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 “설 명절 100배 매출” 마장축산물시장에 불황은 없다
[스케치] “설 명절 100배 매출” 마장축산물시장에 불황은 없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2.07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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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없는 축산물시장
·수레로 뒤덮인 통로
발 디딜 틈 없는 명절
고기에 대한 무한 사랑
축산시장도 업그레이드
도심 속 최대 육류시장
문화콘텐츠로 자리매김


마장축산물시장은 수도권 육류 유통의 허브다. 수도권 물량의 약 70%의 육류가 이 곳을 거친다.
마장축산물시장은 수도권 육류 유통의 허브다. 수도권 물량의 약 70%의 육류가 이 곳을 거친다.
설 명절을 앞 둔 출산물시장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설 명절을 앞 둔 출산물시장은 지나가기 힘들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한우 선물세트 20만 원대로 5개 포장해 주세요. 이번 명절에는 코로나19로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니 번듯한 한우 선물로 부모님과 친지들에게 마음만이라도 전하려고요. 고기 선물 싫어하는 사람도 있나요."

서울시 성동구 마장로에 위치한 마장축산물시장. 설 명절을 앞두고 시장 곳곳에는 선물세트 시세를 묻거나 가격을 흥정하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각 점포 매장 한편에는 설 선물세트가 사람 키만큼 서있는 곳이 부지기수. 여기에 고기를 가득 실은 트럭들이 고기 구매를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는 사람들과 뒤섞이면서 명절을 앞둔 축산물시장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룬다.
 

주문받은 선물세트를 나르는 모습.
주문받은 선물세트를 나르는 모습.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민수(55) 씨는 저렴한 가격과 품질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이곳을 매년 찾는다. 올해는 코로나로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대신 다소 가격대를 높여 선물세트를 구입,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는 그는 마장축산물시장에 대한 남다른 기억이 있다.

과거 이곳 소·돼지 부산물 업체에서 일을 했었던 김 씨는 장사를 끝내고 먹자골목에서 허기를 달랬던 기억을 잊지 못한다. "과거에는 더 대단했죠. 지금이야 공판장도 음성으로 이전했고, 축산물도 대형마트나 온라인에서 많이 구매하니까요. 전통시장 같은 곳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죠. 하지만 이곳처럼 온통 붉은빛으로 도배된 전문 육류시장이 있나요. 장면 하나하나가 영화에 나올 법 하잖아요. 세상 모든 곳이 현대화되고 첨단화된다고 좋은 게 아닌 것 같아요. 저는 옛 향수도 느끼고 이곳 시장 풍경을 보기 위해서라도 매년 방문하죠."
 

축산물 시장의 조명은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축산물 시장의 조명은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회색 도심 속 붉은 세상은 왠지 낯설다. 무채색의 아스팔트, 콘크리트가 주를 이루는 차가운 도시에 콕 박혀있는 붉은 축산물시장은 마치 도시의 심장과 같은 두근거림이 있다. 막상 시장에 들어서면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정지한 듯한 몽환적인 공기에 도취된다.

점포 곳곳에 내걸린 고기들과 고기를 돋보이게 만드는 화려한 조명, 각 매장에서 내건 형형색색 간판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사람들의 시선과 발길을 사로잡고, 매장마다 고기와 싸우는 육가공업자들의 살벌한 칼 솜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칼 없는 정육점이 대세라지만 고기를 발골하고 가공하는 축산물 시장만의 독특한 모습은 하나의 볼거리 콘텐츠, 문화적 기록으로도 손색이 없다.
 

선물세트를 만들고 있는 '하늘축산' 매장 모습.
선물세트를 만들고 있는 '하늘축산' 매장 모습.

마장축산물시장은 1960년대 지금의 종로구 숭인동에 있던 우성산업 도축장이 마장동으로 이전하면서 생겼다. 도축장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들을 처리하기 위한 상권이 형성됐고, 자연스럽게 소매상권으로 발전한 것이다. 이곳에만 총 2,000여 개 점포와 1만 2,000명의 사람들이 종사하는 전문 육류 최대 시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곳은 수도권 육류 공급의 전진 기지 역할도 도맡고 있는데 수도권 총 물량의 70%가량이 이곳을 거친다.

고기를 배우려면 마장동으로 오라는 말처럼 한때 명성을 자랑했던 축산물 대표 시장도 트렌드 요구에 직면하면서 최근에는 ‘정품·정량·정찰제’를 내세우고 소비자에게 어필 중이다. 고기에 대한 관심과 세분화된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이곳도 점차 변화를 받아들이고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매장마다 보이는 웻에이징(Wet Aging, 습식숙성) 드라이에이징 시설은 이 같은 시대를 반영하고, 메뉴 라인업도 부위별로 다양해지고 소포장을 중심으로 한 구성비 또한 다채로워졌다.

최근 시장 내 점포에서 일하는 인력의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 시장 서문에 자리한 ‘하늘축산’은 20~30대가 중심돼 ‘정직과 신뢰’를 모토로 한 정직한 고기를 판매하면서 매년 고기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설 명절 판매 동향을 묻는 질문에 “코로나는 마장축산물시장은 비껴가는 것 같아요. 평소보다 100배는 매출이 오르니까요. 우리나라 국민들의 고기 사랑은 못 말린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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