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담합 배상액 고작 ‘33만 원’…집단소송법 개정해야
비료담합 배상액 고작 ‘33만 원’…집단소송법 개정해야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0.11.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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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손해배상 소송 결과 ‘58억8천만 원’ 지급 판결
농민들 “승소해서 다행이지만 현행 소송제도 한계 여실히 드러나”
비료협회 “더 신속하고 성실한 손해 배상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16년간 입찰 가격을 담합해 농민들로부터 부당이득을 취한 13개 비료업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8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배상액이 작아 집단소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농민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58억 8,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담합사건은 남해화학, 동부하이텍, 삼성정밀화학 등 13개 화학비료업체가 지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농협중앙회가 발주한 화학비료 입찰에서 사전에 물량 및 입찰 가격을 담합했다.

2012년 담합 적발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추산 결과 이들이 담합으로 얻은 부당이득은 약 1조 6,000억 원, 연간 1,000억 원 규모에 이른다고 판단, 공정위는 이들 13개 담합 업체에 총 828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비료업체의 담합으로 부당한 손해를 입은 농민들에게는 피해에 대한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전국농민회총연맹은 2012년 1만 8,130명의 소송 참여인을 모집해 비료 가격 담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렇게 소송을 제기한지 8년 만에 농민들이 소송에서 승소해 배상액은 손해로 인정된 원금 39억 4,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이자) 19억 4,000만 원을 합한 것으로 환산했으며, 1인당 33만 원이 지급된다. 단 소송에 참여한 이들에게는 피해 정도에 따라 각각 다른 액수의 배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이에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농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민들이 승소해서 다행이지만 이번 판결은 현행 소송제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재갑 의원은 “공정위가 밝힌 13개 비료 회사들이 비료값 담합으로 얻은 부당이득이 1조 6,000억 원대에 이르는데 농민들이 받게 될 배상액은 50억 원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이번 배상 판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농민이 담합의 피해를 보았음에도 소송에 참가한 1만 7,000여명의 농민에게만 업체가 법적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가 구체적인 피해액을 밝혔음에도 그 피해에 대한 구체적 소명은 농민 스스로가 해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국회는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 소비자 피해 구제를 강화하고 기업들의 준법경영을 유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흥식 전농 의장도 “비료회사들의 담합을 통한 부당 이득은 농민들에게는 생산비 증가로 이어졌을 것이고, 개방농정에 농산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폭락해서 농업 생산의 지속성을 급격히 줄이는 역할을 했다”면서 “8년 동안 진행된 이번 소송의 결과를 수용하며 비료회사에게 대 농민 사과를 공식적으로 촉구한다. 특히 제도적 미비로 부당 이득 전체를 농민들에게 배상하지 않은 대신 향후 제품의 가격 인하 등으로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경영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 한국비료협회는 “농업인의 피해는 정부 주도의 비료유통 관행이 2010년까지 이어져 빚어진 일”이라면서 그에 따른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는 다만 언론보도 내용 중 비료회사들이 16년간 총 1조 6,000억 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는 내용은 아무런 근거나 자료도 없는 것이며, 그 기간 중에도 비료업계는 영업적자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우리 농업과 무기질비료 산업과 상생·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고, 소송에 장기간이 소요된 점을 감안해 더욱 신속하고, 성실한 손해 배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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