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회도 반대하는 소비기한 도입
[기자수첩] 국회도 반대하는 소비기한 도입
  • 엄지은 기자
  • 승인 2020.12.11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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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엄지은 기자] 

지난달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 심의에서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유보되며 우유 소비기한 도입에 제동이 걸렸다.

이유는 소비자들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에서 나온 지적 사항은 그간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에 대한 낙농업계 및 식품전문가들이 외쳐왔던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그간 낙농업계가 우려했던 선진국 수준의 법적냉장온도 기준 강화, 냉장관리·유통시스템 정착, 적정온도 및 식품안전 관리에 대한 선행이나 별다른 개선 없이 무작정 소비기한 표시제를 도입할 경우 국가적으로 큰 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소비자연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통매장의 법적냉장온도(0~10) 준수율은 70~80%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가정에서 올바른 방법으로 식품을 보관했는데도 변질 등의 문제가 발생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소비자도 27%에 달할 정도로 변질 사고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소비기한 도입, 과연 소비자를 위한 정책일까?

미흡한 부분의 개선 없이는 오히려 소비자를 위험에 빠트리는 독이 될 수 있다.

물론 소비기한이 도입된다면 멀쩡한 제품이 너무 많이 버려지는 낭비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며, 우리나라에서 한해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경제가치 손실액인 25조 원을 아낄 수 있는 대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입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은 쌓여있다.

소비기한 도입 이전에 법적냉장온도를 현행 10이하에서 선진국 수준인 5이하로 조정하고, 유통매장 실태조사를 통해 냉장관리체계 및 점검시스템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소비자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소비기한 표시제 도입 이전에 식품별 냉장온도, 제품보관방법 등 철저한 소비자 교육 또한 선행돼야 할 것이다.

허술했던 외양간을 수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해도 도망간 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한번 깨진 소비자와의 신뢰는 낙농업계와 유업계에 막심한 타격을 입힌다는 것이다. 산업계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식약처가 부족한 점을 메우는 노력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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