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지역 푸드플랜 필요성과 지방의회의 역할
[특별기획] 지역 푸드플랜 필요성과 지방의회의 역할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0.16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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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질병 등 먹거리 위기 고조
국가 먹거리 종합 마스터플랜 필요
공공급식, 먹거리 지도 구축 마중물
지역 푸드플랜 지방의회 역할 중요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신자유주의 시대의 진입과 세계 무역 장벽이 낮아지면서 전 세계 어느 곳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라도 다음날이면 바로 우리 식탁에 오르는 시대다. 하지만 지구촌이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이면서 작은 리스크에도 세계가 요동치는 위험 요인도 더불어 높아졌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식량파동을 거치면서 우리는 여전히 식량 위기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2008년 당시 곡물 투기자본의 개입은 세계 곡물시장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었고 각국의 지도자들은 식량쇼크 위험을 감지했다. 최근 계속된 기후변화도 식량에 대한 위기감을 더해준다. 우리나라도 최근 연속된 자연재해로 농산물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등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가의 먹거리 전략에는 생산부터 소비를 넘어선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 세계의 먹거리 위기감

2019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전 세계 8억 2,000명의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다고 발표했다. FAO는 그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지목했다. 2030년까지 세계 인구는 83억 명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식량 수요는 50%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불거진 식량에 대한 위기감이 아니더라도 예전부터 각국의 위정자들은 자국민을 먹여 살리는 장기적인 먹거리 전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국가식품시스템을 손보기 시작했다. 국가의 먹거리 전략에는 생산부터 소비뿐만 아니라 식품안전, 식량안보, 환경문제 등이 포함되면서 먹거리와 관련된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이 속속 담긴 것이다.

코로나19는 글로벌 팬데믹 먹거리 마스터플랜의 중요성을 더욱 가중시켰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과거 자유무역이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는 신자유주의 공식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먹거리 빈곤층의 대두

서울시가 발표한 2019 서울시 먹거리 통계 조사 보고서는 우리나라도 먹거리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표를 보여준다. 서울 시민 5명 중 1명은 양적으로는 충분하나 질적으로는 부족한 음식을 섭취하고 있었으며, 1인 가구의 증가는 식품의 구입과 조리시간이 부족, 식품섭취의 제한으로 풍부한 먹거리에서 이격 돼 있었다.

지난해 1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촌경제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먹거리 취약계층을 위한 농식품 바우처 국회 토론회'에서도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의 먹거리 빈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양섭취율은 평균에 비해 4배나 낮았고, 섭취하는 음식 가짓수 또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연미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박사는 '취약계층 식생활 및 영양섭취 실태'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사회적 취약계층 아동·청소년 그룹의 31.7%가 영양상태가 불량하다"고 말했다. 이는 전국 평균인 8.5%와 비교해 4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이들의 음식 섭취 가짓수는 전체 평균인 17종류에 비해 9.8종류로 극히 낮다고 밝혔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먹거리 빈곤은 아동·청소년뿐만 아니라 취약계층 전체로 번져있었다. 연 박사에 따르면 1/4분위 소득자(하위 25%)의 식품 불안정률은 약 10%에 달하고 영양부족자분율도 4/4분위 소득자(상위 25%)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연 박사는 아동·청소년의 먹거리 빈곤에 대해 "성장지연, 전염성 질환 등 보건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심리적 손상, 학업 성취도 저하, 학교 적응 실패 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위험으로 확장될 수 있다"면서 "이들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먹거리 위기 푸드플랜이 대안

우리가 체감하지 못하지만 먹거리 빈부격차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풍요로운 먹거리 홍수 속에 양질의 먹거리가 생산돼야 함은 물론 먹거리 유통 지도를 어떻게 그려야 할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같은 위기에 푸드플랜은 먹거리 정책의 대안으로 꼽힌다.

푸드플랜이란 농장과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 이르는 푸드 시스템을 원활하게 구축하기 위해 상품과 사람, 환경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 지속 가능한 농업, 사회, 환경을 실현하는 정책이자 실천전략을 뜻한다. 푸드플랜은 △지속 가능한 식생활과 영양 △사회·경제적 형평성 △먹거리 생산 △먹거리 공급과 유통 △먹거리 손실과 폐기 △거버넌스 구축 등 6개의 큰 줄기로 나뉜다.

