마트폰으로 일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현대인을 포노 사피엔스라 정의했다. 라틴어로 스마트폰을 뜻하는 단어 '포노(Phono)'와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앱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로 친구를 만난다. 금융거래와 학습, 여가와 취미생활까지 모든 일상을 스마트폰으로 해결하며 은행, 방송, 쇼핑몰도 스마트폰으로 선택해 이용한다.

사업의 성공과 실패가 스마트폰 안에서 결정되자 기업들은 포노족을 고객으로 잡기 위해 모바일 중심으로 비즈니스 구조를 바꾸고 있다. 송금, 결제, 자산관리, 펀딩 등의 금융 서비스를 위한 핀테크,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 콘텐츠인 e북과 웹툰 등의 스낵컬처, 가전제품을 스마트폰으로 작동하는 스마트홈 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온라인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이 세상에 나온 지 13년. 이제 인류는 스마트폰 없이는 현재를 살 수도 없고, 미래를 준비할 수도 없다. 미래의 모든 기술은 스마트폰과 함께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포노 사피엔스이기 때문이다.
 

[농촌 현실]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 시대를 거치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도시로 떠나는 인구가 늘면서 호당 경지면적이 조금씩 늘어났고, 과학기술의 발달과 함께 생산성도 증가했다. 기계화와 온실 보급으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어 나갔지만, 시대의 변화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16%에서 2019년 1.8%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농가인구는 1080만 명에서 224만 명으로 80%가까이 줄었다.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중이다. 농가경영주 가운데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990년 11.5%에서 2019년 62%로 증가했고, 40세 미만의 비율은 0.7%에 불과하다. 게다가, 농업기술센터가 있는 157개 지자체 중 97개는 소멸위험 기초지자체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한 농업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 노동자들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지경이 이르렀다. 이러한 농촌현실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노령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생산성 저하이다. 기계화를 넘어서는 특단의 대책으로 농촌을 살리고 농업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디지털 전환]

인류 역사를 보면, 도구의 발견이 농경문명을 발달시켰고, 산업혁명이 노동력의 자동화를 가져왔다. 앞으로는 디지털 혁명으로 지식과 지능의 자동생산을 가져올 것이다. 지식과 지능의 자동생산은 정보와 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생성된다. 데이터가 정보가 되고 그것이 지식, 지능으로 넘어가는 매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한 과정을 디지털 전환이라고 한다.

디지털 전환은, 우리 주변의 삶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을 뜻하며, “인간 사회의 모든 측면에 디지털 기술을 적용하는 것과 관련된 변화”로 정의하기도 하고, “디지털 기술을 전반적으로 활용해서 사업 및 산업의 구조혁신,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좁게 해석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오프라인 아날로그를 온라인 디지털로 바꾸는 것이다.

농업은 자연으로부터 인간이 먹는 것을 만들어내는 1차 산업이기에 전통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이다. 아날로그 방식은 직접 노동해야 하고, 접촉해서 전달해야 한다. 이러한 농업에도 디지털 전환의 바람이 거세다. 농산물 생산부터 유통과 소비까지의 모든 과정이 디지털로 기록되고, 이 모든 과정은 모바일로 가능하다. 한마디로 코로나 이후 시대 포노 사피엔스의 삶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스마트팜과 식물공장에서 맞춤형 농작물을 생산하고, 그 과정도 로봇으로 자동화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병해충과 질병을 예측해서 조기에 대응할 수 있고, 드론으로 작황을 예측해 농산물 수급을 조절함으로써 가격을 안정화시킨다.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원산지와 위해요소를 관리해 안전농산물의 소비를 활성화한다.

더 나아가,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 맞춤형 농산물을 주문하고 생산하는 산업 구조도 활성화된다. 무인자동화와 드론으로 농식품 직배송이 늘어나고, 로봇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수확후처리도 자동화된다. 이러한 기술이 복합적으로 자리잡은 복지 서비스가 가능해 도시민이 부러워하는 농촌을 이룰 수 있다.
 

