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나라 그루매니저] "꽁꽁 숨어있지만 보석처럼 박힌 산림 비즈니스 발굴해요"
[인터뷰-이나라 그루매니저] "꽁꽁 숨어있지만 보석처럼 박힌 산림 비즈니스 발굴해요"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3.18 19:11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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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그루매니저.

1990년생 이 나라(32) 씨는 그루경영체를 발굴하는 그루매니저다. 서울지역 산림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업체와 동고동락하면서 사업 설계부터 경영 컨설팅까지 그루경영체의 측면 지원을 하는 것이 그녀의 주 업무다. 업계의 ‘빨간펜’ 선생으로 불리는 그녀는 2018년 제1기 그루매니저 선발 당시 20대 여성으로 주목받으면서 화려한 데뷔 무대를 치르기도 했지만 치열한 산림 스타트업 생존의 틈바구니에서 좌절도 겪었다. 산림 스타트업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그녀는 ‘청년’에 주목하고 있다. 산림에 젊은 피 수혈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지난 3년간 청년 창업팀 발굴을 미션으로 설정하고 산림 환경이 척박한 서울에서 청년으로 뭉친 3팀의 그루경영체를 발굴해 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 4년차에 접어든 그녀는 산림 비즈니스의 무한 가능성에 주목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새로운 산림분야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그녀는 “올해 4월 11일까지 서울지역 그루경영체를 추가 모집한다”면서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중개형 비즈니스팀들이 많이 발굴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청년들의 삶이 고되다. MZ 세대는 경제적 불황, 각종 질병 팬데믹의 쓰나미를 온몸으로 견뎌야 하는 세대가 됐다. 과거 대학만 졸업하면 좋은 직장을 얻어 높은 이자율로 별다른 투자 없이 저축하고, 차분히 노후를 설계하는 일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다.

저성장 시대가 몰고 온 경제적 한파는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가장 먼저 불어닥쳤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취업 문턱과 시대가 변하면서 생기는 전통적 일자리 변화를 동시에 적응해야 하는 세대가 된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그들을 푸른 세대, 푸른 나이라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각박한 세상에서 넘치는 아이디어로 새롭게 도전하는 산림분야 청년 인재도 많다. 코로나 위기로 치유와 힐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자 임업분야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어서다. 치유와 힐링을 전면에 내세운 산림 업계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사업과 맞물려 새롭게 도전하는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문을 제공하기도 하고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유니크'한 일자리를 만들어가기도 한다.

산림청, 한국임업진흥원, 산림일자리발전소가 산림 비즈니스 발굴을 위해 2018년 야심차게 기획한 그루매니저 육성 사업도 조금씩 속도를 내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암약하는 그루매니저들은 산림분야에서 여성, 청년, 귀산촌인 등 지역주민 약 1,820명이 참여하는 214개 그루경영체를 발굴해 그들만의 독창적인 사업 개척에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그루경영체 사업 초기부터 전담 마크하면서 건실한 기업으로 인큐베이팅 하는 그루매니저. 농축유통신문이 제1기 서울지역 그루매니저인 이나라 씨를 만났다. <편집자 주>

[농축유통신문 박현욱 기자] 

그루매니저그루경영체 발굴 기획 활동가
새로운 산림 비즈니스 측면 지원 톡톡

 
"지난해 2020년은 청년들에게 유독 어려운 시기였어요. 코로나19 창궐로 경제적 불확실성은 커졌고 사회적 거리 두기로 활동이 제한되면서 한창 활동해야 하는 청년들이 겪는 불안감은 말로 다할 수 없었죠. 저 같은 젊은 그루매니저들도 마찬가지였어요. 대면 업무가 많은 업무 특성상 전화와 랜선 커뮤니케이션은 고령자가 많은 분야에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무엇보다 그루매니저에 대한 오해가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랄까요. 잡상인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 상급자와 같이 오라는 말도 듣고. 무에서 유를 창출해야 하는 직군 특성상 경험이 부족한 청년이 하기에는 쉽지 않아요. 산림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들을 이해하고 조율해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서울에 사시는 분들에게는 ‘그루매니저’나 ‘산림일자리’의 개념이 생소해서 제가 하는 일을 친숙한 표현으로 설명하는 일부터 해요."

그루매니저란 숲에서 일자리를 찾는 지역 주민들과 다양한 산림 비즈니스를 만들어가는 지역 활동가다. 그들은 지역에 꼭 필요한 산림 일자리를 지역 주민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현장에서 밀착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 새로운 산림 비즈니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지역에 특화된 비즈니스모델을 가진 그루경영체를 발굴하고 조직화부터 창업, 경영개선 지원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전 과정을 함께 풀어가는 기획 활동가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전 직장이었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회사에서 귀농·귀촌 교육을 관심 있게 지켜봐왔던 터라 지원할 수 있었고 산림분야 청년 사업가를 발굴해 보자는 원대한 꿈을 갖고 시작했죠."

