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호미로 막았다”···국내 ASF 방역 기록 일지
[커버스토리] “호미로 막았다”···국내 ASF 방역 기록 일지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8.17 00: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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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의 한 검역 시설에서 방역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경기도청)
경기도 이천의 한 검역 시설에서 방역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경기도청)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ASF는 양돈산업의 대재앙으로 불린다. 치사율이 최대 100%에 달해 '걸리면 죽는다'는 공포가 전 세계 양돈 농가 사이에서 전염병처럼 자리하고 있어서다. 과거 유럽에서 발생한 이후 다시 중국에 상륙한 ASF는 또다시 전 세계 양돈산업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11개국, 가나,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30개국, 체코, 폴란드 등 유럽 16개국, 오세아니아 1개국 등 총 58개 국가의 양돈산업에 치명상을 가하며 각국 방역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ASF 방역은 야생 멧돼지와의 싸움으로 불린다. 주요 전파 원인으로 지목되는 멧돼지는 게릴라처럼 양돈장 곳곳을 침투하거나, 분변, 폐사체가 ASF를 옮기고 다녀서다. 멧돼지를 주요 전파 원인으로 지목한 동유럽 국가들이 수년째 ASF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점은 ASF 방역이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2014년 최초 발병한 리투아니아, 폴란드,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2017년에 ASF가 상륙한 루마니아, 2018년 최초 발생한 불가리아 등은 아직까지도 ASF와 힘겨운 투쟁 중이다. 러시아도 2007년 최초 발생한 이후 14년간 지속되면서 ASF 악몽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방역 컨트롤타워 빠른 의사결정
신속·강력한 예방조치로 피해 '최소화'

 
국내에는 지난해 9월 16일 ASF가 상륙했다. 이후 북한과 인접한 파주, 연천, 김포, 강화에서 잇따라 발병하자 국내 양돈농가들은 공포에 몸서리를 쳤다. 대규모 양돈장이 분포해 있는 충남까지 전파될 경우 사실상 양돈 산업의 개점휴업을 선언해야 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 북부지역을 최후의 방어선으로 구축하고 강력한 방역정책을 펼쳐나갔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정책국 이하 방역당국은 24시 비상체제에 들어갔고 전국의 양돈 농가는 방역에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미 5월 주변국으로부터 ASF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국무총리,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필두로 매주 회의를 개최하고 대응책 마련을 서두른다.

이후 북한에서 ASF가 터지자 주 1회였던 회의는 주 5회로 바뀌었고 ASF가 국내에 상륙한 9월 16일을 기점으로 휴일 없는 마라톤 회의가 계속됐다. 회의마다 약 8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방역 컨트롤타워가 가동되면서 긴밀한 ASF 대응이 가능해졌고 가축전염병 피해를 최소화하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규모 방역 컨트롤타워가 마련되면서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다"면서 "농식품부, 환경부, 행안부, 국방부, 검역본부, 방역본부, 지자체, 지방 환경청 등 부처 간 합동 회의를 통해 빠른 의사결정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 농가의 피 말리는 방역 작전으로 ASF는 국내 발생 이후 23일 만인 10월 9일, 경기 북부지역 방어선을 지켜내면서 추가 확산을 차단할 수 있었다. 이는 해외 감염 사례로 비춰볼 때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받는다.

중국에서는 ASF가 전 지역을 강타하자 지난해 돼지고기 생산량이 전년과 비교해 21.3% 폭락하면서 전 세계 돼지고기 가격을 출렁이게 만들었고, 베트남의 경우도 전 지역이 감염되면서 전체 사육 두수의 22%인 590만 두의 돼지를 살처분하는 아픔을 겪었다.

과거 ASF가 상륙한 나라들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됐다. 러시아는 지난 10년간(2007~2017) 80만 두의 돼지를 살처분하면서 2조 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을 입었고, 스페인의 경우 ASF 근절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5년간 약 1000억 원을 투입하기도 했다.

 
한돈농가 희생 조기 방역 결정적 역할
정부 생계안정자금 연장 등 농가 민심 달래기

 
정부의 공격적인 방역정책은 초스피드 방역이라는 타이틀은 얻었지만 경기 북부 한돈 농가들은 큰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23일 만의 ASF 박멸작전은 파주, 김포, 강화, 연천, 고양, 강원 등지 261개 농장의 돼지들이 살처분되거나 수매되면서 끝이 났다.
 

ASF 발생으로 인한 살처분·정부 수매 현황.
ASF 발생으로 인한 살처분·정부 수매 현황.

