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재형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 “재평가 받고 있는 K-FOOD, 위기 속 수출 불씨 살려야죠”
[인터뷰-김재형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 “재평가 받고 있는 K-FOOD, 위기 속 수출 불씨 살려야죠”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8.31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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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에 맞춤형 수출 전략 대응
비대면 마케팅 온라인 홍보 활용 현지 반응 후끈
한류·K-방역 한국 위상 재발견 하반기 순항 예상
건강식품·HMR 수요 증가 등 새로운 기회 공략


김재형 농림축산식품부 수출진흥과장.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김재형 농림축산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국제연합(UN) 식량농업기구(FAO)에서의 파견 근무 당시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농식품 산업이 결합한 시너지를 생생하게 목격했다. 올해 1~3월 JTBC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태국에서 큰 인기를 끌자 현지 마트에서 한국산 김치와 라면, 고추장이 금세 동나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한류의 힘을 실감했다고 회고했다.

국내 외식 산업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창업 신화를 다룬 ‘이태원 클라쓰’는 외식 메뉴 개발을 둘러싼 치열한 머리싸움이 볼거리로 등장한다. 해당 콘텐츠를 접한 태국의 젊은이 사이에 ‘한국에서 공수된 현지 식재료로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한국 식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증폭됐다는 게 김 과장의 설명이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퍼진 한류에 대한 동경은 소위 ‘힙(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한 젊은이들의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김 과장은 “한류 문화 콘텐츠와 결합한 먹거리 산업은 한국의 농식품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며 “코로나19가 촉발한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속에서도 우리 농식품의 수출 기회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며 입을 열었다.
 

자카르타에서 판매 중인 한국 라면 제품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자카르타에서 판매 중인 한국 라면 제품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코로나19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먹거리 소비 지형을 빠르게 재편시키고 있다. 외부 활동은 자제하고 집안에서 요리를 즐기는 ‘홈쿡족’. 이들을 겨냥한 밀키트(Meal-Kit)와 가정간편식(HMR)의 성장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사람들의 먹거리가 대중 앞에 펼쳐지는 방식이다. 과거 직접 마트에서의 판촉행사나 입소문으로 알려졌던 식품에 대한 품평은 온라인으로 갈아타고 있으며, 여기에 비대면·비접촉 방식의 홍보가 소비자의 마음을 저격하며 매출을 견인하고 있다. 입소문의 영향력이 컸던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은 단순히 ‘맛있다’를 넘어 먹거리에도 스토리를 입히기 시작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먹는 음식을 찾아 여행하거나 먹거리의 예능화를 통해 재미와 흥미를 더해 나가는 식이다.

김 과장은 “코로나19로 올 초 정부가 계획했던 수출 홍보 사업이 보류되는 등 전반적인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오히려 비대면 방식의 홍보, 한국의 문화 콘텐츠를 동력으로 하는 다양한 사업으로의 수출 전략 수정은 국내 농식품에 스토리를 입혀나가며, 한국의 먹거리를 세계에 알리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비대면 온라인 수출 상담 모습.
비대면 온라인 수출 상담 모습.

정부에서는 올해 5월부터 국내 농식품 수출 홍보를 대부분 비대면 방식으로 확대했다. 두바이에서는 피트니스 인플루언서와 연계한 김치와 홍삼을 홍보했고, 홍콩에서는 ‘왕홍’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국 먹거리 레시피 영상을 송출해 현지인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베트남에서는 딸기, 배, 버섯, 인삼 등 요리 예능 채널과 연계해 에피소드를 방영했으며, K-컬쳐 페스티벌인 '케이콘택트 2020 서머 (KCON:TACT 2020 SUMMER)'와 연계한 한국 농식품 콘텐츠는 92개국 사람들에게 92만 뷰를 기록하는 괄목한 만한 성과를 올렸다.

김 과장은 “한류뿐만 아니라 K-방역이 우수사례로 회자되면서 전 세계에서 K-FOOD가 재평가 받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이를 기회로 삼아 지속 가능한 농식품 수출이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올해 상반기 국내 농식품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4% 성장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과장은 “코로나19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농식품 수출 선방 원인은 K-방역의 성공, 한국 영화·드라마의 인기 등으로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민간과 정부가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면서 “앞으로도 내수 시장에 그치지 않는 글로벌 농식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농민과 수출 기업을 위한 지원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농식품 수출 지원 현황(자료제공=농식품부 수출진흥과).
정부의 농식품 수출 지원 현황(자료제공=농식품부 수출진흥과).

김치의 수출실적은 지난해와 비교해 44% 껑충 뛰어, 수출 활성화의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김재형 과장은 농식품 수출 품목 중 ‘김치’를 주목하고 있다. 김치는 국내 농산물인 배추와 양념 채소가 소비되는 국가대표 발효식품인 만큼 수출이 활성화되면 국내 농민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김치는 우리나라 김치 문화를 세계에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갖가지 신선 농식품 소비에도 도움이 되는 등 농가 소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질병이 창궐하면서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으로 각인되어 가고 있다. 앞으로도 건강식품에 초점을 맞춰 브랜딩 하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김치라는 식재료를 현지에서 조달하는 것은 국내 농식품에 도움이 안 된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진정한 김치의 맛을 한국의 식재료를 활용토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반기 수출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예측을 내놨다. 그는 “아직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하반기에도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어 지난해와 비교해 4.4% 이상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농식품부는 급변하는 환경에 발맞춰 수출 지원전략을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도 코로나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 추진 중인 온라인과 비대면 방식을 더욱 강화하면서 건강식품·HMR 수요 증가와 같은 새로운 기회요인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면서 “중국 최대 온라인몰 중 하나인 티몰에 온라인 한국 인삼관을 구축하는 등 비대면 유통망 진출을 위해 온라인몰과 SNS 판촉 등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우리 식품기업의 온라인 수출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 전체적으로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농업인, 식품업계, 수출업계, 관련 공공기관들의 노력으로 농식품 수출은 선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농식품 수출은 우리 농산물의 새로운 수요처를 창출하고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는 측면이 큰 만큼, 대대적인 비대면 상담 등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정책 추진을 통해 우리 농식품이 전 세계에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동경식품박람회에서 김치를 홍보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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