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배달합니다"···농촌 체험도 ‘딜리버리 서비스’ 시대
"농업을 배달합니다"···농촌 체험도 ‘딜리버리 서비스’ 시대
  • 이민지 기자
  • 승인 2021.04.23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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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더 반짝’···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농업 비즈니스

농촌 에버랜드 꿈꾸는 밀알영농조합법인


[농축유통신문 이민지 기자] 

코로나 초기 농촌 체험 배달 서비스 론칭
우리 밀 사용한 체험키트 개발···교육과 접목
농업 교육 체험장 치유 핫플레이스로 발돋움
 

△천병한 밀알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수십 년간 재야에서 농민운동을 활발히 이어온 열혈 농민이다. 2012년, 그는 14명의 농사 형제들과 밀알영농조합을 세운 후, 우리 밀 비즈니스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천병한 밀알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수십 년간 재야에서 농민운동을 활발히 이어온 열혈 농민이다. 2012년, 그는 14명의 농사 형제들과 밀알영농조합을 세운 후, 우리 밀 비즈니스에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코로나19로 콘택트 비즈니스는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은 농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체험과 관광을 주력으로 하는 업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농촌을 아이들의 배움 놀이터, 힐링 공간으로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로 농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밀알영농조합법인은 '농촌 체험 딜리버리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불황을 극복하고 있다. "체험객이 못 오면 우리가 간다"라고 말하는 천병한 밀알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농촌에도 에버랜드와 같은 복합놀이공간이 필요하다"며 농촌 체험, 농업 서비스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편집자 주>


코로나로 학교 셧다운불황 직격탄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위기 넘겨

"코로나가 국내 소비 지형을 완전히 바꿔놨어요. 사람을 만나는 일 자체가 두려운 사회가 됐잖아요. 체험을 주력하는 하는 서비스 업종은 폐업을 고려할 만큼 힘든 시기죠. 특히 아이들의 농촌 교육 프로그램은 팬데믹 재난을 피해 나갈 마땅한 묘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생각을 바꿨죠. 현재 배달 업종이 호황이듯, 우리도 '딜리버리 서비스'를 하자고요."

토종 농산물을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농촌 현장을 체험 교육장으로 만든 밀알영농조합은 농업 체험 프로그램을 주력으로 내세운 조합이다. 연간 2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줄을 이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체험장은 코로나 발생 초기 발길이 뚝 끊겼다. 학교와 유치원 등 교육기관 단체 방문이 많았던 수요층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모든 학업 프로그램이 셧다운 되면서 급속한 냉각기를 맞아서다. 학교급식이 끊겨 친환경 농산물 생산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이곳 농촌 서비스 분야에도 한파가 몰아쳤다.

묘수는 의외의 곳에서 나왔다. 교육 프로그램도 배달하면 된다는 단순한 생각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 밀을 활용, 피자를 만드는 키트를 만들어 유치원을 찾아간다거나 학교 텃밭을 방문해 토종 농산물 재배 체험을 하는 식이다. 대형 오븐을 구매해 현장에 투입하면서까지 차별화된 콘텐츠로 다가가자 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체험 키트는 지역에서 재배된 농산물로 구성, 아이들에게 농업의 가치, 먹거리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철학까지 내포한 교육 프로그램은 교사들로부터도 호평도 받았다.

"농산물 체험 키트를 제작하자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문의가 오더라고요. 코로나로 아이들의 외부 활동이 줄자 가정에서도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찾는 부모님들이 늘어서겠죠. 비대면 체험 키트와 요리법 영상까지 담아 제공하니 만족하는 소비자도 많았고요. 체험 비즈니스는 고객이 찾아와야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인데 기존 생각을 과감히 버리고 직접 탈출구를 모색한 셈이죠."
 

