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한우·한돈·낙농산업 결산] 한우 ‘호황 속 근심’, 한돈 ‘첩첩산중’, 낙농 ‘사면초가’
[2020년 한우·한돈·낙농산업 결산] 한우 ‘호황 속 근심’, 한돈 ‘첩첩산중’, 낙농 ‘사면초가’
  • 박현욱·엄지은 기자
  • 승인 2020.12.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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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유통신문 박현욱·엄지은 기자] 


2020년 축산업계는 재난의 연속이었다. 올 초 코로나19가 전국을 뒤덮으면서 소비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켰고, 8~9월 유례없는 긴 장마와 연이은 태풍으로 농심이 초토화되기도 했다. 10월에는 1년 만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해 한돈 농가들을 긴장시켰으며 연말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발생하면서 확산일로를 겪고 있다. 그나마 질병이라는 대형 이슈에서 벗어난 한우산업은 사육두수의 가파른 상승으로 호황 속 근심으로 전전긍긍하고 있고, 낙농산업은 잉여유 증가와 소비기한 도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본지는 2020년 한우·한돈·낙농산업을 결산한다.


 

[한우] 사육두수 가파른 증가에 근심 가득


한우산업 2020년 “9만·320만·5만·42%”로 정의
‘번식+비육’ 일관사육이 한우산업 ‘규모화’ 촉진

올해 한우산업을 숫자로 정의하면 9만, 320만, 5만, 42%(3/4분기 기준)로 요약된다. 올해 한우 농장수는 9만 호를 하회했고, 사육두수는 320만 두를 넘겼다. 또한 20두 미만을 사육하는 소규모 농장수도 5만 호 아래로 하강하면서 4만 7,656곳이 살아남았다. 100두 이상을 키우는 농장은 거꾸로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 7,556 농장에서 한우를 키우고 있다.

100두 이상 규모의 농장에서 생산되는 한우 비중은 국내 한우 생산량의 약 42%를 기록하며 규모화를 증명했다. 전국 한우 농장의 8.5%에서 42%의 한우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한우산업의 규모화는 번식농가와 비육농가의 수익성에 기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육농가에 비해 주머니 사정이 열악한 번식농가는 위기가 거듭될수록 수익성이 좋은 비육농가로의 전향을 선택해서다. 때문에 한우 생산은 일관 사육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데, 비육농가도 송아지 수급이 여의치 않자 어쩔 수 없이 일관사육을 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한우 전문가들은 한우산업의 생산구조를 분석해보면 번식과 비육이 양분했던 시장에서 이제는 번식과 비육을 함께하는 일관사육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소규모로 경영하던 번식농가들이 비육을 하면서 농장의 규모화를 앞당기고 있으며앞으로도 이런 경향은 뚜렷해 질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공급 증가 불구 한우 가격은 ‘U자 반등’에 화색
수입산 ‘호시탐탐’ 우리 식탁 겨냥 농가는 불안


올해 한우가격 전망에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해 도축물량 증가로 가격 하락을 점쳤던 전문가들조차 한우가격 상승기조에 놀라는 분위기다. 

올해 한우가격은 지난 6년간(′14~′19) 도축물량과 가격변동 간 상관관계를 깨는 기록을 세웠다. 도축물량(공급)이 늘면 가격이 하락하는 공식을 깨고, 도축물량과 가격이 커플링(coupling, 동조화)되는 기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2015년, 2016년, 2018년 모두 전년과 비교해 도축물량이 줄면서 가격이 상승했고, 2017년은 도축물량이 늘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19년에는 공급물량 늘자 가격이 보합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올해는 전년과 비교해 1만 6천 두의 추가 도축물량이 쏟아졌음에도 오히려 가격은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유통 전문가들은 한우 콘크리트 소비층이 박스권을 탈출하면서 한우 소비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복수의 한우 유통 바이어들은 “코로나19라는 악재가 오히려 한우시장에 호황을 가져다줬다”면서 “외식시장은 쪼그라든 반면 가정 내 한우 소비가 큰 폭으로 치솟으면서 가격을 방어하는 결정적인 변수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3~5월 정부의 재난지원금 투입으로 뜻하지 않은 구매력이 생기면서 한우 고기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면서 “한우를 맛본 새로운 소비층에서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질지 향후 1년이 한우 소비시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한우의 나홀로 호황에 농가들은 내심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한우 사육두수가 큰 폭으로 치솟고 있는데다가 수입산 쇠고기의 물량 공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할인매장과 온라인 오픈마켓에서의 수입 쇠고기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대형마트 3사의 유통바이어들은 “한우에 비해 저렴한 수입산 쇠고기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과거 품질과 신선도에서 약점을 보였던 수입산도 점차 상향평준화를 이루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성장하는 수입 쇠고기 시장을 방어하는 다각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수입 쇠고기는 일선 온·오프라인 매장을 가리지 않고 올해 두 자릿수의 판매 신장률을 보이면서 육류 카테고리에서 매출을 주도했던 국내산 쇠고기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한돈] ASF·후지적체첩첩산중

