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폭염과 가축치열(家畜治熱)
[기고] 폭염과 가축치열(家畜治熱)
  • 농축유통신문
  • 승인 2020.07.3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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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김상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영양생리팀장
김상호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영양생리팀장

올해는 더위가 일찍 온 느낌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훨씬 더 무더울 것이라고 한다. 흔히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다라고 하지만 더워도 너무 더운 것이 문제다. 단순히 기후변화로 치부하기에는 가축에게 너무 가혹한 날씨다. 무덥다고 덜 먹고 덜 자라는 것을 바라만 보기에는 축산업의 생존 환경이 녹록치 않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여름 더위를 이열치열(以熱治熱)로 극복하는 해학이 있었다. 무더운 여름과 뜨거운 음식은 역설적인 발상이지만, 땀을 식히는 과정에서의 체온 감소와 식욕부진으로 허약해지기 쉬운 몸을 다스리기 위한 삶의 지혜였던 것이다. 요즘은 시원한 에어컨과 다양한 건강식 덕에 점점 더 더워지는 여름도 어렵지 않게 견디고 있다. 축산업도 현대화 시설 정책과 영양기술의 발달로 과거와 달리 더위 피해를 줄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생산성 저하와 폐사율 증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가축의 더위는 온·습도를 바탕으로 더위지수(THI, Temperature Humidity Index)를 쾌적, 경고, 위험, 심각 4단계로 구분한다. 가축이 더위를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대체로 경고와 위험 사이인데, 온도는 29도 정도다. 더위 스트레스가 시작되지만 가축의 체온조절 기능으로 견딜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심각단계다. 바깥의 공기가 32도 이상이며, 체온조절 기능의 한계로 체내 대사 작용이 무너지고 생산성이나 품질을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리가 폭염이라고 부르는 시기이며, 기간이 지속될수록 가축은 열 스트레스가 누적돼 폐사까지 발생하게 된다.

가축치열은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축사의 단열치열(斷熱治熱)이다. 단열은 외부 열을 차단하고 내부 열을 배출함으로써 가축에게 열전달을 최소화 하는 것이다. 단열재와 환기시스템이 가축에게 열을 차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에도 설치비용 때문에 주저하는 것이 농가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고온기를 생각해 보면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합리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두 번째, 가축의 영양치열(營養治熱)이다. 가축은 열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온상승을 막기 위해 호흡수를 늘리고, 땀을 배출하며, 섭취량을 줄이고, 움직임을 최소화한다. 하지만 열 스트레스 완화 영양소 없이는 한계가 있다. 전해질, 비타민, 합성아미노산, 항산화제, 비테인 등 많은 물질들이 준비돼 있다. 정확한 정보와 적절한 가축 영양에 대한 투자를 해야 병행해야 한다. 가축도 건강식이 필요하다.

세 번째, 관리자의 지식치열(知識治熱)이다. 더위지수는 지리적으로 다르고 심지어 동일 농장의 축사마다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축이 어느 시점에 더워하는지 정확한 관찰이 필요하다. 요즘은 ICT 사업을 통해 다양한 센서들이 설치돼 있어 자기 농장만의 더위지수를 만들 수 있다. 실시간 동네예보를 통해 사전에 대비할 수 있는 지혜로운 관리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적절한 단열방법과 사료 영양에 대한 지식으로 가축을 잘 보살피는 자세가 필요하다.

흔히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한다. 어차피 더위는 오는 것이고 가축은 잘 키워야 한다. 가축치열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과제는 아니다. 더워지기 전에 온도와 습도를 낮추고 항상 깨끗한 물과 적절한 사료를 공급하는 노력과 가축을 꼼꼼히 살피는 부지런함이 더위 극복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더위가 시작됐다. 가축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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