 
해시태크 활용해 산림 아이템 제공
서울지역 청년 그루경영체 발굴 성과도

 
하지만 산림 비즈니스를 발굴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루매니저 활동 첫해 그루경영체 발굴 실적은 전무했다. 산림 인프라가 부족한 서울 지역이라는 지리적 한계도 있었지만 숲과 나무와 연계해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찾는 일은 숲에서 바늘 찾는 일보다 어려웠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3%가 산림이잖아요.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가 숨어 있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림을 사업 아이템으로 승화하고 소득을 창출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친구들은 그루경영체를 발굴하고 인큐베이팅 하는 저를 두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노마드(디지털 기기를 들고 다니며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라는 이름표를 붙여주기도 하지만 주말에도 보고서를 쓰느라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한 팀의 그루경영체를 발굴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제 모습을 보면 그 말이 쏙 들어갈걸요. 뭔가 방법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녀는 창업 설명회 담당자들을 접촉해 그루경영체 지원 사업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고, 공공기관, 협동조합 등 스타트업이 모이는 기관이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다. 인맥을 총동원해 청년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는 청년들을 상담하기도 했다. 특히 환경 분야에 관심이 있는 스타트업이 산림과 공통분모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그들을 접촉하면서 산림 연계 아이템이 전무하다는 것도 깨달았다. 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이나 비건문화, 하천 살리기와 같은 생태복원 사업에 치중돼 있었던 것이다.

“스타트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쉽게 산림 비즈니스를 떠올리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간단한 해시태그로 접근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어요. #목공 #숲치유 #생태놀이교구 #산촌관광 #그린마케터 #도시숲 #로컬푸드 #숲유치원 #도시농업 #도시양봉 등의 예시를 보여주는 거죠. 해당 단어를 꼬리를 물고 들어가면 새로운 사업 아이템 떠올리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3년간 수많은 업체들과의 미팅을 통해 결실을 본 그루경영체도 있다. 삽질로 시민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시민정원 전문교육기업 ‘어반정글’, ‘내 집은 내가 고친다!’는 캐치프레이즈로 나무와 드릴을 잡은 여성전문 기술교육기업 ‘여기공 협동조합’, 고향에서의 삶을 꿈꾸는 지역태생 도시 청년들의 시도의 장 ‘수풀래 협동조합’ 등이다. 서울의 그루경영체들은 지금도 다양한 변신을 통해 건실한 기업으로의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갈등관리워크숍으로 위기 관리 하기도
무궁무진한 아이템 보유한 산림에 관심을

 
스타트업의 최대 고비는 3년이다. 특히 그루경영체는 내부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게 마련. 모든 기업의 리더는 소득을 창출하는 수익관리와 구성원 역량강화라는 줄다리기 속에 나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소수 인원으로 시작한 기업의 경우 조직 간 의견 차이로 쉽게 갈등을 겪기도 하고 폐업의 수순을 밟기도 한다. 어렵게 시작한 산림 비즈니스도 조직원 간의 다툼과 경영 악화 등을 이유로 수많은 경영체가 간판을 내리기도 한다.

“12월은 스타트업 무덤의 계절이라 불려요. 1년간 실적이 수치로 드러나면서 위기감이 가중되거든요. 저에게 12~2월은 위로의 계절이기도 해요. 특히 대표님들의 하소연이 끝이 없죠. 직원들이 주체적으로 일을 했으면 좋겠다부터 수익관리 고민까지. 직원들의 불만도 하늘을 찌르고요. 곧 터질 것 같은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갈등관리워크숍’을 개최해 구성원 간의 의견을 중재하는 기회를 만들기도 하죠.”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는 그루경영체들은 더욱 단단해지고 튼튼해진다. 오히려 직원 간의 갈등이 우량 기업이 되기 위한 자양분이 되고 극심한 경쟁 속에서도 헤쳐나갈 수 있는 자산으로 바뀐다. 3년간 수많은 그루경영체의 성장과 몰락을 지켜본 이 매니저는 자신의 역할을 산림 비즈니스의 ‘산파’ 역할로 규정짓는다. 하루에도 수없이 폐업을 반복하는 스타트 업계에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좋은 아이템과 건실한 철학으로 승부하는 기업들은 결국 그들만의 그루경영체를 만들기 위해 뭉치기 마련인 것 같아요. 일반인들 특히 서울에서 소외받고 있는 산림분야이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템들이 우리 주위 곳곳에 보석처럼 박혀 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산림 분야에 주목하고 소득으로 연결 짓는 그루경영체에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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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삼 2021-03-27 19:38:49
따라하고 싶어도 따라 할수없는_ 압도적인 그루매니저님....^^

김주원 2021-03-25 23:22:06
힘도 들지만 보람도 큰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일과 쉼의 균형도 잘 잡아가기를, 매니저님의 현재와 미래를 응원합니다!

임경수 2021-03-25 22:27:34
서울 회색도시가 푸른산림자원의 활용이 넘치는 도시이길 이나라 그루매니저님의 인내에서 봅니다.홧팅요!!!^^~

sunny 2021-03-23 18:15:05
신선한 분야네요! 잘 보고갑니다~

han89 2021-03-23 17:34:16
기사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