 

1년여 만에 사육돼지 내 ASF 재발생야생멧돼지 점차 남하

코로나19 가정소비 증가삼겹·목살 편중, 후지 재고 최고치

끝나지 않는 ASF와의 장기전

 

올해 양돈산업은 끝나지 않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크게 몸살을 앓았다.

ASF 확산 방지를 위해 많은 농가들이 돼지 살처분 및 수매에 동참했음에도 재입식이 늦어지면서 농가들은 경영난으로 거리에 나앉을 정도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ASF 희생농가들은 재입식 기준 마련을 촉구하며 총궐기대회, 천막농성, 차량시위 등을 실시하며 강력히 나섰지만 농식품부는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해결책 없이 시간만 흘러갔다. 농식품부는 가축전염병예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시행하며 ‘ASF 중점방역관리지구 지정 기준’, ‘강화된 방역시설 기준등을 통해 초고강도의 방역정책을 고수하기도 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올해 10월 초에는 강원도 화천의 양돈농장에서 ASF가 추가 발생하며 재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다행히도 이후 추가 확산 없이 마무리돼 농가들은 드디어 원하던 재입식을 얻게 됐다.

지난달 24일 대한한돈협회 제 1종돈능력검정소(환적장)에서는 연천에 소재한 5개 농장으로 이동할 돼지 495마리를 환적하며 재입식의 시작을 알렸다.

반면에 야생멧돼지는 사육돼지와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야생멧돼지의 ASF 발생은 이달 15일까지 총 883건이 확인되는 등 꾸준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광역울타리 밖에서 감염개체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어 전국적인 확산으로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돈가 선방후지 재고 급증

 

올해 돼지가격은 예상을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올 초 생산비에도 못 미칠 정도인 2,300/kg까지 폭락한 돈가는 예상치 못한 코로나 19사태를 맞닥트리며 호조를 보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가정 내 소비는 증가했으며 덩달아 돼지고기 수입도 급감해 국내 돼지가격은 기대 이상으로 회복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정 내 소비로 인해 인기 부위인 삼겹·목심 등 구이용 부위로 소비가 편중돼, 후지·등심은 극심한 재고량을 떠안게 됐다. 후지의 경우 9월 기준 비축량이 4 2,245톤으로 전년 동기간(1 6,534대비 155.5%가량 증가해 최고치를 보이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일부 1차 육가공업체에서는 억대의 적자를 보고 있는 등 가공업체의 경영난은 악화되고 있다.

이에 대한한돈협회는 국내산 후지 구매·비축 사업을 진행 중에 있으며, 후지 소비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양돈산업 떠나는 농가들경영악화·각종규제 압박

ASF 발병에 따른 방역 시설 강화와 관세 철폐, 나날이 늘어가는 환경 규제는 많은 양돈 농가들을 떠나게 만들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625‘2020FTA 피해보전직접지불금 지원대상품목 및 폐업지원금 지급대상품목으로 돼지고기를 확정·고시하며, 지난 8월말까지 FTA 페업지원금을 신청한 농가가 무려 348개에 달하기까지 했다. 농가들이 올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쏟아지는 환경규제 또한 양돈산업을 몰아내고 있다. 조례 개정을 통해 가축사육제한 지역을 확대하는 지차체는 속출해, 이젠 가축사육제한 지역을 확대하지 않은 지자체는 찾아볼 수 없다.

