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정부, 농민 상대로 화전양면 전술 그만둬야
[사설] 문재인 정부, 농민 상대로 화전양면 전술 그만둬야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09.22 1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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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지에서 2주가 넘는 기간 농축산업 단체장을 대상으로 '문재인 정부 4년 차 농업정책'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4년이 지난 지금, 정부의 농업 정책에 대한 성과를 평가하고, 지속 가능한 정책인지 가늠할 수 있는 성적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총 27개 단체장들은 각자의 품목 산업이 처해있는 상황에 따라 대답 또한 갈렸다. 축산은 방역에 대한 점수를 낮게 주거나 과수 관련 단체들은 농업재해 정책에 인색했다. 

공익형직불제와 관련해서도 전업농과 대농을 보유한 단체들은 부정적이었지만 소농 위주의 단체는 그나마 문재인 정부의 4년 농정 성과 중 1위로 꼽기도 했다. 

하지만 농민단체장들 의견이 크게 갈리지 않았던 유일한 항목이 있다면 농업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이다. 농업을 계량화하고 수치화해 단편적 접근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축산물 수급조절 정책을 펼칠 때도 현장 상황은 급박하고 수매에 대한 신호가 들어오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수급조절매뉴얼에만 들먹거리며 늑장 조치로 일관하는 식이다. 

즉, 현 정부는 농민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참고해 농업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정책을 결정해놓고 농민을 설득하거나 윽박지른다고 성토하고 있다. 

현 정부의 가장 큰 단점으로 '농업 홀대'가 꼽힌 이유는 겉으로는 농민의 말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결국에는 농민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정책이 난무한다는 게 농민단체장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정부가 농민을 상대로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물론 정부 정책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농민들은 정부의 농업정책에 따라 큰 손실을 보기도 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느끼기도 한다. 또한 정부의 농정 기조에 따라 어떤 품목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어떤 품목은 활황을 누리기도 한다. 농정이 농민에게 그리고 농업에 중요한 이유다.  

농업계에 몸담으면 수많은 회의와 심포지엄, 긴급회의만 어림잡아 계산하더라도 1년에 수천 회는 된다. 때문에 정부 고위 당국자가 농업의 한 부서로 오게 되면 농민들 만나는 일이야 밥 먹듯 한다. 매일 부딪히는 사람도 함께 농정을 만들어갈 파트너도 어제 함께 식사를 했던 그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 홀대가 문재인 농정 평가에서 가장 큰 단점으로 거론됐다는 것은 큰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지속 가능한 농정을 세우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농민의 목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현장에 나와 듣고 그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 

약자를 위한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권, 지난 촛불의 약속을 잊지 말고 이제라도 제대로 된 농정, 농민을 위한 농업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매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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