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반정글] 회색 도시 버려진 공터에 녹색 심장을 달다
[어반정글] 회색 도시 버려진 공터에 녹색 심장을 달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3.18 18:5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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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기획]팬데믹 시대 더 ‘반짝’···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농업 비즈니스

코로나 시대 식물 비타민 충전 100%
커뮤니티 정원 만들기 교육 서비스 론칭
콘크리트가 힐링·치유 공간으로 재탄생


‘어반정글’은 청년 5명이 일하는 그루경영체로 정원 교육 서비스를 론칭해 임업 분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조수희 대표이사(가운데)를 필두로 (왼쪽부터)김재서, 김용진, 강혜원, 이상민 씨 모습.
‘어반정글’은 청년 5명이 일하는 그루경영체로 정원 교육 서비스를 론칭해 임업 분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조수희 대표이사(가운데)를 필두로 (왼쪽부터)김재서, 김용진, 강혜원, 이상민 씨 모습.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도시는 온통 회색투성이다. 코로나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인사조차 건네지 못하는 도시 풍경은 더욱 삭막하다. 코로나는 도시의 빈부도 부추겼다. 옴짝달싹 못하는 도시의 작은 공간에서 삶의 여유를 찾기 힘든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다.

자본의 풍요로움이 미처 닿지 못하는 궁벽진 도시 뒷골목은 도시의 치부를 드러내기도 한다. 도시는 자신의 천박함을 숨기기 위해 화려한 조명을 앞세운다. 반짝반짝 빛나는 네온사인은 도시의 차가움을 화려함으로 포장하는 훌륭한 화장 도구다.

도시는 인간이 거주하는 배려의 공간이라기보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살아나가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면서 사람들의 삶도 각박해졌다.

"사람 입장에서 보면 콘크리트와 자동차 같은 내연기관이 뒤섞인 도시는 지극히 감성 약탈적이고 남성 중심적이죠. 도시에 꽃 하나, 정원만 있어도 행복하잖아요. 우리 삶 지근거리에 생명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코로나 시대 희망이 되고 힐링이 될 거예요. 자연을 도시에 이식하고 회색 모노톤의 세상을 초록 물감으로 채색하는 것, 그것이 어반정글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20~30대 청년 5명이 뭉친 그들이 '어반정글'로 머리를 맞댔다. 전국의 녹색바람이라는 거창한 구호는 아니더라도 도시와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은 작업부터 시작해 나가겠다는 청년들의 생각이 임업분야 벤처기업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었다.


"삽질로 삶의 질이 달라진다니까요"
정원문화 창출에 기여 도농 교류까지


도시의 단조로움에 푸른 생명을 불어넣으면 쳇바퀴 도는 각박한 일상에 파문이 인다. 인간이 나이가 먹고 힘이 빠지면 생명이 일으키는 파문에 쉽게 동조된다. 머리 희끗한 어르신 핸드폰을 켜고 사진 폴더를 열어보면 온갖 꽃과 식물이 가득히 쌓여있는 이유다.

식물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 큰 안정과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주식회사 어반정글의 조수희 대표이사와 이상민 이사는 아스팔트로 뒤덮인 주거공간, 쓰레기 더미로 버려진 공터를 보고 '정원'에서 답을 찾는다. '자연을 담은 커뮤니티'라는 비전으로 '어반정글'을 세운 그들은 정원과 생활 기술을 교육하고 마을의 공간을 재생하는 서비스를 론칭했다.

한국임업진흥원 창업교육과 산림일자리발전소 지원을 통해 산림청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도 받은 어반정글은 사업 초기부터 서울지역 그루매니저가 전담 마크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들은 정원 생활 기술 분야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알리는 등 도시와 농촌을 오가며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어반정글은 누구나 정원사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부여, 보령, 수유리 등의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정원 교육을 하고 주민과 함께 공동체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삽질로 삶의 질이 달라지는 그 과정에 몇백 명에 이르는 지역 주민들은 식물을 사랑하는 정원사로 거듭났습니다."

기존 정원 교육이 기능적 정원 실무 중심이었다면 어반정글에서는 마을에 필요한 공간재생을 목표로 주민과 함께 커뮤니티 디자인 방식을 차용해 정원의 계획, 설계, 시공, 관리까지 망라한 게 특징이다.
 

정원 매개체로 지역 공동체 부활
자연 마주하는 커뮤니티 공간 구축


시커먼 벽돌과 시멘트 옹벽이 가득한 마을에 형형색색 정원이 등장했다. 사람들로부터 버려진 거리가 한순간에 마을의 자랑거리로 바뀌니 사람들의 표정부터 달라진다. 지친 퇴근길 꽃을 보며 심신을 달래는 직장인부터 식물 이름을 물어보는 아이까지 생겨나고, 소소한 얘깃거리를 찾아 헤매는 동네 어르신은 하루 일상에 정원 관리라는 소일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한다. 정원은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의견이 반영되는 정원이 되자 공동체가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일상에 자연을 담는 방식은 잠시 멈춤으로 생활공간을 돌아보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오롯이 자연을 마주하는 일상의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고요. 혼자서도 작은 실천을 할 수 있도록 응원하고 가족, 동료, 이웃들과 함께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죠. 함께 정원을 만든다는 단순한 작업이 인적 네트워크를 끈끈하게 해주고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으로 승격되는 셈이죠. 자연이 주는 가치는 단순히 경관뿐만이 아니라 동종 혹은 이종 간 대화를 끌어내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정원 교육 교구·책자로 전문성 ‘UP'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라인업 준비