국내 먹거리 정책 푸드플랜의 6개의 주제를 엮으면 종합적인 먹거리 가치 사슬이 연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국내 먹거리 정책은 다 부처가 연관돼 있어 효율적인 먹거리 정책 추진에 탄력을 받기 힘들다는 지적 나오고 있어 푸드플랜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먹거리 순환고리에서 각 주체 간 가치와 정책 간 갈등이 터져 나올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며, 이 같은 갈등을 중재하고 농식품 발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수렴시킬 먹거리 컨트롤타워 즉, 푸드플랜의 필요와 존재 이유가 설명된다는 것이다.

푸드플랜의 추진은 농업과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푸드플랜이 실행되면 지역 농산물을 공급할 계획생산이 뒤따라야 하고 도시로 들어오거나 흘러나갈 먹거리의 종합적 흐름이 수치화된다. 지역 농가에서는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지역에 공급하면서 신선 먹거리에 대한 보장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지역에서 소규모로 농사짓는 소농과 고령농들에게는 대량으로 재배하는 규모화된 농업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날 가능성을 담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먹거리 유통 체계가 가지고 있던 중앙화와 효율화를 타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탈 중앙화는 먹거리 이용의 변화를 불러오며 소규모 농가들의 생존은 농촌 공동체의 복원과 맞물린다. 농촌 공동체가 복원되면 먹거리 조달, 먹거리 안전, 먹거리 건강, 먹거리 교육, 먹거리 폐기(낭비 감소) 등 푸드플랜이 추구하는 목표가 실현, 우리나라 먹거리 종합 대책이 완성된다.

공공급식푸드플랜의 마중물

공공급식 정책화는 푸드플랜을 실행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도시에 집중된 소비패턴과 구매력 집중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몇몇 로컬푸드를 제외하고는 지방에서 성공할만한 지역 농산물 소비의 롤 모델이 탄생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공공급식은 친환경 농업의 육성 등 푸드플랜 성공 가능성의 군불을 땔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공공급식의 정책화를 통해 먹거리 취약 계층에 대한 배려를 실행 중이다. 미국의 USDA FOOD는 1946년부터 학생들에게 무료 또는 감면 급식을 제공하도록 각 주에 현금과 현물을 지원하고 있고, 프랑스의 식품지원정책은 식재료 꾸러미 지원, 사회적 식당, 쿠폰 지급 등을 푸드뱅크를 통해 운영하는 안을 담고 있다. 미국의 Food commons는 직거래와 대량 상품 거래 간의 중간 영역으로 품질을 차별화하지 않는 소량 생산을 공공재로 모아 재단을 통해 공공급식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공공급식 분야의 적정 가격 보장은 농산물의 안정적인 물량을 소비하는 대량 수요처로 지역 단위 먹거리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에 공공기관이나 군대, 학교 급식을 중심으로 로컬푸드 확산의 선도 모델을 창출하고 확산하는 데 앞장서고 있으며, 2018년에는 공공급식 지원 표준 조례안을 만든 데 이어 지난해에는 공공기관·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지표에 ‘지역농산물 구매실적’을 추가하기도 했다.

지방의회의 역할과 중요성

푸드플랜이 가동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 역할은 핵심이다. 푸드플랜은 지역에서 푸드플랜 관련 예산을 삭감하거나 관련자에 대한 인사 불이익을 줄 경우 지역 중앙정부의 의지가 강해도 실현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경우 도시와 농촌의 신뢰와 배려, 상생발전을 목표로 먹거리 생활권을 보장하는 ‘세종형 푸드플랜’을 수립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세종시가 도시와 농촌 먹거리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공동체의 회복을 통해 먹거리로 하나 되는 세종시를 주창하고 나서는 데 지방의회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특히 지역 도시의 먹거리 정책과 계획, 법 개정이나 지방 정부의 부처 간 협력은 지방의원들의 먹거리 철학과 추진 의사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지방의회의 의지는 푸드플랜 성공의 가늠자가 된다. 전담부서, 관련부서, TF, 중간지원 조직 등 지역단위 푸드플랜 추진 시 손발이 되는 조직을 구축하는 데 지자체장의 사업 추진 의지와 지방의회의 협력이 반드시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푸드플랜은 지역 경제순환형 자립 공유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슬로푸드와 로컬푸드의 조달 서비스를 구축, 종합적인 먹거리 장터를 구축해 나가는 데 큰 공을 세울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덩달아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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