이밖에도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축산 악취 및 악취 저감 패키지 3등 축산농가가 과도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법안이 모습을 드러내며 이를 견디지 못하는 소규모 농가들이 속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낙농] ‘사면초가낙농산업, ‘먹구름 가득

 

생산기반 위축 불구정부 감산정책 카드 만지작

소비기한도입·군 우유급식 감축수급불균형 심화

수입유 증가·코로나19 여파잉여유 쏟아져

 

올해 낙농산업은 사면초가(四面楚歌) 그 자체였다.

FTA 등으로 수입유가 국산우유 시장을 밀어내는 가운데,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소비 위축까지 발생하며 낙농산업은 붕괴 직전 상황에 맞닥트렸다.

낙농가들은 올해 원유 수급문제를 수입량의 증가와 학교 급식물량 감소라고 설명한다.

올해 1~3분기 유제품 수입량은 원유로 환산했을 경우 1891,662톤으로 전년대비 6.4% 증가했으나, 동기간 국내 원유 생산량은 158731톤으로 전년대비 2.5% 증가해 수입유 시장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밖에도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8월 누적 멸균유 수입량은 1648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32%가 증가해 이미 지난해 수입량 1484톤을 넘어섰으며, 수입액 역시 1,064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배에 육박하는 규모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사태는 학교우유급식을 중단시키며 1일 약 460톤의 우유가 갈 길을 잃게 만들었다.

남아도는 원유는 시중에 풀렸고이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면서 유업계 상황은 나날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올해 상반기 동원F&B, 빙그레를 제외한 모든 유업계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며 유업계는 유례없는 한파를 맞이했다.

 

 

생산 감축 압박낙농 산업 기반 붕괴 위기

 

이미 남양유업을 비롯한 일부 유업체에서는 4~10% 수준의 마이너스 쿼터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낙농진흥회 역시 원유수급조절예산 내에서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유로 초과원유가격 100원 조정과 4% 원유생산 감축 시행을 예고했다.

4% 원유생산 감축 시행은 지난달 17일 열린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생산자 측의 반발로 의결이 유보된 바 있다.

더불어 그간 원유수급안정화와 국내 낙농기반 안정을 위해 낙농육우협회가 지속적인 예산확충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끝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년도 낙농예산 증액안(원유수급조절사업·가공원료유지원사업)을 반대해 증액안은 미반영된 것으로 알려지며 낙농산업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승호 한국낙농육우협회 회장은 지난 10월부터 낙농예산 증액을 위해 진력을 다했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다고 아쉬운 심정을 전하며, “FTA수입개방과 코로나19 영향으로 낙농산업이 위기에 처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이 원유수급문제를 낙농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복지부동한다면 낙농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분개했다.

 

 

소비기한도입·군 우유급식 감축위기 상존

 

이러한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6 24 ‘2회 식·의약 안전 열린 포럼 2020’을 개최해 소비기한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낙농육우협회는 국내 냉장유통 여건으로 인해 소비자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 현재의 완전하지 않은 냉장 유통 상황에서 유통기한 보다 긴 소비기한을 설정할 경우 우유변질 사고는 빈번히 발생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소비기한 도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다행히도 환경부가 추진하는 식품에 표기되는 ‘유통기한 ‘소비기한으로 바꾸는 법률 개정은 경제적 편익만을 분석하고 가장 중요한 소비자 안전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으며 제동이 걸렸다.

내년도 학교유우급식 공급도 불투명한 가운데 국방부가 내년도 군 급식에 흰우유를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군 우유급식에도 비상이 걸렸다내년부터 두유를 연간 24회 도입하고, 해당 횟수만큼의 흰우유를 줄이겠다는 내용을 담은 ‘2021년도 국방부 급식방침()’이 국방부에서 논의된 것이다.

낙농가들은 군 급식품목 계획·생산·조달에 관한 협정에 따르면 군 급식의 지향점은 군장병 급양 향상과 농어업인의 소득증대에 있는 반면, 대부분 수입산 대두를 사용하고 일부업체가 독과점을 하고 있는 두유를 공급하고 칼슘 등의 영양분이 더 풍부한 국산 우유를 배제하려는 국방부의 행보는 취지와 동 떨어질 뿐만 아니라 그간 성실히 군납 우유를 납품해 온 낙농가들을 벼랑 끝으로 모는 행위라며 강력히 반대의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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