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통의 지각변동에 농업도 귀 쫑긋 세우자
[사설] 유통의 지각변동에 농업도 귀 쫑긋 세우자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2.09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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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현장의 어려움을 물어보면 가장 많이 들려오는 이야기 중 하나가 판로 확보다. 농산물 생산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농민들도 상대적으로 유통에 어둡고 정보에 취약해서다. 

농업 유통 개혁은 농민의 주머니 사정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고 있어 늘 새로 들어서는 정부의 단골 공약으로 등장하지만 매번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한다. 정부의 농업정책 중 유통정책은 좀처럼 시장 상황에 맞게 바뀌질 않는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 유통 지형을 급격하게 바꾸고 있다. 온라인 매출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 중이고 오프라인 매장은 울상이다. 이미 온라인을 준비해 왔던 농업계 몇몇 업체들은 때아닌 호황을 누리면서 벌써부터 억대 매출 신화를 준비 중이다. 

농업 유통은 우리나라 유통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때문에 농업계 대다수가 유통 변화에 둔감하고 관심조차 없다. 지금과 같은 유통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때마다 대부분의 농기업이나 농민이 가장 늦게 수혜를 입거나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유다. 

최근 유통업계의 핫이슈가 등장했다. 이마트가 SK와이번스 야구팀을 인수한 것이다. 농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오프라인이 회생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제시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는 임원진을 물갈이할 정도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 단순한 대형마트 한 곳의 위기가 아니다. 우리나라 중소 유통업체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져 나갈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마트는 야구단 인수로 스포츠와 유통업을 결합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SG닷컴이라는 걸출한 온라인 무기를 가지고 있음에도 오프라인의 회생을 위한 기업의 선제적 투자가 앞으로 우리나라 유통산업의 가늠좌가 될 수 있음을 농축산업계가 지켜보고 대비해야 한다. 

그동안 산지 유통 개혁에 둔감한 농협도 유통 트렌드 변화에 승차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100년 농협으로 가는 길에 유통개혁을 핵심 정책으로 지목했다. 특히 온라인과 디지털에 집중하는 모습은 각론에서 논쟁의 여지가 있을지라도 총론에는 충분히 공감되는 행보다. 

농협이 산지조직화와 각종 정책으로 수많은 비판에 직면해 왔지만 지난해 유통 구조의 변화와 개혁에 공을 들이는 모습은 독려해야 마땅하다. 

농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유통이 좌우한다. 농협이 내세웠던 농민 소득 5천만 원 시대도 먼 길은 아니다. 현재 대규모 지각변동 중인 유통 변화에 귀 쫑긋 세우고 모든 농축산업계가 유통 변화와 혁신을 향해 단 한 걸음이라도 먼저 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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