[스마트팜 기술 개발 및 보급]

정부에서는 4차산업혁명 기술 융합과 혁신으로 우리 농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본격적인 디지털 농업 시대를 열어가고자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팜은 자동화 설비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농사 환경을 관측하고 최적의 상태로 관리하는 과학 기반의 농업 방식을 말한다. 농촌진흥청은 보다 고도화된 스마트팜 기술로 농업을 디지털로 바꾸면서 농업 혁신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3단계 기술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1세대 스마트팜 기술은 편이성 향상을 목표로 모바일 앱으로 온실이나 축사의 온습도 등 환경을 원격으로 감시하고 제어하는 기능이 들어 있다. 스마트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작업의 편의성이 증가해 농촌 삶의 질이 올라간다. 즉, 시간과 장소 구속에서 해방돼 힘든 농업에서 편한 농업으로 전환이 가능하게 됐다. 1세대 스마트팜 기술만 보급해도 농민은 휴가를 갈 수 있다.

환경적 제약, 경험과 주관적 지식에 기반한 농업을 대상으로 스마트팜 시스템으로 바꾸는 스마트팜 보급사업도 진행중이다. 시설원예의 경우 2022년까지 7,000ha에 스마트팜 1세대 기술을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현재 4,800ha정도 보급했다. 우리나라 전체 시설원예 면적으로 보면 약 8% 수준이다.

2세대 스마트팜 기술은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작물이 최적의 환경에서 생육이 될 수 있도록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음성과 영상정보를 기반으로 작물 병해충 등의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이 포함돼 있다. 

현재는 스마트팜 2세대 기술을 개발해 고도화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한국형 스마트팜 2세대 기술에서 주목할 점은, 작물 재배 전 과정에서 필요한 농작업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플랫폼’이다. 이는 농사 경험이 적은 젊은 창업 농업인이나 정보통신 기기에 미숙한 고령 농업인에게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또 청년 일자리 창출과 소득 주도의 성장을 위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한국형 스마트팜 2세대 기술을 우선 지원해 정책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도록 할 계획이다. 
 

[스마트팜이 나아가야 할 길]

농작업 과정에서 측정하거나 분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농사짓는 것을 스마트농업(스마트팜)이라고 봤을 때, 우리나라는 1세대 스마트팜을 보급하고 있는 초기 단계로 볼 수 있다. 농가에 보급되고 있는 대부분의 기술은 개별 농장단위로 보급되고 있어, 농장과 농장, 기계와 기계 및 지역별로 연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해야 우리나라 농업의 디지털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그 기본 바탕이 바로 농업 서비스 플랫폼이다.

스마트 농업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를 국가 단위에서 계측하고 관리하는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정부 지원으로 구축하는 모든 스마트팜의 데이터와, 정부 지원이 없더라도 업체가 개별 농가에서 생산한 모든 데이터를 국가 단위로 관리해야,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관에서 플랫폼을 만들어 관리하고, 그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해서 농민에게 서비스하는 중간단계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팜 등 첨단기술이 영농현장에 안착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규모화도 필요하다. 지역이나 들녘단위로 규모화를 하고, 농기계와 농기계, 농기계와 시스템 등이 연결돼 종합적인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구성돼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힘 센 소 여러 마리가 나서도 경운기를 이길 수 없듯이, 아무리 발달된 개별 기술이라도 플랫폼이 없이는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코로나 이후로 사람은 흩어져야 살지만, 데이터는 뭉쳐져야 힘을 낸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을 통해 경제와 사회 구조 전반을 혁신해 글로벌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를 이루고자 큰 그림을 그렸다. 지금이야말로, 그동안 구조적인 한계와 영세성으로 침체돼있던 농업을 글로벌 신산업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농업분야의 디지털 뉴딜은 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할 사회간접자본으로 봐야하므로 개인기업보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래서 국가에서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고, 그런 일을 하는 전문기관으로 농촌진흥청 내에 디지털농업연구원을 만들어야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더 고도화된 한국형 스마트팜 기술이 마침내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바꾸고 국가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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