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쌀의무자조금 조성, 쌀 농민들의 결집이 필요하다
[사설] 쌀의무자조금 조성, 쌀 농민들의 결집이 필요하다
  • 박현욱 기자
  • 승인 2021.04.23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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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무자조금 조성을 위한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이은만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장이 농업과 축산 관련 단체를 아우르는 농수축산연합회장에 당선되면서 자조금 조성에 그 어느 때보다 의욕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 회장은 늘 쌀의무자조금 조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왔던 것으로 비춰볼 때 이번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과 절실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선 이후 쌀 관련 단체와의 설득과 협상 행보를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 본격적인 쌀의무자조금 조성 열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갈 길은 멀다. 쌀 품목 관련 농민 단체는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 쌀생산자협회 등이 있는데 이들의 중지를 모으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난 수십 년간 쌀자조금 조성을 위해 수많은 단체와 농업계 리더들이 공을 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불발된 이유다.

자조금은 WTO 등 시장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마련한 자금을 사용해 농산물의 품질 향상, 소비 촉진 등 해당 품목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이미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축산자조금은 산업 안정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소비촉진, 연구개발, 정보제공, 수급조절, 마케팅 등 다양한 사업으로 구현해 해당 품목의 발전을 견인하는 데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조금은 이 같은 사업에 든든한 실탄을 제공함으로써 농민뿐만 아니라 소비자, 나아가 농어업과 국가 경제의 안정적 발전에 이바지하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많은 품목 단체들은 자조금 도입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단체 간 이견과 갈등 해소가 자조금 조성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하며, 자조금 도입을 위한 정부의 의지 또한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조금 조성에 대한 농민의 절실함은 자조금 조성의 핵심 동력이 된다.

품목 중 가장 극적인 과정을 통해 조성된 한우자조금은 2005년 설립 전부터 축산자조금 입법화 서명운동, 국회 청원서 제출 등 다양한 대정부·대국민 설득 작업부터 시작해 전국에서 실시된 한우자조금 대의원 선출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조금을 안착시켰다. 당시 몇몇 한우 지도자들은 스스로 소를 잡아 자조금 설립의 불씨를 살리는 데 나섰고, 자조금 설치 과정을 하나의 축제로 인식, 한우인들의 모든 역량을 모으는 데 성공을 거두는 사례를 남겼다.

결국 자조금 설립의 성공 여부는 해당 품목 농민들의 결집 역량과 산업 발전을 위한 절박함이 응축돼 만들어지는 결정체라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최대 품목인 쌀의 경우 매년 쪼그라드는 소비량과 쌀 관련 산업의 정체 등으로 앞으로의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누구보다 위기감을 가져야 할 쌀 농민과 관련 단체가 위기를 직감하고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쌀의무자조금 설립은 불씨만 지피다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각 쌀 관련 단체는 자신의 첨예한 이해 관계에서 한 발짝 물러서 협상 테이블에 임해야 하며 쌀 산업 발전이라는 큰 대의를 위해 결집하고 화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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