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간식 떡볶이 시장까지 넘보는 ‘대기업’…소상공인 생존권 위협
국민 간식 떡볶이 시장까지 넘보는 ‘대기업’…소상공인 생존권 위협
  • 이은용 기자
  • 승인 2021.04.30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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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자본력-자체 유통망’ 무기 시장 장악 영세 업체 ‘도태’ 우려
‘떡볶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대기업 ‘시장 진출’ 막아야
대기업 독점 막고 지금까지 산업 발전시킨 소상공인 보호·육성 필요

[농축유통신문 이은용 기자] 

최근 사업 다각화를 이유로 대기업들이 떡볶이 시장진출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 신세계푸드는 월 생산 능력 300톤가량 작업이 가능한 직접 생산 시설 구축에 나서고 있으며, 동원에프엔비는 아산공장에 월 300톤 생산이 가능한 수출용 떡볶이 생산 신규공장을 마련했다.

여기에 이미 풀무원, 대상, 오뚜기, 농협식품 등 식품 대기업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GS리테일 등과 같은 유통 대기업도 떡볶이 제품을 OEM 방식으로 생산 판매 중이다.

문제는 국내 떡볶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 중소 업체나 소상공인들로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만약 대기업이 본격적으로 떡볶이 시장에 진출할 경우 취약한 재무구조와 불안정한 유통망 등의 한계를 가진 영세 기업들은 버티지 못하고 자리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매년 떡류 시장 규모 큰 폭 ‘상승’
수출시장 최근 7년 새 350% 성장

그동안 떡류(떡볶이, 떡국)시장 규모는 매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 왔다. 2013년 568억 원 규모의 시장이 2019년 124%가 성장한 1,274억 원 시장으로 규모가 커졌다.

이렇게 떡류 시장이 규모가 커질 수 있었던 것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 업체 간 공정한 경쟁과 다양한 제품개발 등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들을 쏟아내며 시장파이를 키웠다.

특히 국내 시장을 넘어 동남아를 비롯한 전 세계에 한국 고유의 식품인 떡볶이를 수출하기에 이르렀고, 매년 30% 이상 급성장세를 보였다. 그 결과 2013년 1,190만 달러에서 2020년 5,376만 달러로 350% 급성장하는 성과를 나타냈다.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들 중 하나가 떡볶이가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중기적합업종으로 지정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시장은 확대(71%)됐고, 수출도 307%가 증가하는 성과를 나타났으며, 무엇보다 중소 업체나 소상공인들이 식품안전강화를 위한 생산시설 설비 투자와 경영개선(품질개선, 원가절감 등), 연구개발 등을 지속해 자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런데 중소 업체나 소상공인에게 도움을 줬던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기간이 지난해 8월 만료되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대기업들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떡볶이 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나서야 떡볶이 산업 더 발전 가능
중소 떡볶이 제조 업계 영역 빼앗는 행태

이들의 명분은 수출 확대를 위해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기업과 경쟁우위 선점을 위해서는 국내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직접 제조·판매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여기에 대기업이 원가 경쟁에서 우위를 보일 수 있고, 소비자 후생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유와 함께 보다 안전하고 품질이 좋은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중소 떡볶이 제조 업계는 현재의 떡볶이 시장규모까지 우리가 일궈놓은 시장에 대기업들이 무혈입성해서 중소 떡볶이 제조 업계의 영역을 빼앗는 것이라고 분노하고 있다.

또한 대기업의 자본력과 자체 유통망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할 것이며, 이로 인해 영세 업체들은 도태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하며, 대기업을 견제할 수 있는 법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쌀가공식품협회는 떡볶이떡 제조업체 소상공인 권익 보호를 위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에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절차가 진행 중이다.

