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지 실태 빅데이터 구축 정부가 나서야 한다
[사설] 농지 실태 빅데이터 구축 정부가 나서야 한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0.12.1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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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가 ‘농지 소유 및 이용제도 정비방안’ 중간보고회를 개최하고 농지 실태를 공개했다.

농특위는 경기도 여주와 경상남도 거창 지역의 농촌마을 농지 현황을 필지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농지원부 등록 비율 30%, 경영체 60.5% 수준임을 밝혀냈다.

또한 조사 대상 시군으로 한정한 의미의 부재지주는 37.4%로 조사됐고, 개인 소유 91.5% 중 자경하는 비율은 37.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경하는 필지 중 개인 임차의 경우 37.5%, 휴경 20.1%, 폐경 2.7% 형태로 농지가 이용되고 있으며, 직불금 정상 수령 필지는 51.7%, 미수령 필지는 45.5%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특위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확성은 다소 미흡하지만 우리나라 농지 실태 현실을 개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우리나라의 잘못된 농지 소유의 민낯을 보여줬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에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의 고위공직자 농지 소유 실태조사 결과 10명 중 4명이 농지를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경실련이 발표한 고위 공직자 농지 소유자는 전체 1,826명 중 719명에 달했다.

농민의 절반 이상이 농지 임대로 농사를 짓고 있는 상황에서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고위공직자가 농지 보유와 투기 의혹에 농민 대다수는 할 말을 잃었다.

대한민국의 농지 문제는 농업의 지속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농지는 농촌에서 만물을 소생시키고 먹거리를 생산하는 근간이 된다. 농지를 농지답게 만드는 것은 농사꾼의 발자국이지 농업에 대한 철학이 부재한 민간인이 아니다. 국가에서 헌법에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하고, 농지법을 만든 데는 국민 식량 생산의 원천이 농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지는 개발업자들의 탐욕으로 얼룩졌고 땅 투기의 대상으로 변질됐다. 지금의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려는 젊은이들은 변변한 땅 없이 임차 형식으로 농촌에 유입되는 경우가 다수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도 농지를 개발 건축 등 다른 목적으로 소유한 사람이 농업 경영을 지역의 토박이에게 맡겨 농사를 짓는 것처럼 꾸미고 정부 지원금을 가로채더라도 농지는 그대로 소유할 수 있는 편법이 도처에 널렸다.

이 같은 폐단을 막기 위해서는 농지소유 실태의 전수 조사가 기본이다. 기초적인 자료조차 없이 농정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발상 자체가 섣부른 구호임을 명심해야 한다.

1996년 1월 농지법이 시행되면서 그 이후에 취득한 농지에 대해 농업경영과 경작현황은 매년 조사하지만 농지를 관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물론 농지 실태 전수 조사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지와 관련한 데이터 없이 농업의 체질 개선을 꾀할 수 없다. 땅에서 나오는 각종 먹거리와 자본이 농사를 짓지 않는 부재지주 손에 혹은 개발업자에게 돌아간다면 농촌의 지속 가능성은 영영 담보할 수 없을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농지에 대한 빅데이터 구축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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