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업은 이제 농민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사설] 농업은 이제 농민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7.24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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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지난 일주일간 농업의 미래에 대해 취재했다. 농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청년 농부들이 그리는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농민 이야기만 들은 것은 아니다. 농업 전후방에서 농업과 함께하는 농기업의 고충과 기업이 꿈꾸는 농업의 청사진에 대해 토론했다. 뿐만 아니라 농업계에서 수십 년 근무했던 퇴직 공무원, 굵직한 농기업에서 퇴직해 학계에 종사하고 있는 교수까지 비단 지난 한 주뿐만 아니라 농업 바닥에서의 취재는 늘 '지속 가능성'이란 의문을 품고 묻고 답하는 게 일상이 됐다. 

기자뿐만 아니라 농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농업의 미래에 대한 물음이 꼬리표처럼 붙는다. 도시민과 비교한 농업 소득, 농촌의 고령화, 농업을 포기하고 폐업하는 농민 숫자 등 수치가 가리키는 최악의 통계보다 더 심각한 건 농촌 현장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농업계 전반에 퍼져 있는 패배 의식이다. 

수도권과 가까운 농촌 지역 읍내만 가더라도 온통 나이 지긋한 어르신뿐 활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다. 젊은이들이 사라져서가 아니다. 농촌지역의 낡은 건물과 와이파이 하나 찾기 힘든 낙후된 인프라, 의료시설은 물론이고 대도시에서는 한집 걸러 볼 수 있는 커피숍까지 그야 말로 불편을 몽땅 모아 놓은 듯 한 곳이 농촌이 돼 버렸다.

큰 맘 먹고 농촌으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유턴하는 통계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단지 농업이 힘들어서만은 아닌 '농촌은 매력 없다'는 표식이다. 농촌으로 돌아오라는 헛된 구호보다 당장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공간 하나의 절실함을 채워줄 수 있는 게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더 좋은 유인책이 될 수 있다.

농업의 미래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IT업계에서 잔뼈 굵은 젊은이 3명이 머리를 맞대 세운 농업관련 벤처기업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비 농업계에서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놀라웠다. 그들은 미래 성장 동력을 농업에서 찾고 있었고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농업계 내부에서는 서로의 밥그릇 싸움만 하고 있는 사이 외부에서는 농업에 새로운 기술을 이식하고 기존의 농업 시스템을 새롭게 바꾸려 시도하고 있다. 

손에 잡히는 농업의 미래를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사무실에서 그릴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농업에서의 혁신은 비농업계에서 나올 것이란 어느 교수의 일침처럼 농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우리가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나올 수 있다.

농민이 누군가라는 담론도 중요하지만 누구나 농업에 진입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더 급한 이유다. 농촌은 이제 매력이 없다. 수치로도 증명됐고 농촌에 가면 쉽게 체감할 수 있다. 농업도 이제 더 이상 우리들 리그만 고집해서는 안된다. 내부 개혁이 힘들다면 농업 충격을 연착률 시킬 수 있는 외부 충격도 방법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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