총 44만 6,520두의 돼지가 땅에 묻혔으며, 정부의 살처분 보상금은 1,327억 원이 소요됐다. 정부는 농가의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책도 꺼내들었다. 당장 입식이 중단되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농가 지원을 위한 생계안정자금의 지원 기간을 종전 최대 6개월에서 6개월 이상 연장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했으며, ASF 살처분 농가의 재입식이 7개월 이상 지연됨에 따라 7개월 이후 생계안정지원을 위해 현재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농축산경영자금, 사료구매자금, 축사시설현대화자금 등 축산정책자금 상환기간도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며, 연장 기간 동안 이자 감면, 경영안정자금의 우선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살처분 농가 외에도 ASF 이동 제한 조치로 인해 과체중 되거나 자돈이 폐사한 경우, 지급률 인하 등의 손실을 입은 농가를 상대로는 소득안정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도 방역에 큰 공
6만 대 넘는 축산차량 이동 실시간 모니터링

 
한돈 농가의 희생과 협조가 ASF 조기 차단에 큰 동력이 됐지만 정부의 첨단 시스템 활용도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가동물방역통합시스템(KAHIS)은 방역 컨트롤 타워의 눈과 귀가 되면서 방역의 틈을 가장 잘 파고드는 축산차량의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제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KAHIS는 축산시설 출입차량을 시·군에 등록하고 GPS를 장착, 축산시설 출입정보를 수집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정보관리체계다. 2012년 국내에 도입돼 올해 6월 14일 기준, 19개 유형의 축산차량 총 6만 1,190대가 등록돼 있다.

KAHIS를 활용해 정부는 ASF 발생 후 축산차량이 남쪽으로 내려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통제했다. 예를 들어 축산차량이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확인되면 자동으로 관제요원에게 문자가 발송되고, 관제 요원은 해당 차량 운전자와 통화 후에도 이동이 멈추지 않으면 관할 경찰청으로 통보돼 경찰이 출동되는 식이다.
 

축산 전용차량의 허용지역 이탈여부를 실시간으로 관제해 이탈 시 경고창 표출 및 관제요원에게 문자(SMS)를 발신, KAHIS를 이용한 실시간 관제업무 수행할 수 있다. 사진은 실시간으로 경기 북부지역의 축산 차량의 이동 상황을 나타내주는 화면 모습.
축산 전용차량의 허용지역 이탈여부를 실시간으로 관제해 이탈 시 경고창 표출 및 관제요원에게 문자(SMS)를 발신, KAHIS를 이용한 실시간 관제업무 수행할 수 있다. 사진은 실시간으로 경기 북부지역의 축산 차량의 이동 상황을 나타내주는 화면 모습.

KAHIS는 ASF 외에도 구제역, AI 등 가축전염병 예방의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가축 질병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경우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자체에서 직접 대응하는 지자체 관제기능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철새 도래지 분변이나 야생 멧돼지 시료채취 지점의 방역관리지역 내 관제기능도 탑재하면서 KAHIS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질병 발생 상황에 따른 통제지역을 즉시 설정하고 통제지역 전용차량을 등록해 통제지역 외 운행차량을 관제함으로써 질병의 전파 위험을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강력한 초동방역 높은 점수
8월 ASF 방역 성공 분수령 될 것

 
전문가들은 ASF 발생 직후 정부가 발생농가에 초동방역팀을 투입하고 전국에 일시이동중지명령(Standstill) 발령하는 등 신속하고 강력한 초동대응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또한 남방한계선 10km 내의 돼지를 수매하거나 살처분하면서 ASF 전파 가능성을 차단한 점, 돼지농가의 잔반 급여 금지를 시행하고 차량 이동통제를 실시하는 한편 비무장지대(DMZ)·민통선 항공방제와 함께 접경 지역 및 중점 관리지역을 집중 소독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야생 멧돼지의 포획 및 예찰 강화, 광역 울타리 설치로 멧돼지 이동 차단 등 멧돼지 관리대책 추진도 조기 방역의 전략 포인트로 꼽았다.

하지만 6월부터 무리 생활로 인한 멧돼지 간 전파와 주변 환경의 바이러스 오염으로 3개월령 미만 어린 멧돼지(총 15건: 화천 3건, 연천 10, 포천 2)에서 감염이 확인되고 있고, 8월 지속된 대규모 홍수로 접경 지역 하천을 통해 ASF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는 점 등은 ASF 방역의 변수로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8~9월 정부의 대처가 ASF 방역의 성공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당국도 이번 대규모 홍수로 ASF 전파 가능성이 큰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ASF 중앙사고수습본부관계자는 “이번 장마로 인해 ‘ASF 위험주의보’를 발령하고 문자메시지·방송 자막 등으로 농가와 지자체·관련 기관에 방역수칙을 신속히 전파할 것”이라면서 “오염지역을 집중 소독해 바이러스를 철저히 제거하고, 농장 차단방역을 공고히 하는 한편, 위험요인에 대한 선제적 대응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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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2020-08-17 09:27:39
제대로 알고 기사를 썼음 하네요.지금 살처분 농가는 죽어가고 있는데..
저게 기자라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