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역차별 정책 국내 계란산업 존립 기반 흔들
정부 역차별 정책 국내 계란산업 존립 기반 흔들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04.15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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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계란 ‘혜택’ 국산계란 ‘규제’…농가 생존 ‘기로’
22억 개 수입계란 폭탄·계란할인행사 수급불안 조장
전문가 “더 이상 민폐 끼치지 말고 잘못된 정책 정리”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산란계 농가들이 ‘릴레이 1인 시위’하는 모습.
산란계 농가들이 ‘릴레이 1인 시위’하는 모습.

현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계란 수급조절과 가격을 잡기 위해 계란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수입 계란에는 온갖 혜택을 주고, 고병원성 AI로 만신창이가 된 산란계 농가에게는 적절한 살처분 보상금이 지급되지 못해 정부의 역차별로 인해 오히려 농가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정부의 수입 정책 기조로 인해 그동안 탄탄히 다져왔던 국산 계란 입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고병원성 AI가 산란계 농가를 중심으로 발생하자 예방적 살처분을 추진했으며, 살처분된 오리, 닭 등 가금류는 총 2,989만 3,000마리였는데 그 중 산란계는 1,674만 5,000마리로 전체의 56%를 차지했다.

이는 이번 고병원성 AI로 인해 산란계 농가가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수치다. 이 영향으로 계란수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가격이 폭등해 정부는 물가안정 차원에서 계란수입에 이르게 됐다. 실제 계란가격(1월 기준)이 전년대비 38%, 평년대비 36% 상승했다.

이에 정부는 신선란 1만 4,500톤(2억 5,000만 개)을 비롯해 가공란 3만 5,500톤(19억 3,500만 개) 총 5만 톤(22억 개)을 오는 6월까지 수입할 예정이다.

정부는 계란을 수입하면서 온갖 혜택을 줬다. 기본관세율 8~30%인 신선란, 계란가공품 등 관련 8개 품목(신선란, 훈제란, 난황분, 난황냉동, 전란건조, 전란냉동, 난백분, 냉동난백)에 대해 긴급할당관세 0%를 적용했으며, 운송료 보조, 유통기한 연장(45→60일), 검역간소화 등 혜택을 받고 국내로 들어왔다.

반면 국내에서 고품질 계란을 생산하고 있는 농가들은 산란일자 표시, 이력제 등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이겨내며 버티고 있었지만, 고병원성 AI가 발생해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정부의 예방적 살처분 정책에 따르면서 많은 피해를 봤지만 현실에 맞지 않은 보상금으로 인해 농가들은 울분을 토해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살처분 보상금 기준이 변경돼 당초 살처분을 실시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보상금이 적으며, 중추(6~12주령) 가격마저 상승해 농가들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어 재입식 마저 힘든 상황이다.

2011년의 경우 한 마리당 살처분 보상금이 1만 원이었지만 올해의 경우 40%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더욱 문제는 증빙을 하지 못할 경우 보상금을 수령 못한다는 사실이다.

전북의 한 산란계 농가는 “살처분 농가는 정부의 방역지침대로 했을 뿐인데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는 상황이지만 정부의 살처분 보상금은 재기조차 할 수 없게 농가의 의지를 꺾고 있다”고 지적하며, “더욱 분노케 하는 것은 수입계란에는 온갖 혜택을 주며 들어오면서 국민인 농가들은 외면하는 정부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밖에 없다”고 피력했다.

계란업계 관계자도 “악법도 법이라고 생각해 그동안 정부의 잘못된 규제 정책에 따라왔는데 결과는 피해만 더욱 커졌다. 현재 대출 여력도 없을 정도로 빚더미에 앉은 상태”라고 하소연하며, “정부의 탁상행정 때문에 현장의 농가와 유통인만 죽어나가고 있다. 더 이상 계란수입은 멈춰야 한다. 계란산업 존립기반 마저 무너트릴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입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입계란에 쏟는 열정만큼 국내 계란산업에도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기 바라며, 하루 속히 현실에 맞는 보상금과 지원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계란할인행사와 수입계란이 국내 계란산업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계란업계 전문가는 “농식품부가 현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계란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할인쿠폰 제공 등으로 할인행사를 하면서 산지 수급불균형을 더욱 양성시키고 있다”면서 “특히 수입계란의 경우 국내 계란시장에 수입 물꼬를 터주게 돼 시장잠식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꼴이 됐다. 더 이상 정부가 계란산업에 민폐를 끼치지 말고 잘못된 정책은 과감히 정리하고 국내 계란산업이 발전할 수 있게 합당한 지원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대한양계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산란계 농가들이 살처분 보상금 현실화를 촉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지속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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