△밀알영농조합에서 재배하는 우리 밀은 ‘앉은뱅이 밀’로 병해충에 강해 유기농 재배에 유리하며, 키가 50~80cm로 다른 밀보다 작아 수확기에 잘 쓰러지지 않는다. 또한 일반 수입밀보다 글루텐 함량과 지방 함량이 적어 소화가 잘 된다. 하지만 1982년 밀 수입 자유화가 이뤄지고, 1984년에 밀 정부수매제도가 폐지되면서 들녘에 자라던 밀은 사라지기 시작했다. 밀은 쌀과 달리 도정 후 제분 과정이 필요해 영세농의 밀이 값싼 수입밀과 대기업의 가공시설에 밀려 재고가 쌓여갔기 때문이다. 1990년대 중반, 농민·종교·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우리밀살리기운동은 밀알영농조합이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지역 농산물 활용 키트 반응 폭발적
제조업 한계 신개념 비즈니스로 극복

배달 서비스 아이디어는 체험뿐만 아니라 일반 사업으로도 확장됐다. 추석 명절 재료 준비로 번거로워 하는 주부들을 위한 송편 키트를 제작해 집 앞에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론칭하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재료는 지역에서 생산한 쌀을 직접 제분하는 등 지역 농산물을 적극 활용했다. 단 일주일 만에 한 달 매출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딜리버리 서비스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다.

조합은 또 신제품 개발 창구를 크라우드 펀딩방식을 사용하는 등 트렌드에 발맞춘 행보로도 주목받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 등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자율적으로 모으는 것으로 모금한 금액은 상표등록과 신제품 개발비로 사용하고 후원받은 대가로 신제품 등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밀알영농조합은 농업이라는 제조업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현해 내는 농업 비즈니스 만들기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코로나로 농업 농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농촌을 하나의 힐링 공간 문화 복합공간으로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다양한 체험·힐링·치유 콘텐츠로 무장
도시 스트레스 해소하는 창구될 것

코로나 여파는 밀알영농조합에게 양날의 검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단기적인 매출은 줄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면 방문객은 오히려 늘었다. 농업 치유, 힐링을 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조합도 코로나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운영 프로그램 전면 수정에 들어갔다. 밀집 교육은 줄이고 교육 인원수를 대폭 낮추는 한편 다양한 시간대로 분산시켰다.

보통의 영농조합은 농산물 재배(1)와 가공·판매(2)를 주로 두고 운영하지만 밀알영농조합은 서비스업(3)에 좀 더 중점을 둔 농촌융복합산업 경영체로 정의된다. 연간 50톤의 밀을 재배해 앉은뱅이 밀국수, 밀가루를 만들어 판매하고 체험장에서 사용하며 우리 밀을 알리는 역할까지 도맡고 있다.
 

조합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돼 있다. 체험장에서는 가루야가루야놀이(통밀놀이)’와 우리밀요리체험을 운영 중이고, 여름에는 수영장도 개장한다. 아이들이 체험을 즐기는 동안 배가 고프다면 앉은뱅이 밀과 로컬푸드로 만든 간편 음식도 몇 가지 구비돼 있어 골라 맛볼 수 있다.

우리밀요리체험은 우리 밀을 사용해 피자, 쿠키, 마들렌 등 여러 메뉴 중에 선택해 만들 수 있다. 낮에는 아이들과 체험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저녁 즈음 카크닉(CAR+피크닉) 공간에 모여 고기를 구워 먹는 등 24시간 힐링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금은 감나무와 유채꽃밭, 앉은뱅이 밀밭이 있고, 초여름 방문하면 활짝 핀 유채꽃밭에서 포토타임도 가질 수 있어 '인생 샷' 도전에도 안성맞춤이다.

코로나 맞춤형 프로젝트 가동으로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예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밀알영농조합의 체험장 방문객 수는 코로나 시대 이전인 20181만여 명보다 두 배 증가한 20202만여 명을 돌파하며 경남 창원에 체험장 2호점을 오픈했다.

천 대표는 "농업과 함께하는 사회적기업의 가치는 두 어깨가 도시의 각박함에 짓눌려있는 현대인의 짐을 덜어 주는 것이다"라며 농업·농촌이 가진 사회적 기능들로 도시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농촌 에버랜드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유리온실을 만들어 원예체험장으로 꾸밀 계획이라면서 식물공방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요즘 유행인 물멍처럼 원예멍을 때리며 차 한잔 할 수 있는 편안한 힐링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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