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계 1등"···유자 먹고 겨울나면 감기 '뚝'
"내가 세계 1등"···유자 먹고 겨울나면 감기 '뚝'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0.27 0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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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귀태 '유자농부들' 대표

"깔라만시요? 유자 보면 생각도 안 날걸요"


 

김귀태 대표가 유자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김귀태 대표가 유자를 수확하고 있는 모습.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유자나무 한 그루면 자식 대학을 보낸다는 이야기는 전남 고흥에서는 속담처럼 떠돈다. 과거 유자나무는 대학 등록금도 거뜬히 감당해내는 집안 보물일 정도로 유자나무에 달리는 유자는 고급 과실로 통했다.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특성에 내륙 지방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유도 한몫했다. 

울퉁불퉁 희귀한 과실은 감귤과 레몬을 섞어놓은 듯 매끈한 외형을 자랑하지는 못하지만 건강에는 특출난 효과를 발휘한다. 김귀태(51) '유자농부들' 대표도 유자 키우는 집에서 태어나 감기 한번 걸리지 않았다고 너스레를 떨 정도다. 

그는 "유자집 자식은 겨울 반바지 차림으로 다녀도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면서 "그만큼 유자가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속담처럼 전해 내려온다"고 말한다. 15년 전 본격적으로 유자 농사를 시작해 지금은 고흥에서 내로라하는 유자 농사꾼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그는 유자 재배만큼은 전 세계 1등을 자처한다. 

"요즘 동남아 열매인 깔라만시 인기가 많잖아요. 건강에도 좋고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많이들 찾지만 유자를 한번 맛보면 생각도 나지 않을걸요. 향은 물론이거니와 노화와 피로를 방지하는 유기산이 많이 들어 있거든요." 
 

김귀태 대표 농장 유자가 자라는 모습.
김귀태 대표 농장 유자가 자라는 모습.

유자는 비타민C로 통하는 레몬보다 비타민 함량이 3배나 높다. 배설작용을 도와 몸 안에 노폐물을 내보내고 모세혈관을 보호하는 헤스페리딘이 함유돼 젊어지는 비밀이 숨어있는 과실로도 정평이 나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유자차로만 수요가 높아 겨울철 소비 식품으로 분류, 소비층이 얇다는 한계가 있다. 

"생과로 드셔보셨나요. 잼이나 에이드도 먹어도 얼마나 맛이 좋은데요. 생선회에 레몬을 뿌려 먹죠. 향이 풍부한 유자를 뿌리면 맛이 배가 됩니다. 유자의 가능성은 넘쳐나는 데 아직 국내에서 진가를 발휘 못하니 아쉬울 따름입니다. 그나마 수출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어 자부심이 큽니다." 

고흥 유자는 탁월한 풍미와 품질이 뛰어나 세계에서 먼저 알아주는 고급 상품이다. 유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생산되지만 그중 한국산이 가장 향이 진하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전라남도 고흥과 완도, 장흥, 진도, 경상남도 거제와 남해, 통영 등 주로 따뜻한 남부 지방에서 자란다. 열대성 과실인 만큼 온도에 민감해 재배하기에는 까다로운 축에 속한다. 

"명품 유자는 재배기술이 좌우하는데요. 다른 과일에 비해 기후와 외부환경에 민감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노하우가 없으면 쉽게 키울 수 없어요. 특히 응애에 약해 방제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수세가 약해져 고품질 유자를 생산하기 힘들죠." 
 

어머니와 함께 유자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모습.
어머니와 함께 유자나무를 손질하고 있는 모습.

김 대표의 유자 재배 노하우로 '부지런함'과 '타이밍'을 꼽는다. 365일 유자 밭을 관리해야 하는 열정도 있어야 하지만 춘지, 중지, 하지 등 3번의 성장점에 맞춰 비료 시비를 적절히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유자 농사에 뛰어들어 낭패를 본 경우를 많이 봤다는 그는 나무 수세의 중요성과 끈기를 강조한다. 

"수세가 약해지면 잎에서부터 드러나요. 잎 때깔부터 다르잖아요. 때문에 방제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수세가 죽으면 유자의 수분 함량도 떨어지고 품질도 하락하게 됩니다. 또한 다른 과일은 3년이면 수확이 가능하지만 유자나무의 경우 8~15년 키워야 정상적인 상품을 수확할 수 있어요. 그만큼 끈기와 공을 많이 들여야 하는 품목인 셈이죠." 

김 대표는 그만의 노하우로 3만 평 부지에서 5,000주의 유자나무를 키운다. 연간 최대 150톤가량의 유자 생산량을 자랑하는 그는 전량 두원농협에 납품한다. 내수 시장에 대한 유혹도 있지만 수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자부심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달콤해서다. 아직 수작업이 많고 규모화 과정 중인 유자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하는 그는 글로벌 유자 농부가 꿈이다. 

"올림픽 나가서 1등은 못하지만 고흥 유자로는 전 세계 1등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농축유통신문·농림축산식품부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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