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금농가 뿔났다…정부 방역 정책 ‘반기’ 들어
가금농가 뿔났다…정부 방역 정책 ‘반기’ 들어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01.07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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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금단체 “무의미한 방역조치 때문에 피해 확산”
예방적 살처분·지급 기준·입식제한 등 개선 시급
방역당국 기존 정책 고수 입장 갈등 첨예화 될 듯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지난해 11월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전국에서 산발적으로 계속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로 인해 가금농가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쌓여가면서 정부의 무차별적 살처분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양계협회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양계농가는 고병원성 AI 확산을 막고 조기종식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정부의 방역정책에 적극 협조해 과거와 같은 악몽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밤낮없이 소독에 매달리고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잘못된 살처분 정책으로 농가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수차례 방역당국에 살처분 정책을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무차별적인 살처분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현재 정부는 2018년도 조류인플루엔자긴급행동지침(SOP)을 개정해 발생농장 3km 이내에 모든 가금류에 대해 살처분을 하고 있으며, 최근까지 1,3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농가에서는 이런 조치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비과학적인 방식이며, 가금 산업 자체를 붕괴시키기 위한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양계협회는 “이번 AI 발생 양상이 과거와 달리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수평전파나 역학관계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불특정지역에서 단독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무차별적인 3km 살처분 정책은 대한민국 닭의 씨를 말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며, “정부는 국내에서 사육되는 닭이 없으면 고병원성AI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꼼수를 부리고 있지 않은가 의구심이 든다. AI증상이 없는 닭을 예방적 살처분 구실로 폭넓은 지역에서 살처분 한다면 과연 우리나라에 진정한 방역정책이 있기는 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금당장이라도 양계산업의 근간을 뿌리째 뽑아내는 무차별적인 3km 살처분 정책을 500m로 변경해 양계산업을 살리고 우리 국민의 피해를 줄이는 방역정책을 즉각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번 AI 발생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보고 있는 오리농가들도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김만섭 오리협회장은 “정부는 철새도래지에서 AI 항원이 검출되면 해당 도래지에 대한 일제소독과 함께 반경 10km를 방역지역으로 설정하고 21일간 이동제한, 가금농가 AI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AI 항원이 검출됐던 지점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서 또다시 검출되면 같은 방역조치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철새도래지나 철새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해당 지점에는 또 AI 바이러스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야말로 무의미한 방역조치라는 불만이 현장에서 쇄도하고 있다”고 문제 상황을 꼬집었다.

김 회장은 특히 “철새도래지의 철새는 그냥 그 자리에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최선이고 이제는 철새도래지가 아닌 농장주변에 대한 집중소독과 농장단위 방역조치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AI의 발생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식품부는 농가에 대한 일방적이면서 보다 강화된 규제를 통해 AI를 통제할 생각은 지금이라도 버리고 현재 정부가 취하고 있는 각종 방역조치 사항의 실효성에 대해 깊이 되짚어 봐야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한국육계협회도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호소했다.

김상근 회장은 지난 6일 국회에서 정운천 의원과 간담회를 가지고 정부의 AI 살처분 지급 기준, 일제 출하기간 조정, AI 발생지역 반입금지 규정, 예방적 살처분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회장은 살처분 지급 기준과 관련해 “생계유통가격을 기준으로 한 시세는 완전경쟁을 통해 형성되는 객관적인 재산 가치가 아니므로 보상기준으로 합당하지 않다”면서 “보상금이라는 취지에 맞도록 살처분 보상금이 농가에게 생산원가 수준에서 지급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등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제 출하기간 조정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지금의 정책대로면 선발되지 않은 규격의 닭은 모두 비품으로 전락하고, 또한 도축장의 처리능력을 초과할 경우 당일 처리 방안이 부재하다”면서 “특히 대규모 농장일 경우 일시에 상차반 투입이 불가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피해가 고스란히 농가에 간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기간 연장 허용, 전량 정부 수매, 전액 손실보전 등의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김 회장은 AI 발생지역 반입금지 규정과 예방적 살처분 정책도 악순환만 반복시키고 있는 정책이라고 혹평하며, 시급히 개선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정운천 의원에 전했다.

이처럼 고병원성 AI 방역정책을 두고 가금농가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방역당국은 지금의 방역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갈등이 더욱 첨예화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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