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값 회복에 요란 떠는 모습 그들에게 농민은 없다
[사설] 쌀값 회복에 요란 떠는 모습 그들에게 농민은 없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2.19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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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이 회복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kg 기준 소매가격은 6만 원대를 회복해 약 17% 상승했다. 도매 시세도 올랐다. 4만 원 중반대에서 5만 원 중반대로 약 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쌀값이 회복되자 주요 경제지를 비롯한 일간지들의 보도가 쏟아졌다. 쌀값이 올라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의 지갑이 홀쭉해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정부 질타도 이어졌다. 정부가 논에 논·콩을 심어 재배면적을 줄인 탓이라는 것이다.

단편적인 가격만 가지고 보는 오류다. 현재 벼 재배면적, 생산 단수, 소비 감소 등 추이를 감안하면, 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은 구조적 공급 과잉 상황에 직면해 있다. 올해 쌀값 상승은 유례없는 재해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만들어낸 변화다.

해당 언론들은 농축산물 가격 상승에 유독 민감하다. 기업이 비싼 제품을 출시하면 부가가치를 높였다고 칭송하는 것과 대조되는 행태다.

물론 현상만을 보도한 기사들도 있다. 쌀값이 지난해보다 상승해 밥 한 공기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이며, 쌀 가공식품을 출시하는 기업들도 가격 상승을 예고하면서 코로나19와 맞물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식이다.

문제는 해당 보도들이 마치 쌀값은 올라서는 안 되는 국가의 공공재처럼 보는 시각이다. 공공재는 시장의 가격 원리가 적용될 수 없고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비배제 속성을 가지고 있다.

농민들은 땅 파서 장사하지 않는다. 좋은 쌀을 생산하기 위해 자기 자본을 들여 땅을 개간하고 좋은 비료를 주며, 1년 동안 하늘만 쳐다본다. 이번 태풍으로 1년 농사를 망친 농민은 땅을 치며 다음 농사를 기약한다. 운 좋게 하늘의 재앙에서 비껴간 농민은 이참에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소득을 높이는 기회로 삼는다.

쌀값 상승은 농민들에게는 쌀값 폭락의 리스크를 대비하는 헷지 성격이 짙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풍년이 일상화되자 그마저도 가뭄에 콩 나듯 맛보는 기쁨이다. 농산물 가격은 롤러코스터와 같아서 한 번 오르면 향후 1~2년 내에는 반드시 하락한다.

물론 쌀은 정부의 물가관리 품목 중 하나로 장바구니 물가와도 연관된다. 때문에 정부 예산도 투입된다. 국민의 식량을 책임지는 분야에 주는 혜택이다. 하지만 혜택은 쥐꼬리다. 지난 40년간 쌀값은 약 3배가 올랐지만 같은 기간 자장면 한 그릇은 약 25배, 커피 한 잔은 21배가 올랐다.

실제로 쌀값을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도 많지 않다. 2018년 소매가격 쌀값이 올랐을 때도 한 민간 기관에서는 대형마트 소비자 2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 당시에도 전년에 비해 20kg 기준 27%가량 올랐음에도 부담스럽다고 답변한 비율은 15%에 지나지 않았다.

농민도 경제생활을 하는 주체다. 언론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 농민들의 피와 땀의 혜택을 톡톡히 입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표현이 적당하다.

쌀값이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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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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