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업계 유니콘 기업 배출 생태계 만들어야 한다
[사설] 농업계 유니콘 기업 배출 생태계 만들어야 한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3.05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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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신축년 국내에 에그 테크(agtech·첨단농업기술) 열풍이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여파로 비대면 시대가 앞당겨지면서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손발이 분주하다. 특히 데이터를 활용해 농업에 접목,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시도가 많아지면서 기존 농업의 전후방 산업을 책임지던 전통 농기업에도 신선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농업이 코로나 시대 차세대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벌어지는 국내 변화다.

농업 선진국답게 미국에서의 농업 스타트업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2016년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설립한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FBN)라는 벤처기업은 농업 경영에 필요한 정보를 농민들에게 제공하면서 해당 기업에서 론칭한 서비스가 농민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FBN은 농민에게 필요한 농사 정보뿐만 아니라 비료, 농자재 정보까지 망라하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농민들의 컨설턴트로 맹활약하고 있다. FBN의 활약에 전통 글로벌 농기업인 신젠타나 바이엘과 같은 기업들이 위기감을 가질 정도다.

FBN은 설립 초기 농민 커뮤니티에 주목하고 자신의 농업 기술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출발했는데, 농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구매하는 각종 농자재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 서비스는 더욱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FBN은 이에 힘입어 점점 사업영역을 넓혀 나갔다. 여신을 포함한 각종 금융 서비스, 직원과 농민의 의료보험까지 책임지면서 사업 다각화뿐만 아니라 서비스에 참여하는 고객에게 각종 정보와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이 기업은 기업가치 2조 원을 인정받으며, 시리즈 F 투자까지 유치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창업 기간 10년 이하인 비상장 스타트 기업을 일컫는 유니콘 기업 대열에 FBN이 합류하면서 농업의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도 많은 스타트 기업들이 농업에 도전하고 있다. FBN과 비슷한 서비스를 론칭한 그린랩스는 ‘팜모닝’ 서비스를 도입해 농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 중이다. 농업회사법인 안심한우목장에서는 육류 온라인 판매에 AI 데이터 기술을 접목하면서 기존 축산 유통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구현해 내고 있다. 하늘엔지니어링이라는 스타트업은 산림 정보를 데이터로 변환하고 드론으로 측량하는 서비스를 내놔 주목받고 있으며, 힐링플레이라는 사회적기업은 휴양과 숲해설을 연계한 앱을 개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농업 분야에 각종 구독 경제도 활성화되고 있다. 꽃을 정기적으로 배달하는 화훼 분야에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고기를 매달 구독하는 서비스와 기술 개발이 민간에서는 한창 진행 중이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농축산물이 유통되는 전통시장에 구독 경제를 도입하는 스마트 상점 공약을 내세워 주목받기도 했다.

농업의 전후방 산업, 특히 민간영역에서 스타트업들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농업에서 굵직한 기업 배출을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자못 심각하다. 이는 스타트업들이 지속 가능한 혁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존 농기업이 구축한 생태계를 좀처럼 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김용환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산학협력중점 교수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의 척박함을 지적하면서 국내에서도 아마존과 같은 기업을 배출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업계에 혁신을 가져오는 것은 거창한 제도나 철학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국내 농업계에서 걸출한 유니콘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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