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편가르기 매몰된 호통 국감, 농민 삶 달래주는 정쟁돼야
[사설] 편가르기 매몰된 호통 국감, 농민 삶 달래주는 정쟁돼야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0.16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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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가 어느덧 후반전 막바지로 치닷고 있다. 지난 7일을 시작으로 20일간 대장정의 막이 내리는 참이다. 수많은 질의가 오간 이번 국정감사에는 21대 첫 국감이란 점, 문재인 정부 4년 차의 농정 평가, 기후변화가 촉발한 장마와 태풍,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 등 다양한 이슈와 변수가 쏟아진 해로 그 어느 때보다 특별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국정감사실의 취재 제한으로 다소 한산하고 차분하게 진행된 국감이 됐다.

하지만 21대 첫 국정감사도 여전히 편가르기와 보여주기식 호통의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국회의원들은 농업문제가 정치와 연결되면 앞뒤 가리지 않고 폭풍 질문을 해대거나 상대 진영 의원 발언에 어깃장을 놓는 등 정쟁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정감사 첫 날인 농림축산식품부 국감에서는 북한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가족의 증인 출석을 두고 국정감사는 시작도 못한 채 국민들은 무려 40분간 여야 의원들의 샅바 싸움만 지켜봐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양산 사저 농지 취득 문제와 관련해서도 의원들의 문제 제기는 아쉽기만 하다. 농지의 부당 취득은 농업에서 비중 있는 다뤄야 하는 사안임에는 분명하지만 대통령의 불법 농지 취득 의혹을 발단으로 전국 농지 불법 취득 문제, 자경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불법 영농, 법망을 피해가는 농지 취득 꼼수 등 다양하고 폭넓은 문제의식으로 전환되거나 발전되는 모습은 없었다.

대통령만 공격 재료로 삼고 천편일률적인 질문과 답변, 또는 이를 옹호 또는 비호하는 질문과 대답으로 황금 같은 국감 질의의 대부분을 시간을 소비하는 의원들의 행태에 많은 국민은 물론 농민들의 실망감은 매우 컸다.

국정감사를 피아를 구분하는 도구로, 혹은 향후 전개될 선거와 인기의 전장으로 삼는 국회의 모습에 국민들은 국정감사에 대한 피로감만 쌓인다. 정쟁에 빠져 날카로운 농업정책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올릴 기회를 날린다면 가뜩이나 피폐해져 있는 농촌의 재건은 더욱 멀어진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농축산업계의 모든 불만과 욕구, 민원 등이 국회로 모인다. 국회의원들은 다양한 문제 제기 등 농업 전반에 숨어 있는 문제를 끄집어내 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과 예산집행의 올바른 방향을 잡아주고 잘못을 지적해 농업을 위한 국정운영의 길로 인도하는 게 국정감사의 본 목적이다. 정쟁에만 매몰돼 호통만 치거나 시간 때우기 질문, 상대 진영을 흠집 내기 위한 국정감사 진행에 국민들은 지쳐가고 있다.

정쟁도 좋은 정쟁이 있다. 농민들의 삶, 농업의 패러다임, 농축산업계에 꼭꼭 숨겨진 해묵은 난제들에 대한 여야 의원의 난상토론과 정부와의 설전은 농업을 건강하게 만들고 농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밑거름이 된다.

이제 국정감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농업문제를 권력형 게이트로 확장시키는 데 매몰되거나 지지율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질의는 삼가고 다양한 콘텐츠와 신선한 문제의식으로 무장한 신선한 국정감사를 위한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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