"정원을 만나고 일상이 변했어요. 전에는 무심코 뽑아버렸던 잡초들이 새롭게 보이니 말이죠. 잡초 이름을 하나하나 알게 되는 과정이 재밌더라고요. 높이에 따라 색감에 따라 질감에 따라 정원 콘셉트가 카멜레온처럼 변하더라고요.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린 것 같아요. 이제 내 집 정원을 자신 있게 꾸밀 수 있고 친구와 이웃을 불러 멋진 가든 파티도 자주 열게 됐고요. 코로나 시대 제 삶은 정원 때문에 더 풍요롭고 행복해졌어요."

어반정글이 배출한 한 정원사의 말이다. 꽃과 식물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라면 누구나 '어반정글'의 문을 두드려 전문성을 획득할 수 있다. 정원을 만드는 데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가우라, 에키네시아 등 이름 모를 수십 종의 식물은 저마다의 생활 시간표가 다르다. 습성에 맞추고 궁합에 맞도록 정원을 만들면 독특한 자신만의 힐링 공간으로 거듭난다.

어반정글에서 제작한 다양한 교구는 전문적인 정원을 구축하는 데 쏠쏠한 도움이 된다. 특히 어반정글에서 출판한 '누구나 전원생활'과 '열두 달 정원관찰 다이어리'는 정원 가꾸기의 의욕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훌륭한 소품이다. 또한 아기자기한 정원 스티커를 제작해 어린아이들에게도 정원에 대한 친숙함을 느끼게 했다. 어반정글에서 교구로 제작한 정원 모형 교구는 실제 정원을 구축하는 가정교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 땅을 어떻게 활용할지 막상 정원을 구축하려고 하면 막막하거든요. 이 교구를 활용하면 어떤 식물로 정원을 구성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지고 콘셉트에 맞도록 식물의 종류도 다양하게 배치해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이뿐만 아니라 어반정글에서는 도면 작성 교육, 3D 모델링 교육, 정원 드로잉, 시공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 중입니다."

 

보기 흉한 쓰레기 터가 마을의 랜드마크로
농민 스스로 '바텀업방식의 커뮤니티 구성


농촌 커뮤니티의 성장도 이들 몫이다. 농촌에 조성된 정원을 중심으로 농민들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어반정글은 여기에 불을 지핀다. 농촌에는 보기 흉한 유휴지들이 많다. 이는 농촌 이미지 제고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이곳은 각종 영농 폐비닐이나 농촌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어반정글은 버려지는 공간을 ‘쓰임과 경관’으로 재해석한다. 방식도 일방적인 '탑다운' 방식은 버리고 마을 구성원 스스로의 생각과 기획을 반영하는 '바텀업' 방식을 차용한다. 시간은 다소 걸리지만 구성원 스스로의 인프라 구축은 정원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이다.

마을 공원을 조성한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은 "쓰레기가 쌓여가던 마을 공터가 많이 개선됐고, 덕분에 마을 이미지도 올라갔다"면서 "수북했던 담배꽁초며 플라스틱 컵도 다 사라졌고 마을 분들이 개선된 마을 공터를 많이 좋아한다"고 말한다. 이어 "코로나19로 실내 생활만 하던 주민분들이 밖으로 나와 꽃과 나무를 즐기는 등 마을의 랜드마크가 됐다"고 덧붙였다.


전 국민 정원사 목표가 꿈
2021년 디지털 콘텐츠 육성에 집중


코로나 시대 일반 가정집, 아파트에서도 DIY 정원 가꾸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다. 어반정글에서는 일반인들도 쉽고 저렴하게 정원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구성했다. 이상민 이사는 "보통 정원을 구축하기 위해 1평당 약 100만 원이 투입되는 데 50만 원으로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면서 "전 국민이 정원사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어반정글이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한다.

올해 어반정글은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구성에 역점을 기울일 방침이다. 도시와 지역을 오가는 청년 웰라이프 플랫폼, 일과 삶의 실험 가드닝을 통한 지역경관자원 개발 및 관광상품 등도 2021년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 콘텐츠로 설정했다.

조수희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정원 생활 기술과 공간재생 교육 서비스를 통해 일상에 자연을 담는 작업을 해나갈 예정"이라면서 "교재·교구·영상 등 콘텐츠 작업의 내실을 기해 시민들과 더 활발히 만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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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이 2021-03-23 17:08:34
응원합니다 ㆍ어반정글의 발전과 힘찬 도약 기대합니다ㆍ

조명옥 2021-03-23 15:59:28
점점 트랜드가 바뀌나보네요~ 이런 거 관심은 있는데 막상 어떻게 이용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주말농장처럼 이용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