대기업 OEM방식으로도 수출 증대 가능
HACCP 의무 적용 품목 위생관리 철저

지난달 27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는 쌀가공식품협회와 소상공인연합회가 공동으로 떡볶이 소상공인 보호·육성을 위한 ‘떡볶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방향 등에 대한 긴급좌담회가 열려 대기업 떡볶이 시장진출 부당성을 성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직접 떡볶이를 생산 판매하고 있는 김명진 아셀떡 대표이사는 대기업들이 주장하는 명분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수출을 하기 위해 대기업이 생산을 해야 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떡볶이 수출은 대기업이 생산을 하지 않아도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지금처럼 대기업 OEM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수출 증대가 가능하다”고 지적하며, “특히 대기업들이 위생과 품질을 말하는데 떡볶이는 HACCP 의무 적용 품목이기 때문에 모든 업체가 인증을 받아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고, 품질개선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어 충분한 명분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 차별화된 기술력이 있고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노하우가 있다면 OEM업체에 이전하고 협업해서 같이 가는 기업문화가 돼야 한다”며 “정부는 떡볶이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진출을 반드시 막을 수 있도록 결론지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윤 논리만 접근 시장 침체돼 무너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돼야

정미화 농업회사법인 미화정 대표도 업계를 대표해 대기업 떡볶이 시장진출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10대 후반부터 떡류 생산업에 종사해 자동화 라인으로 구성되는 공장을 설립하기까지 모든 걸 바쳐서 겨우 지금까지 왔는데, 대기업의 떡볶이 시장진출 선언은 저에게는 날벼락과도 같다”고 하소연하며, “단지 규모가 작아서, 자금력이 없어서, 브랜드파워에 밀려 팔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떡류 시장을 지켜가고 유지해 나갈 소상공인이 설 자리는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이윤의 논리로만 접근해 시장이 침체돼 무너지지 않도록 소상공인의 기반을 지켜야 한다. 반드시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 걱정 없이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 생산에 전념할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력한 유통판매망 이용 기존 시장 장악 의도
국내 떡볶이 시장 포화 상태 시장진출 무의미

이상효 (사)국제농산업개발원 전문위원은 현재 국내 떡볶이 시장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대기업 시장진출은 무의미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대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것은 기존 제품과 비슷한 수준의 제품으로 대기업의 강력한 유통판매망을 이용해 기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여겨진다”고 지적하며, “특히 현재 국내의 떡볶이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참여로 떡볶이 시장 전체 사이즈가 획기적으로 증대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실을 무시한 허울 좋은 명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소상공인 보호 및 육성 차원에서 그동안 중소기업 고유 업종으로 대기업과 상생협력으로 발전한 떡볶이 시장의 대기업 진출을 법으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피력했다.

대기업 시장 진출 천편일률적 상품만 판매
떡볶이 문화적 상품으로 성장하게 만들어야

최정권 숭실대 교수는 떡볶이를 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떡볶이는 궁중에서 출발해서 고추장과 만남으로 매운 떡볶이가 탄생하고, 지역별, 계절별 다양한 식재료와 만나면서 소품종 대량생산이 아닌 소비자 니즈에 부합한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의 발전으로 누구나 좋아하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국민 간식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며, “하지만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을 할 경우 천편일률적인 상품만 판매될 것이고, 이는 절대 문화적인 상품으로 성장할 수 없다. 지금은 대기업의 시장진출이 아니라 소상공인 적합업종 지정을 통해 떡볶이가 보다 더 국민 간식으로 성장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떡볶이 산업 활성화 대기업 역할 크게 없어
가정간편식 시장에 대기업 진출 허용 안 돼

황선옥 소비자시민모임 상임고문도 대기업 떡볶이 시장 직접 생산·판매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중소기업적합업종 6년 기간 동안 떡볶이 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대기업의 역할은 크게 없다. 떡볶이 수출은 매년 40%이상 성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역할이 크다”면서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것은 시장이 커지니까 진출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소비자 윤리로 볼 때 대기업의 독점을 막고 지금까지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전통식품을 훌륭히 이어온 떡볶이 소상공인 보호·육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소상공인 경영안정, 소득향상, 생존권 보장을 위해 떡볶이 가정간편식 시장에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기업의 떡볶이 시장 직접 생산·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엄격한 심의 절차를 거쳐 법의 기본 목적에 맞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게 현장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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