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없는 농부도 많은데···” 고위 공직자 10명 중 4명 농지소유
“땅없는 농부도 많은데···” 고위 공직자 10명 중 4명 농지소유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0.21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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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농업인 농지 소유 금지 골자 '농지법' 개정 필요
경제정책 집행 공직자 농지소유 이해충돌 발생 우려
경실련농지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등 5가지 정책 제안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고위공직자 농지 소유 실태조사 결과 10명 중 4명이 농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민의 절반 이상이 농지 임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 상황에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고위공직자가 농지 보유와 투기 의혹까지 불거지자 농민들도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경실련은 농지법 개정은 물론 농지 소유의 투명 공개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실련이 지난 19일 개최한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농지소유 현황 조사 발표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저도) 10ha 이상 벼농사를 짓고 있지만 단 1필지만 소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임대차를 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농민들은 자신의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고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 (농지가) 투기의 대상으로 된 현실이 지금의 농촌”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민들이 농지를 소유하고 비농업인은 농지를 처분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할 때가 왔다”면서 “이제 농지는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고 통일 농업에 대비하는 기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실련이 발표한 고위 공직자 농지 소유자는 전체 1,826명 중 719명에 이른다. 가장 넓은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고위 공무원은 김규태 교육부 전 고등교육정책실장으로 1.3ha(3,953평)의 농지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김성근 교육부 전 학교혁신지원실장은 0.9ha(2,791평), 강명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0.8ha(2,329평)의 농지를 소유해 뒤를 이었다.

가액 기준으로는 김태화 병무청 차장이 7억 6,800만 원,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 6억 1,200만 원, 강명수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4억 8,800만 원으로 ‘톱 3’에 이름을 올렸다. 당초 최흥진 기상청 차장이 가장 많은 가액의 땅을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현재는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당 100만 원이 넘는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고위 공직자도 5명으로 조사됐다. 박정열 문화체육관광부 전 국민소통실장(186만 원),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160만 원), 채규하 공정거래위원회 전 사무처장(155만 원), 김남현 경찰청 외사국장(154만 원), 이성용 국방부 공군참모총장(142만 원) 등은 평당 100만 원이 넘는 농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박선호 제1차관이 소유한 과천 농지는 3기 신도시에 포함되는 것으로 밝혀져 이해충돌 의혹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경실련은 밝혔다.

중앙부처 주요 장관들도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642평·배우자 소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442평·배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402평),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303평·배우자),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105평·배우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52평·배우자) 등도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호 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 위원장(단국대학교 교수)은 “공직자의 경우 본연의 업무로 실제 경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배우자 등 세대원이 있다고 해도 제대로 된 농사를 짓기란 한계가 있다”면서 “경제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공직자의 경우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원칙을 훼손하고 있는 허점투성이 ‘농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아울러 농지 이용 실태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 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이 같은 우려를 막기 위해 △비농업인 농지 소유 금지를 골자로 하는 농지법 개정 △농지 소유와 실태를 공개하는 ‘농지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직불금 부당 수령을 감시할 수 있는 ‘마을단위 농지관리위원회’ 설치 △공직자윤리법에 공직자 농지 소유 및 농업 겸직 금지 규정 △‘농업진흥지역’ 비농업적 사용 전면 금지토록 규정 등 5가지 정책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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